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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성경

열왕기상 17장~19장 : 아합 그리고 엘리야의 시대

by R.H. 2018. 4. 7.



오므리가 죽은 뒤, 그의 아들 아합이 왕위를 물려받아 22년간 북이스라엘을 통치하는데, 아합의 아내는 사돈 왕(엣사발)의 딸 이세벨이다. 이 부부는 북이스라엘 역사에서 나쁜 쪽으로 좀 많이 유명하다. 특히 이세벨 왕비는 선지자 집단 대량 학살을 주도한 사람으로 북이스라엘 악녀의 대명사인 듯. 여튼 강하게 누르면, 상대도 깡이 쎈 사람이 나타나는 법. 아합과 이세벨의 시대에 쎈 선지자 엘리야가 등장한다.



예언...예견...예측...



"엘리야가 아합에게 말하였다. "내가 섬기는 주 이스라엘의 하나님께서 살아 계심을 두고 맹세합니다. 내가 다시 입을 열기까지 앞으로 몇 해 동안은, 비는 커녕 이슬 한 방울도 내리지 않을 것입니다" <열왕기상 17장 1절>



선지자 집단은 단순히 종교인이 아니다. 누누이 말하지만, 그들은 당대의 엘리트 지식인들이다. 천문 지리 역법 등에 능한 그들에게, 주기적으로 오는 가뭄을 예견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요즘 식으로 말하면, 경기 불황을 예측하는 것이다. 근데 이게 통치자 입장에서는 듣기가 싫은 소리다. 부정적인 경기 예측이 달갑지가 않다. 2008년 즈음, 부정적 경제 예측을 하던 인터넷 상의 무명씨 미네르바조차도 용납 못 해서, 잡아 족치려고 안달이었다. 하물며, 엘리야 같은 거물이 미래 경기 예측을 저렇게 했으니.. 예측(예언)을 넘어 악담 수준이다. 엘리야는 일단 질러놓고, 도망간다. 



예언자님, 축지법 쓰신다!!!



"이 곳을 떠나서, 동쪽으로 가거라. 그리고 거기 요단 강 동쪽에 있는 그릿 시냇가에 숨어서 지내며, 그 시냇물을 마셔라. 내가 까마귀에게 명하여서, 네게 먹을 것을 날라다 주게 하겠다" <열왕기상 17장 3절~4절>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Paolo_Fiammingo_-_Elijah_Fed_by_the_Ravens.jpg



그나저나 여기서 까마귀는 무엇을 상징하는 걸까? 까마귀는 그 상징의 의미가 좀 중구난방인데, 불길한 징조로 보기도 하고, 삼족오처럼 길조로 보기도 하고.. 여기서는 지혜의 상징, 지식을 추구하는 은둔자들의 상징 아닐까 한다. 검은 옷을 입은 사제들, 묵자 공동체의 지식인들.. 수도자 집단을 까마귀로 표현했을 수도 있다. 



"이제 너는, 시돈에 있는 사르밧으로 가서, 거기에서 지내도록 하여라. 내가 그 곳에 있는 한 과부에게 명하여서, 네게 먹을 것을 주도록 일러두었다." <열왕기상 17장 9절>



가난한 과부에게서 음식을 먼저 얻어먹고, 화수분처럼 그 집 밀가루와 기름이 떨어지지 않은 이야기는 그냥 외상 지고 먹은 이야기라고 볼 수 있고, 그 과부의 죽은 아들을 살려낸 건 이전에 말했듯이, 선지자 집단이 의술 능력도 있는데, 이야기에 임팩트를 가하기 위해 좀 과장했을 수도 있다. 그러니까 우리가 흔히 '죽다 살아났다' 는 말을 하듯이, '죽다' 사이에 한 글자 넣어서 '죽었다' 살아났다고 하면 더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되니까. 



까마귀도 도와주고, 도깨비 방망이처럼 밀가루도 계속 나오고, 죽은 사람도 살려내는 환타지한 이야기들은 실제 사건을 부풀리거나 임팩트 있게 각색한 거라 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거 이상한 이야기에요!! 를 말하려는 건 아니다. 그만큼 어렵고 힘든 시대에 메시아적 인물을 바라는 가난한 민중들의 소망이 만들어낸 희망이 빗어낸 과장법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장군님이 솔방울로 수류탄 만드신다!!는 이상한 이야기가 위에서부터 만들어낸 이야기가 아니라, 아래에서 억압받는 민중들이 스스로 만들어내고 퍼트린 슬픈 간절함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에 동의한다...



