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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1

콘트롤 (Control, 2004) : 인간은 변할 수 있는가

by R.H. 2010. 4. 1.



<주의! 결말 포함된 스포일러>

눈에 독기가 하나 가득 담긴 한 남자가 사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고 있다. 마지막 남길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 욕설을 퍼붓는 이 자. 그는 죽는 순간에도 뉘우칠 줄 모르는 흉악범이다. 그런데 눈을 뜨니 지옥이 아니라, 시체보관실 옆이다. 인간의 폭력성을 잠재우는 신약 임상 실험에 피실험자로 참여할 것을 제안 받은 것이다. 이것저것 따질 것도 없다. 그는 제안을 받아들인다.

그는 실험실을 탈출하려 인질극을 벌이고, 시도 때도 없이 눈 부라리며, 툭하면 물건을 부수기 일쑤다. 그런데 이상하다. 그는 갑자기 불면증에 시달린다. 한 남자의 얼굴이 그의 머릿속을 떠나질 않는다.

그가 죽인 사람 모두는 갱이었다. 이권 다툼과 관련해서 서로 죽고 죽이는 관계였다. 그는 갱들을 죽인 것이 일종의 자기방어였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실수로 게리라는 무고한 한 남자를 총으로 쏜 것에는 죄책감을 가지고 있다. 게리의 삶을 망가뜨린 것이 그의 맘을 괴롭히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그 일을 눈물로 후회하고 뉘우친다. 그리고 직접 게리를 찾아가기까지 한다.

이 신약이 성공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 신약은 실패다. 애초에 이 실험이 시작되었을 때 두 그룹으로 나누었다. 하나는 신약을 투여 받는 그룹, 다른 하나는 가짜 약을 투여 받는 그룹. 주인공이 속한 그룹은 후자였다. 그리고 진짜 신약을 투여 받는 사람들은 부작용으로 모두 죽었다. 주인공에게 나타난 반응은 플라시보 효과였던 것이다.

스스로가 변할 수 있다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 믿었던 것이다. 여기에 양심은 촉매제가 되었다. 이것이 그를 괴물에서 인간으로 되돌려 놓은 것이다.

그를 실험한 박사는 그가 진짜로 변했다고 믿지만, 다른 이들은 그렇지 않다. 플라시보 효과는 사라지고 만다는 것이다. 결국 그에게 새 삶의 기회는 오지 못한다. 하지만 이 실험 뒤 박사는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 약이 아니라 스스로의 힘으로 인간은 변할 수 있다고 믿게 된 박사는 청소년 재활 센터에 몸 담는다.


P.S. "다 같이 사회를 변화시켜 보아요." 라는 식의 결말을 내는 영화는 재미없기 마련이다. 무엇보다 2004년 작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소품이나 배경음악 등이 구닥다리다. 5년전 영화가 아니라 15년 전 영화 같은 느낌. 좀 심하게 말하면, 대충 만든 영화 같은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