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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1

쇼생크 탈출 (1994) : 나를 자유롭게 한 것은 나 자신이지

by R.H. 2016. 10. 8.

   



<스포일러 주의>


억울하다. 사는 게 억울하다. 누가 나한테 누명을 뒤집어씌운 것도 아니건만, 뭐가 그리도 억울한 걸까.. 현실에 발목 잡힌 삶. 일상의 굴레에 갇힌 삶. 누가 날 가둬둔 것도 아니건만, 삶은 왜 이리도 갑갑한 걸까.. 



그래서 우리는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을 꿈꾸곤 한다. 어딘가 먼 곳으로 떠나보길 희망한다. 자유롭게 선을 가로질러 가보길 희망한다. 하지만 이곳을 벗어난다 한들 별수 있겠는가. 그나마 손에 쥐고 있는 것들이나마 지키는 게 낫지.. 우리는 금세 희망을 거두고, 현실의 감옥으로 복귀한다.



"희망은 위험한 거야. 희망은 사람을 미치게 할 수 있어. 이 안에선 아무 쓸모가 없지.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게 좋아."



사람들은 말한다. 희망은 위험하다고. 희망은 고문이라고. 지옥에는 있는 것은 절망이 아니라, 희망이라고. 희망은 악마의 장난질이라고.. 그러니 포기하라고.. 실제로 완전히 포기하고 내려놔버리면 사는게 꽤 편하다. 일 잘해서 인정받고, 주변 사람들과 시시덕거리며 세월을 보내는 것도 그닥 나쁘지 않다. 이 '무난한' 일상이 있는 삶, 관혼상제 루틴에 발맞추어 사는 사람에게는 사회적 의무를 다한 사람이라는 자부심도 주어진다. 근데 어째 이런 삶은 모범수의 삶과 비슷하다. 자유를 희망하는, 탈출을 꿈꾸는, 더 먼 곳으로 달려나가길 바라는 사람 눈에는 말이다. 



"나를 자유롭게 한 것은 나 자신이지" -에우리피데스, <바쿠스의 여신도들>



하지만 앤디는 아무도 뺏을 수 없는 것을 마음속에 품고 산다. 아무도 손댈 수 없는 자신만의 것. 바로 탈출의 희망, 그리고 자유. 하지만 자유는 거저 얻어지는 게 아니다. 거저 얻어진 자유는 사람을 짓누를 뿐이다. 날개가 부러진 새를 세상 밖으로 내보내는 것이다. 이건 그냥 죽으라고 하는 말과 다름없다. 브룩스가 자유를 버거워하며 견디지 못한 건 이 때문이다. 하여 자유를 얻기 위해서는 축구장 크기의 5배가 넘는 길이의 하수도 구정물 속을 갖은 고생을 하며 기어나와야 한다. 오로지 자기 힘으로 말이다. 



지금의 나는 구정물 가득한 하수도의 어디쯤을 기어가고 있는 걸까.. 아니 탈출을 시도하기는 한 걸까..



"국경선을 넘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 

친구를 만나 악수하길 희망한다. 

태평양이 내 꿈에서처럼 푸르기를 희망한다.

나는 희망한다."



P.S.

고등학교 때 비디오로 빌려본 영화. 당시에는 별 감흥이 없었고, 남들이 명작이라고 하는 소리에도 별 공감이 가지 않았다. 그런데 아주 긴 시간이 흐른 뒤에야..아, 이제서야.... 나 역시 언젠가...선을 넘어 당신을 만나길 희망한다. 그리고 이 영화를 열렬히 사랑하던 그 때의 당신을 긴 시간이 흘러버린 지금도 기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