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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성경

여호수아 10~12장 : 정복 일단락

by R.H. 2010. 3. 12.

가나안 정복 일단락
 
기브온은 아이(Ai) 와 달리 상당히 큰 성이고, 가나안 한 복판에 있는 지역적 요충지다. 이처럼 중요한 기브온이 이스라엘과 평화협정을 맺었다는 사실을 안 그 일대의 아모리족의 5왕들은 (Jerusalem, Hebron, Jarmuth, Lachish, Eglon) 이를 좌시할 수 없다. 그들은 연합군을 결성하여, 기브온으로 진격한다. 이에 기브온은 급히 사람을 보내 여호수아에게 도움을 청하자, 여호수아는 야밤 행군을 하여 기습공격을 한다. 난리통에 5명의 왕들은 도주하여 동굴 속에 숨고, 이를 안 여호수아는 동굴 입구를 바윗돌로 막아버린다. 그리고 한참 뒤 기력이 쇠진해진 5명의 왕들을 동굴에서 끄집어내 죽이고, 그 시체를 나무 위에 걸어둔 뒤, 일몰 후에 동굴 앞에 시체들을 던져 버린다. 이 여세를 몰아 여호수아는 가나안 북부 지방을 모두 정복하고, 남부 지방도 정복한다. 이렇게 해서 가나안 지방 정복은 어느 정도 일단락된다.

무자비한 파괴의 신

He left no survivors. He totally destroyed all who breathed, just as the LORD, the God of Israel, had commanded.  여호수아는 한 명도 살려두지 아니하였다. 그는 이스라엘의 신이 명하신 대로, 숨 쉬는 모든 것을 진멸하였다. <여호수아 10장 40절>

전쟁을 하면, 군인만 죽는 게 아니다. 민간인의 죽음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적어도 명목상으로는 민간인 피해를 줄이려고 하는 게 원칙이다. 물론 말 뿐인 거지만.. 그런데, 이스라엘 군은 숨 쉬는 모든 이들을 완전히 파괴했다. 시체는 나무에 걸어두고, 일몰 후 시체를 던져 버린다. 남녀노소 구분 없이 사람들을 모두 도륙하여 성을 피로 물들인 뒤, 불태워 버린다. 인종청소, 대량학살이다.

그리고 위 구절에서 보듯이 이들은 신의 명령을 받아 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신은 전인류의 신이 아니라 "이스라엘만의 신" 이다. 우리가 흔히 듣는 자비, 인자, 평화, 용서하는 하나님이라는 말은 적어도 구약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구약 성경에 나온 신은 선하지 않다. 반대로, 무자비한 파괴의 신이다. 가나안 땅에 있는 원주민 모두를 죽이라고 한다. 마치 살육과 파괴를 명하는 어둠의 신 같은 느낌이다.

가나안 지역에 살던 사람들은 사실 이스라엘과 큰 원한 관계는 없었다. 출애굽기에서 여호수아에 이르는 성경을 찬찬히 읽어보면, 가나안에 살던 원주민들에 대한 비난이 별로 없다.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고작해야, 우상숭배를 하는 민족들이라거나 산 사람을 제물로 바치는 민족이라는 정도가 전부다.
 
야곱(Jacob) 이 가솔을 데리고 이집트로 떠난 지 몇 백 년이 흐른 시점이다. 야곱(Jacob) 의 후손들은 이집트에서 자리잡고 살았다. 한 두 세대만 지나도 그 땅에 동화되기 마련이다. 그들 역시 그랬을 거다. 선진국 이집트에 살던 야곱의 후손들은 가나안 민족들에 대해 그다지 관심도 없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파라오의 히브리인 차별 정책이 노골화되면서 그들은 들고 일어난다. 그러니까 히브리인들이 원한을 가진 상대는 가나안 원주민들이 아니라, 이집트 파라오다. 그리고 모세는 이집트에서 히브리인들을 규합하여 새로운 세력을 형성하였다. 문제는 이 신흥 세력이 권력에서 밀려났다는 것이다. 권력에서 밀려난 집단은 새로운 거주지를 찾아 나서기 마련.. 그들이 찍은 지역이 바로 가나안 땅이다. 민족이 이동하면, 그 민족은 원주민들을 몰아낸다. 히브리인만이 아니라, 서구 백인들 역시 그랬다. 아메리카 대륙과 호주 대륙에 살던 원주민들을 몰아내듯이 말이다. 말이 몰아내는 것이지, 학살이다. 이스라엘 역시도 이집트에서 이동하여 가나안 원주민을 학살하고, 자기들의 나라를 세운다.

여튼, 기독교의 여호와 하나님은 절대로 "선" 한 양반이 아니라는 것이다. 본인들 역시도 여호와는 질투의 신이라고 했다. 질투라는 감정이 가지고 있는 파괴성을 생각해 본다면, 확실이 기독교의 여호와는 온화함과는 거리가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