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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1

킹스 스피치 (The King's Speech, 2010)

by R.H. 2016. 10. 15.





자기 목소리를 낸다는 것, 이것은 자기 생각과 감정을 타인에게 드러낸다는 것이다. 자신을 주장하는 것이다. 해서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 즉 자기를 표현하고 드러낼 수 있는 사람은 자기 자신이 된 사람이다. 스스로를 확신하는 사람이다. 근데 이게 심각하게 지나친 사람도 있다. 자아 비대증에 걸린 미치광이 히틀러 같은 사람 말이다. 버트는 자신이 미치광이 말더듬이 왕이 될지도 모르겠다고 괴로워하지만, 그럴 일은 없다. 미치광이는 절대 말을 더듬지 않으니까. 



그러니 자기 목소리를 내려면, 약간 미쳐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자기 안의 흥과 합일하든 치밀어오르는 분노에 휩싸이든 어쨌든 뭔가 정상적인 것을 좀 넘어서서 미친 듯이 떠들고 난 뒤, 정신을 차려보면, 어 내가 말을 이렇게 잘했나 싶은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버트도 왕좌에 건방지게 앉아 도발하는 라이오넬에게 화를 내고, 자기 자리를 강하게 주장하는 순간 뭔가 말문이 탁 터진다.



여튼. 너무 많이 생각하고, 너무 많이 조심하면 장고 끝에 악수라고.. 오히려 말이 어버버다. 그러면 왜 지나치게 생각하고, 지나치게 조심하는 걸까. 두렵기 때문이다. 실수하지 않을까, 밉보이지 않을까, 꼴이 우스워지지 않을까..  공포는 이렇게 사람을 움츠리게 한다. 공포는 인간을 심리적으로만 움츠리게 하는 것이 아니라, 육체도 움츠리게 만드는 것이다.



어렸을때 받은 상처, 위축되어본 기억을 극복해야 한다. 그런데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 내가 아직까지 이 나이 먹도록 어렸을 때 받은 상처를 극복하지 못했다니.. 이건 더 부끄럽다. 아예 말도 꺼내기 싫다. 기억 어딘가 저 구석탱이에 처박아놓고 잊어버리고 싶다. 근데 이게 이게 또 안 된다. 동굴 속에서 혼자 살 수 있는 노릇도 아니니..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언젠가는 세상 앞에 끌려 나오게 되어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 내 목소리를 내어야 한다. 그것도 멋지게. 영화 속의 버트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