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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성경

여호수아 : 그의 매력은?

by R.H. 2010. 4. 5.
 
이전 편인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 등은 고리타분하다. 율법서이기 때문이다. 외부인인 우리에게는 전혀 관심 없는 내용도 많다. 남의 민족 제사 지내는 방식이 뭐 궁금하겠는가. 솔직히 자기집 제사상 차리는 법도 잘 모르는 게 요즘 사람이다. 그런데 여호수아편은 스토리 전개가 빠르다. 가나안 정복기, 즉 전쟁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재미도 꽤 있다. 또한, 여호수아는 매우 능력 있는 장수였던 모양이다. 상황에 따라 다른 전략과 전술을 구사하고, 전투가 벌어지면 모두 승리다. 한마디로 여호수아편은 능력 있는 장수의 연전연승 스토리다.

 
이렇게 스토리 자체는 꽤 흥미 있는 반면, 여호수아라는 인물 자체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 그의 단점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성경에 나온 인물들은 하나같이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다. 유혹에 약한 이브, 선악과 먹어놓고 여자한테 책임 전가하는 찌질이 아담, 동생 살인자 카인, 고자질쟁이 조셉, 형의 장자권을 가로챈 사기꾼 야곱... 그리고 언어장애자 모세. 그는 성질도 급하고 더러워서 쉽게 살인을 하기도 했다. 또한, 모세의 이야기에는 그의 좌절 스토리가 상당히 많다. 그래서 모세라는 인물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물론 그의 주장을 모두 동의하는 것도 아니고, 그의 주장의 여러 부분에서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분명 모세는 인간적인 매력을 지닌 사람이다. 인간의 매력은 완전무결함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결함에서 나오는 것이니까..

 
하지만 여호수아는 그런 모습이 전혀 나오지 않는다. 물론 그를 영웅으로 묘사하지도 않았다. 여호수아편은 한 걸음 떨어져서 덤덤하게 사건만을 기록한 느낌이다. 여호수아의 성과는 그 혼자서 이뤄낸 게 아니기 때문이다.

 
모세의 평생 숙원은 요단강 서편의 가나안 정벌이었다. 이집트에서 나올때부터 그의 슬로건은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 정복이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꿈을 이루지 못한다. 그는 요단강을 건너지 못하고 삶을 마감했다. 그리고 가나안 정벌은 다음 지도자인 여호수아가 이룬다.
 

그렇다면 이것이 여호수아의 치적일까? 물론 여호수아는 능력 있는 장수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그 전에 모세가 기반을 닦아놓지 않았다면, 이뤄낼 수 없었다. 모세는 그들 역사에 주춧돌이 된 사람이다. 사실 가장 힘들고 어려운 일을 한 게 모세다. 말 많은 인간들 먹여 살리고, 제도를 만들고, 인재를 키우고, 군사력을 기른 게 바로 모세다. 40여 년의 기반 닦기 이후에 드디어 열매를 맺는다. 그리고 그 열매를 딴 것은 모세가 아니라, 여호수아다.

 
나무를 심어서 가꾸고 기른 뒤 열매를 맺는 것도 한 두 해 안에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마찬가지로 공동체가 목표로 한 것의 열매를 맺는 것도 최소 10년 단위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해서 지도자는 한 두 해 안에 뭔가를 후딱 해치울 것을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그렇게 되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무리하게 밀어 부치는 것은 만용이고, 과욕이며, 어리석음이다.

 
분명 가나안 땅을 정복한 사람은 여호수아다. 하지만, 모두가 안다. 이 사업의 8할을 이룬 것은 모세였다는 것을.. 그래서 비기독교인도 모세가 누구인지는 알 정도로 유명하다. (여호수아는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다. 선지자로 잘못 아는 사람도 꽤 있고, 발음이 비슷해서인지 심지어 여호와로 아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여호수아가 사건만을 기록한 건 이 때문일지도 모른다. 여호수아는 전임자가 8할을 이뤄놓은 것에 숟가락만 얹혀놓는 짓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여호수아는 스스로가 다 이뤄냈다고 뽐내는 민망한 자화자찬을 경계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여호수아라는 인물에 대한 묘사가 없는 것 아닐까.


여튼, 이렇게 빠른 속도로 정복 전쟁을 성공리에 마친 사람을 천하 제일의 영웅으로 묘사하지 않는 경우는 참 찾기 어려울 듯. 그러고 보니 자화자찬을 경계하는 것이 바로 여호수아의 매력인가 보다. (근거는 별로 없지만, 여호수아의 저자는 여호수아라고 추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