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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성경

사사기 2장 : 의(義) 와 이(利) 사이

by R.H. 2010. 4. 12.

세월이 흘러 여호수아 시대를 잘 모르는 세대에 이르니, 이스라엘인들은 다시 우상숭배를 한다. 그리고 이때부터 이스라엘인들은 가나안 원주민들에게 시달린다. 전쟁에 나가면, 계속해서 패하기만 할 뿐이다. 이에 사사들을 (Judges) 뽑아 어려운 시기를 그때그때 헤쳐나간다. 하지만 백성들은 사사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았고, 사사가 죽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우상숭배를 했다. 이를 보다 못한 신(Lord) 은 더 이상 이스라엘을 위험에서 구해주지 않겠다고 한다. 가나안 원주민들에게 고통 받음으로 스스로 깨달으라고 한 것. 이게 사사기 2장의 내용이다. 하나하나 자세히 들여다 보자.


구약에서 이스라엘인들이 망가질 때면, 언제나 등장하는 게 바로 우상숭배다. 이전 포스트에서 말했듯이, 우상숭배의 문제점은 개인의 이기심을 정당화 한다는 점이다. 개인의 욕심과 이익만을 채우려 든다면, 과연 누가 공동의 이익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것인가?  당연히 공동체는 흔들릴 수 밖에 없다.


You have chosen to serve the Lord. 너희가 야훼를 섬기기로 선택하였다. <여호수아 24장 22절>


모세는 대중과 약속(Covenant) 을 했다. 그게 십계명이다. 그리고 여호수아도 대중과 약속한다. 여호수아 24장을 자세히 읽어보면 알겠지만, 야훼를 선택한 것은 이스라엘 백성들이었다. 신과 이스라엘 백성의 관계는 일방적인 강요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그들의 "선택" 에 의한 계약 관계다.


그런데 사사 시대에 들어 대중들은 그 계약을 지키지 않는다. 그들이 계약을 지키지 않는다는 것은 우리 식으로 말하면, 헌법을 지키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들은 바알(Baal) 이라는 우상을 "선택" 한다. (십계명이 우리에게는 단순히 남의 종교 계율이지만, 그들 입장에서는 헌법이다.)


야훼를 선택해서 이스라엘인들 개인이 구체적으로 얻는 이익은 없다. 가나안 땅에 나라를 세우는 것이니까. 한마디로 야훼를 선택한 것은 그들 공동체를 존립하게 하는 그들의 원칙이다. 하지만, 바알(Baal) 이라는 우상을 선택했다는 것은 그들이 공동체의 원칙(혹은 약속) 보다 개인의 이익과 탐욕을 중요시 하기 시작했다는 말이다. 우상숭배는 기복신앙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전쟁에 나가면 패할 수 밖에 없다. 내 몸, 내 이익만을 중시하니, 그 누가 공동체를 위해 군역을 이행하려 하겠는가. 이리 빼고 저리 빼고, 행방불명자가 되고 하면서 군역을 기피할 것이다. 그리고 좀 조용해지면, 빠꼼히 나와서는 제 이익을 챙기니.. 그들이 연전 연패하는 것은 당연하다.


Yet they would not listen to their judges but prostituted themselves to other gods and worshiped them.  그들은 사사들의 말을 듣지 아니하고, 다른 신들을 음란이 좇아 그들을 섬기니..  <사사기 2장 17절>


뜻있는 사사들은 원칙의 중요성을 말하지만, 백성은 듣지 않는다. 그리고 제 이익만을 충족시키고자 한 그들의 선택은(기복신앙인 우상을 숭배하는 것) 결국 모두의 이익을 망가뜨리는 결과를 가져온다. 지혜로운 자의 충고를 듣고 깨닫지 못한 그들은 이제 적들의 억압을 겪은 후에야 배울 것이다. 부자로 만들어 주겠다고 하는 자를 선택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선택인가 하는 것을.. 이것이 과연 그들만의 어리석음일까.. 인간은 결국 고통을 몸소 체험해야만 배울 수 있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