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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성경

열왕기상 20장~22장 : 겁은 많으면서 욕심만 부리는 리더, 아합 왕

by R.H. 2018. 4. 8.


시리아의 침략



시리아왕 벤하닷이 침략하여 사마리아 성을 포위했을 때 일이다. 벤하닷이 '니네 금과 은, 마누라, 자녀 모두 다 내 꺼!!' 라고 으름장을 놓으니, 아합 왕은 놀래가지고, '그럼요, 그럼요. 다 벤하닷님꺼 맞습니다. 맞고요.' 라며 바싹 엎드린다. 이에 벤하닷은 '그러니까 내 말은 금과 은, 그리고 니들 마누라 자식 다 보내라고!! 내일 니들 집 다 뒤져서 맘에 드는 거 다 가져갈 거임. 그런 줄 알어!!' 라며, 윽박지르는데.. 아합 왕은 서둘러 원로들을 소집하고, 의논한다. 논의 후, 벤하닷에게 다시 사절을 보내어, '금과 은은 다 드리겠지만, 마누라와 자식은 쫌...' 이라고 전하니, 벤하닷 왈, '사마리아 성을 잿더미로 만들어버리겠어! 다 부셔버리겠어!' 라고 답을 보낸다. 이건 뭐, 시리아의 또람뿌시네.. 밀어붙이기도 정도껏 하고, 압박도 정도껏 해야지, 상대가 바짝 엎드려서 줄 수 있는 건 다 주겠다는데, 줄 수 없는 걸 달라는 건 모다?? 



"너의 왕에게 가서, 참 군인은 갑옷을 입을 때에 자랑하지 아니하고, 갑옷을 벗을 때에 자랑하는 법이라고 일러라." <열왕기상 20장 11절>



이제사 아합 왕이 정신을 좀 차린다. 쫄아서 허둥대던 아합은 상대가 되도 않을 소리를 계속하니, 이제야 왕의 위엄을 되찾고, 전열을 정비하고, 어느 예언자(라고 쓰고 전략가라고 읽는다)의 책략을 전격 수용한다. 그리하여 막사에서 술에 취해 있는 벤하닷을 급습하여 박살내고 몰아낸다. 


 

시리아의 2차 침략



그 다음 해, 시리아는 전열을 가다듬어 북이스라엘을 다시 침략한다. 1차전은 산악지대여서 실패했다고 분석한 이들은 이번에는 평지에서의 전쟁을 기획한다. 그런데 이번에도 시리아군이 박살 난다. 그뿐만 아니라, 벤하닷이 아벡 성에 고립되어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한다. 



이에 벤하닷의 신하들이 굵은 베를 허리에 묶고, 목에 줄을 동여매고, 아합왕 앞에 자진하여 나와서 "왕의 종 벤하닷이, 제발 목숨만은 살려달라고 애원하고 있습니다" 라고 애걸하니, 아합왕은 "그는 나의 형제다" 라고 자비를 베푼다. 이때다 싶어서 벤하닷의 신하들은 "예, 벤하닷은 임금님의 형제입니다"라고 낼름 아합의 말을 받는다. 그리고 벤하닷을 데려오니, 아합은 자기 병거에 벤하닷을 태우고, 우의를 다지며, 이전에 시리아에게 빠앗긴 성들을 돌려받고, 시리아의 다마스쿠스에 이스라엘 사람들을 위한 상업 광장을 만든다는 조약을 맺은 뒤, 벤하닷을 돌려보낸다.



이 소식을 들은 한 예언자가 아합왕에 나타나 노발대발하며, 시리아 왕을 죽여야지, 이렇게 어영부영 끝내고, 돌려보내면 어찌하냐며 "너는(아합) 그 목숨을 대신하여 죽게 될 것"이라고 악담을 퍼붓고 돌아간다.