이스라엘의 제갈공명 엘리야



3년이 지난뒤, 엘리야가 다시 공적인 자리에 나타난다. 아합왕에게 바알 사제 400명과 능력을 겨뤄보겠다면서, 갈멜산에서 제단 위에 놓인 소에 불붙이기 대결을 제안한다. 



"제단 둘레에는 두 세아 정도의 곡식이 들어갈 수 있는 넓이의 도랑을 팠다. 그 다음에, 나뭇단을 쌓아 놓고, 소를 각을 떠서, 그 나뭇단 위에 올려 놓고, 물통 네 개에 물을 가득 채워다가, 제물과 나뭇단 위에 쏟으라고 하였다. 사람들이 그대로 하니, 엘리야가 한 번 더 그렇게 하라고 하였다. 그들이 그렇게 하니, 그는 또 그렇게 하라고 하였다. 그들이 세 번을 그렇게 하니, 물이 제단 주위로 넘쳐 흘러서, 그 옆 도랑에 가득 찼다" <열왕기상 18장 32절~35절>



https://www.pinterest.com/pin/153755774752275927



저게 엘리야가 쓴 방법인데.. 딱 봐도 이거 쫌 트릭인 듯. 물통 네 개를 나뭇단 위에 쏟아부었다?? 이걸 한 번도 아니고 3번을 했다?? 저게 순도 100% 물이라는 증거는?? 휘발성 액체가 섞였을 가능성이 과연 없을까? 여튼 이 이벤트를 하고는, 여기 모인 백성들을 선동해서 바알 사제 400명을 학살해버린다. 그리고 비구름을 부르는데...



"아합이 올라가서, 음식을 먹었다. 엘리야는 갈멜 산 꼭대기로 올라가서, 땅을 바라보며 몸을 굽히고, 그의 얼굴을 무릎 사이에 넣었다. 그리고는 그의 시종에게, 올라가서 바다쪽을 살펴 보라고 하였다. 시종은 올라가서 보고 와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였다. 엘리야가 다시 그의 시종에게, 일곱 번을 그렇게 더 다녀오라고 하였다. 일곱 번째가 되었을 때에, 그 시종은 마침내, 사람의 손바닥만한 작은 구름이 바다에서부터 떠올라 오고 있다고 말하였다" <열왕기사 18장 42절~44절>



제갈공명은 진짜로 바람이 방향을 바꾸는 신적 능력을 가졌을까? 아니다 천문 지리 역법에 능수능란한 그가 미리 바람의 방향이 바뀌는 타이밍에 맞춰서 머리 풀고 기도드리는 대형 이벤트를 벌였다. 제갈공명은 박학다식한 천재이기만 한 게 아니라, 쇼맨쉽에도 능한 사람이었다. 엘리야의 비구름 몰고 오기도 비슷한 거라고 본다. 지식과 쑈맨쉽의 합작품.. 이 두 사람의 차이점은 자기를 알아주는 군주를 가졌는나하는 것. 제갈공명은 유비가 있었지만, 엘리야는 읎어요. 3년간 도망 다니다 아합 왕 앞에 나타났을 땐, 쓰임을 받길 원하는 마음이 분명 있었을 터인데...아합은 엘리야의 능력을 알아보고 쓸 만한 도량이 되질 못 했다. 아합은 자기 마누라 이사벨한테 쪼르륵 달려가서, 엘리야가 바알 사제 몽땅 다 죽였다고 고자질하고, 이사벨은 노발대발.. 이에 다시 엘리야는 도망자 신세가 됨.



이쯤 되면, 엘리야도 지치고 좌절할 수밖에 없는데, 열왕기상 19장은 심신이 지친 엘리야의 모습과 이런 엘리야를 격려하는 천사(또는 내면의 목소리) 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일어나서 먹어라. 갈 길이 아직도 많이 남았다." <열왕기상 19장 7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