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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성경

출애굽기 5장~6장 :모세, 최초의 노동 운동가

by R.H. 2009. 8. 15.
등장인물

이집트 왕 - 악덕 사업주
헤브루 중간관리 - 공장 간부
헤브루 노예 - 노동자
모세와 애런 - 노조 위원장


 
3 "Now let us take a three-day journey into the desert to offer sacrifices to the LORD our God." <3일간 사막에서 우리의 신에게 제사를 지내려 하니 이를 허락해 주십시오>

파라오가 헤브루인들을 착취하는 모습은 오늘날 악덕 사업주가 노동자를 착취하는 모습과 비슷하다. 모세는 파라오에게 가서 이러한 노동 착취의 부당함에 대해 항의하면서, 한가지 요구를 한다. 오늘날로 말하면 광장(사막)에서 3일간 행사(제사)를 할테니, 집회를 허가해 달라는 말이다. 하지만, 악덕 업주 파라오가 이를 수용할 리가. 파라오는 되려, 노동 강도를 높이는 조치를 취한다.
 
17 Pharaoh said, "Lazy, that's what you are—lazy! That is why you keep saying, 'Let us go and sacrifice to the LORD.' <파라오가 말했다. "게으르다, 이것이 너희로다. 게으른 것들아! 이것이 바로 너희가 신에게 제사 지내러 가겠다고 하는 이유다">
 
파라오는 '니들이 한가하니까 이런 소리나 하고 있는 것이지. 게을러 빠진 것들 같으니라고!' 라고 말한다. 진짜 악덕업주다. 그리하여, 파라오는 더욱 혹독하게 헤브루인을 부리기로 결정한다. 그리고, 이러한 조치에 헤브루 중간 관리인들은 당황한다. 아마도 처음에 모세와 애런이 파라오를 찾아가 항의하는 것에 내심 기뻤을 것이다. 그리고 지지했을 것이다. 그런데, 모세와 파라오의 협상 뒤에 나온 결과는 되려 강도가 세진 노동 조건이었다. 해서, 중간 관리인들은 모세와 애런를 향해 원망과 저주의 말을 토해낸다.
 
21 "May the LORD look upon you and judge you! You have made us a stench to Pharaoh and his officials and have put a sword in their hand to kill us."   <주께서 너희(모세와 애런) 를 보고 심판하기를 원하노라! 너희로 인해 우리가 파라오의 미움을 사게 되었고, 그들이 우리를 칼로 죽이려 하는구나">
 
모세는 하층민에 속하는 계급이 아니었음에도, 
착취받는 계급인 헤브루 노동자들을 위해 앞장선 사람이다. 즉, 그는 자기 자신을 위해 이런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를 위해 행동하는 사람이란 말이다.

그런데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자, 헤브루인들은 되려 모세를 원망하고 저주한다. 그들이 욕하고 저주해야 하는 인물은 분명 착취자 파라오인데 말이다. 원래 그렇다. 무섭게 대하는 놈한테는 찍소리도 못하고, 만만한 놈한테는 오만 불평과 욕설을 해대는 것이 사람 심보다.
 
 9 Moses reported this to the Israelites, but they did not listen to him because of their discouragement and cruel bondage.  <모세가 이를 이스라엘인들에게 말하였지만, 그들은 모세의 말을 듣지 않았다. 이는 그들이 무자비한 노예의 굴레 속에서 매여있고, 소심하였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모세는 타성에 젖어 있는 대중들의 의식도 깨워야 한다. 위에서 모세가 이스라엘인들에 한 말은 신이 한 약속이다. 한마디로, 풍요의 땅 가나안으로 가서 살면 잘 먹고 잘 살게 해주겠다는 것이다. 사실 이것은 신이 한 약속이 아니라, 모세의 공약이다.
 
이집트에서 노예 생활하지 말고, 새로운 나라를 건설하자. 뭐 이런거다. 홍길동이가 율도국을 건설하자는 것과 비슷하다. 그런데, 이스라엘인들은 모세 말을 듣지 않았다. 이집트에서의 노동자 생활이 강퍅하기는 하지만, 허허벌판 가나안 땅보다는 형편이 나았을 것이다. 또한, 그들은 오랜 폭정에 시달리면서 패배 의식에 사로잡혀 있었을지도 모른다. '사는게 거기거 거기지 뭐. 여길 뜬다고 별다른게 있을까.' 라는 식의 체념 말이다.
 
이처럼, 모세의 의욕적인 행보는 벽에 부딪힌다. 그가 상대해야 하는 것은 파라오의 폭력만이 아니라, 민중의 패배 의식과 노예 근성이기도 한 것이다. 더군다나, 개중에는 '긁어 부스럼을 만들었다.' 며 모세에게 신경질을 부릴 사람도 있었을 테니... 여하튼, 모세는 성경 최초의 노동 운동가 혹은 민중 계몽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