아합왕은 좀 줏대가 없어 보인다. 벤하닷이 1차 침략했을 때, 허둥대며 쫄아있던 모습도 그렇고, 벤하닷을 죽여야 할 때에, 응응, 그는 나의 형제임, 하고 쓸데없는 자비를 베푼다. 어어어.. 하면서, 분위기에 휩쓸려서, 어화둥둥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으로 상황을 대충 정리해버린다. 자기 주도로 상황을 만들고 변화시키고 이끌어갈 줄 모르는 아합왕은 악질이라기보다는 멍청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이후에 나오는 나봇의 포도원 사건과 남유다 왕과 공동으로 길르앗 수복을 위한 출정에서도 아합 왕은 자기 주도로 뭘 못 하는게 나타난다. 이 두 사건을 한 번 자세히 살펴보자.



나봇의 포도원 사건



시리아 침략을 물리치고, 좀 한가해졌는지.. 어느 날 아합은 궁전 옆에 있는 나봇이라는 사람의 포도원을 탐낸다. 그냥 달라는 건 아니고, 다른 포도원, 혹은 돈으로 보상하겠다고 한다. 이런 거 보면, 아합이 완전 악질은 아님. 여튼,



그런데 나봇은 포도원이 조상으로부터 대대로 물려받은 유산이어서 곤란하다며 거절한다. 이에 아합은 화가 나서 드러눕는다. 이를 본 아합의 아내 이세벨이 무슨 일이냐 물으니...아합은 또 꼬치꼬치, 구구절절 갖고 싶은데 갖지 못한 포도원 이야기를 한다. 그러자 '제가 그 포도원을 임금님 껄로 만들어 드리겠음. 나만 믿고 따라오셈!!' 이라며 이세벨은 당장 일을 시작한다.



이세벨은 아합의 이름으로 편지를 써서 나봇이 사는 동네에다가 보낸다. 이거슨 국정농단?? 여튼, 편지에다 원로들에게 금식을 선포하게 하고, 날건달 둘을 데려다 나봇을 대면시켜, 나봇이 신과 왕을 저주하였다고 거짓 증언하게 한 뒤, 나봇을 돌로 쳐 죽이라는 것이다. 그까짓 포도원 하나 때문에 이건 뭐 계엄령인지까지 발동하고, 인민 재판까지 벌이는 꼴이다. 이렇게 일처리 하고는 이세벨은 아합 왕에게 가서, '포도원 이제 가지세요' 하니, 아합 왕은 벌떡 일어나서, 포도원 가지러 감. 으이구...



이 끔찍한 이야기를 들은 엘리야는 아합 앞에 나타나, 폭풍 저주를 퍼부으니.. 아합은 또 놀래가지고, "자기 옷을 찢고 맨몸에 굵은 베옷을 걸치고 금식하면서, 걸을 때도 슬픈 표정으로 힘없이 걸"어 다닌다. 그래서 엘리야가 저주를 약간 줄여줌. 겸손해졌으니, 아합은 곱게 살고, 아합의 아들 대에 가서 가문에 재앙이 내릴 거라면서..



이 나봇의 포도원 사건에서도 상황을 주도적으로 이끌지 못하는 아합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갖고 싶으면 적극적으로 뭔가를 더 계획해보든가, 적극적으로 더 설득을 해보던가 해야지, 삐져가지고는 드러누워 끙끙앓고, 마누라한테 고자질이나 하고, 마누라가 주도적으로 일 벌려서 결과물을 내놓으니, 이게 옳은지 그른지 판단도 안 하고 그저 좋다고 희희낙낙 날로 먹은 포도원으로 달려가고, 욕처먹으니까 또 풀이 죽어가지고.. 으이구... 아합 왕은 확실히 악질이라기보단, 겁은 많으면서 욕심만 많은 찌질이 같다. 악녀 이세벨보다 욕심 많은 찌질이 아합이 더 꼴 뵈기 싫음.. 이런 욕심과 찌질이 결합된 사건이 또 하나 있는데, 그것은 길르앗에 있는 땅 되찾기 사건이다.



