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미드리뷰/엘워드

엘워드 4-7 Lesson number one : 역할 바꾸기

by R.H. 2009. 8. 14.

 



티나의 레슨 #1  


티나가 일하는 영화사는 제니의 책을 영화로 만들고 싶어한다. 그래서 영화사 사장은 티나 더러 책의 판권을 사오라고 하는데, 티나는 내키지가 않다. 자신은 지금 제니하고 잘 만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이 상황이 난처하기 때문이란다. 정확히 말하면 제니가 책에서 묘사한 '니나' 라는 캐릭터가 싫다. 이에 사장은 "회사에서 짤리는 것보다 난처할까?" 라며 티나 속을 긁어 놓더니, 정말로 벳이 배관공하고 바람났었냐고 히죽거린다. 티나는 "목수에요! 그리고 그건 픽션이라고요!" 라고 소리치며 흥분하는데... 티나, 먹고 사는 게 얼마나 곤욕스러운 것인지 배우고 있다. 직장 생활이 얼마나 구질구질 한지를 배우고 있는 것이다.  

  


지금 티나는 제니를 밟아 버리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그런데 회사에서 짤리지 않으려면 제니에게서 판권을 사야 한다. 그래서 제니의 책을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면서 억지 웃음을 짓고 있다. 이건 1시즌에서 벳이 피바디 여사 앞에서 하던 아부 행동이다. 티나는 바깥 생활이 겉보기와 달리 아부의 연속이라는 걸 배우고 있다. 그리고 벳이 자신에게 털어놓지 않았던 부분을 체험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벳의 레슨 #1 

  


죠디: Everything is desire. 

벳 :No, desire can't be everything. There are responsibilities.




행복한 아침을 맞은 죠디와 벳, 그런데 이 두 사람이 중요시하는 가치관이 다르다는 게 나타난다. 지난 4-6 에피에서 아이들이 일에 방해가 돼서 싫다는 조디의 말에 벳은 매우 기분 상해한다. 그리고 이번 에피에도 계속해서 두 사람의 가치관 차이들이 나온다. 



죠디는 바람처럼 떠도는 유목민 같은 사람이라면, 벳은 한 곳에 정착하는 가부장적 질서를 추구하는 농경민 같은 사람이다. 필리스의 집에서 나오는 장면도 마찬가지다. 죠디는 자신이 일부일처제로는 절대 살 수 없다는 것을 이전의 경험에서 알았다고 한다. 그리고 벳은 매우 당혹스러워한다. 

  


벳에게 일부일처제는 논란의 단어가 아니라, 당연한 단어다. 죠디가 자유분방함을 추구하는 사람인 건 알았지만, 저렇게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이 일부일처제는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태도에 놀라는 것이다. 우리는 자신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면, 남도 당연하다고 생각할 것이라 여기곤 한다. 그런데 다른 사람은 그것이 당연하다고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는 걸 알면 당황한다.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금 벳이 그러하다. 

  


벳은 죠디를 통해 레슨을 받고 있는 걸까? 누군가에게 맞춘다는 게 얼마나 어렵다는 걸 알게 되고, 동시에 티나가 얼마나 자신에게 맞추어 주었다는 걸 깨닫게 되는 과정인 걸까? 또 자신과 가치관을 공유하는 사람을 만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게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벳은 바람둥이 자질이 다분하고, 여러 여자 만난 것도 사실이지만, 적어도 티나와 8년간의 생활 동안에는 일부일처제에 충실했다. 그리고 티나 역시 그러했다. 

  


일부일처제라는 단어는 벳을 규정하는 단어다. 이것은 벳을 표현하는 전부일 수도 있다. 벳은 이 단어를 절대 포기할 수 없다. 이 단어를 포기한다는 것은 자신을 포기한다는 말이다. 벳이 포기 할 수 없다면 죠디가 자유 연애 사상이라는 단어를 포기해야 한다. 그런데 죠디 역시 자신의 단어를 포기 할 수 없다. 이 이야기는 따로 죠디 캐릭터를 이야기 하면서 하기로 하겠다.

 

 

역할 바꾸기 놀이  



이번 에피를 보면 티나와 벳의 역할이 1시즌과 다르다는 것이 뚜렷이 보인다. 티나는 사회 생활을 하면서 먹고 사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배우고 있고(이전의 벳 역할), 벳은 아내 역할을 하면서 상대에게 맞춰주는 게 얼마나 어려운 건지 배우고 있다.(이전의 티나 역할) 

 


물론 벳은 지금도 사회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런데 제작진은 의도적으로 벳을 아내의 위치에 배치 시킨다. 이번 에피 시작 부분의 죠디와 벳의 섹스 장면에서 벳의 위치, 그리고  죠디가 하는 말 "I wanna be inside you." 그리고 이런 죠디의 상위 위치와 행동을 자연스레 받아들이는 벳. 죠디는 남자의 역할을, 벳은 여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 분명하게 표현되어 있다. 더군다나 죠디는 수화를 하기에 위의 사진처럼 눈에 보이게 묘사되어 있다. 이 밖에도 화면의 구도와 배치에서 죠디는 벳보다 우월한 위치에 있는데, 일일이 끄집어 내기 귀찮으므로 생략. 

  


그런데 죠디, 한 걸음 물러나 양보했다. 죠디는 아침에 벳이 속삭인 말을 알아들었던 것이다. 

  


묶어 놓을(tied down) 수 없는 인간형인 죠디와 함께 묶여 살기를 원하는 인간형인 벳. 과연 이 두 사람이 공통된 지점을 찾을 수 있을까. 이처럼 가치관이 차이가 뚜렷한 경우, 누군가 한 명이 자신을 포기해야 한다. 자신의 목소리를 버리고 상대의 세계로 들어가야 한다. 그런데 벳과 죠디. 과연 이 두 독불 장군들이 자신을 포기할 것인가? 여하튼 벳은 티나가 얼마나 자신을 위해 많은 것을 희생 했는지 좀 느껴야 한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