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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리뷰/엘워드

엘워드 3시즌 티나 : 내가 누구냐?

by R.H. 2009. 8. 19.



최초 작성일 2008-10-11 13:49:35



3시즌은 티나에게 큰 변화의 시기다. 물론 1시즌 벳의 배신과 2시즌에서의 임신과 출산, 벳과의 별거 생활 등으로 계속되는 변화를 겪어왔다. 그런데 이번 3시즌은 이전과는 조금 다른 자아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3시즌에서 티나와 벳의 가장 큰 장애물은 벳의 실직에서 비롯된 경제적 어려움이다. 갈등의 시작은 여기서부터다. 티나의 속물 근성은 분명하다. 벳이 실직하지 않았다면 티나는 벳과의 관계를 큰 고민 없이 유지했을 것이다. 말싸움에서 대체로 져주고, 벳의 못된 습관 (자기 말이 먼저, 자기 일이 우선)도 귀엽게 받아 넘겨줬을 것이다.



그런데 벳은 성격이 눈치가 없어서 그런지, 자신의 경제 상황에도 무디다. 도대체가 씀씀이를 줄일 줄을 모른다. 고급 레스토랑에서 최소 500불이 넘고도 남을 만한 식대를 자신이 쏜다고 거리낌 없이 카드를 내민다. 물론, 한도액 초과로 망신만 당한다.



티나는 속물이 맞다. 벳이 경제적 어려움에 처하지 않았다면 티나는 자아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지도, 고민해 보지도 않았을 거다. 약간 생각해보다 가도 "자아가 그렇게 중요한가? 난 지금 행복하잖아. 저렇게 멋진 사람이 내 배우자 인걸. 이거면 충분하지 뭘 더 바라겠어.",라고 스스로에게 말하고 말았을 것이다.



고난의 시기는 스스로에 대한 성찰의 시간을 준다. 벳이 비꼬듯이 티나에게 있어서 벳과의 지난 시간들이 새로운 삶에 방식에 대한 호기심과 장난은 아니었다. 분명 그녀는 벳을 사랑했다. 다만 티나는 자신의 자아 정체성에 대한 고민 없이 벳과 10년의 세월을 함께했다. 그녀가 벳과 함께한 이유는 그녀의 정체성 때문이 아니라 벳 자체를 사랑했기 때문이다. 아마도 벳이 외계인이었다 해도, 티나는 벳과 함께 했을 것이다. 티나가 벳을 사랑하는 것은 변함이 없다.


그런데 경제적 어려움에 처하면서 그들의 사랑과 행복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티나는 혼란스럽다. 단순히 경제적 어려움 때문인가? 아니면 자신의  정체성 때문인가? 그리고 스스로에게 묻기 시작한다. 나는 누구인가?



티나는 다른 남자를 만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실험 해본다. 우선은 사이버 공간에서 실험을 해본다. 그리고는 조쉬라는 프로듀서와 관계를 맺어보려 한다. 그런데 조쉬의 입방정이 이 실험을 망친다. 티나는 자신이 누구인지 스스로 규정하려 시도하고 있다. 그런데 조쉬는 당신은 이러이러한 사람이라는 식으로 티나를 "규정"한다. 그래서 이들의 관계는 파토 난다. 그리고 만난 이혼남 헨리. 4시즌에서 그와의 삶을 살면서 본격적인 실험에 돌입한다.



1시즌에서 벳의 불륜을 주변인들이 이해 못한다. 어떻게 티나같은 마누라를 두고 캔디스 같이 촌시럽고 투박한 사람하고 바람을 피냐면서 말이다. 나이 들어 바람 피면 관용을 바라기 어렵다. 그래도 시청자들은 벳을 이해해줬다. 벳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같이 지켜봤기 때문이다. 또한 제니의 방황도 어느 정도 이해해줬다. 심각하게 똘아이 행동을 할 때는 보기 거북스럽기 짝이 없지만, 그녀가 겪었던 어린 시절 고통과 여러 인간 관계들 속에서 버림받는 모습을 보면서 그래도 토닥토닥 해줬다. 



그런데 티나는? 나이 들어 바람나서 관용도 바라지 못하고, 그녀 내면의 정체성 혼란이 명확하게 표현되지도 않은데다가 벳이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상황인지라, 티나의 행동은 주변의 이해도 못 받고, 속물이라고 비난만 받게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