예언자 미가야



유다의 여호사밧 왕이 아합 왕을 찾아왔을 때 일이다. 아합은 길르앗에 있는 라못 땅을 시리아 왕에 빼앗겼는데, 이번 기회에 그 땅을 함께 뺏어오자고 제안한다. 시리아에게 뺏긴 땅을 혼자 찾을 일이지, 왜 또 다른 사람을 끌여들이는지.. 여튼 유다왕 여호사밧은 아합의 제안을 동의 하면서, 먼저 예언자들에게 물어보자고 한다. 이에 아합 왕은 예언자 400명을 불러서 의견을 묻는다. 예언자들은 모두 좋다 좋다 한다. 근데 여호사밧이 딱 보니까 이 예언자들이 다 예스맨이고, 어용 예언자들이다. 그러니까 다들 시원챦은 사람들.. 그래서 이런 예스맨들 말고, 다른 사람 없냐하니.. 아합은 예언자 미가야가 있다고 한다. 근데 본인은 미가야가 싫단다. 부정적인 얘기, 흉한 얘기, 그러니까 왕이 듣기 싫은 소리만 한다는 것. 미가야는 모두가 예스라고 할 때, NO라고 외치는 사람인가 보다. 



여차저차해서 여호사밧 왕의 요청으로 미가야를 부르러 신하를 보낸다. 이 신하는 미가야에게 '다른 예언자 400명이 왕이 승리할 거라고 했으니, 선생도 웬만하면 좋게좋게 합시다' 라고 조언해주는데, 미가야 왈, '싫은데?' 미가야, 강단 있으신 분. 근데 막상 아합 왕 앞에 가서는 왕이 승리할 거라고 예언해준다. 이에 아합이 진실을 말하라고 다그친다. 본인이 듣고 싶은 얘기를 해줬는데, 왜?? 미가야가 진실되지 않게, 진실성 없이, 영혼 없이, 성의 없이, 시큰둥하게 대답했던 모양이다.



그래, 제대로 말하라니, 제대로 말해주마. 아니나 다를까, 미가야는 또 흉측한 예언을 쏟아내는데, 그 예언 속에는 400명의 어용 예언자들을 비꼬는 내용 담겨있다. 거짓말하는 영이 아합의 모든 예언자의 입에 들어가서 개소리를 지껄이게 했다는 것이다. 화가 난 아합은 미가야를 감옥에 가두라면서 자기가 전쟁에서 돌아올 때까지, 죽지 않을 만큼만 먹이라고 명령한다. 미가야 왈, 니가 온전하게 돌아 올 거면, 이런 소리 하지도 않았다고 일갈하시는데.. 기개 넘치시는 분.



아합왕은 이렇게 땅 욕심을 내서 전쟁을 하려했면서, 막상 출정하고는 살짝 꽁무니를 뺀다. 이럴려고 유다왕을 끌어들였던 거겠지만.



"이스라엘의 아합 왕은 여호사밧에게 말하였다. "나는 변장을 하고 싸움터로 들어갈 터이니, 임금께서는 왕복을 그대로 입고 나가십시오." 이스라엘 왕은 변장을 하고, 싸움터로 들어갔다" <열왕기상 22장 29절>



아합 왕 본인이 선봉에서 안 서고, 심지어 변장을 하고 들어가겠다니.. 이번에도 리더쉽은 없으면서 욕심만 내는 모습을 여지없이 보여주는 아합. 헌데 변장하고 참전했는데, 운없이 화살 맞고 쓰러져서는 전투에서 빠져나오지도 못한다. 그날 전투가 너무 격렬해서 옴짝달싹 못 한 것. 그래서 그는 이렇게 갔습니다. 어쩌면 미가야는 아합의 성향을 알았기에 전쟁 나가면, 반드시 죽는다고 예측했던 것일 수도 있다. 겁은 많고, 사람들을 지휘할만한 깜도 안 되면서 꼼수만 부리고, 욕심만 많은 그 성향.. 이런 지도자는 옛날에는 이렇게 죽었고, 오늘날에는 감옥에서 생을 마감하겠지..



"네가 골방으로 들어가서 숨는 바로 그 날에, 너는 모든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열왕기상 22장 25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