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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리뷰/엘워드

엘워드 6시즌 맥스 : 자기 계급의 배반

by R.H. 2009. 8. 19.



최초 작성일 2009-02-22 16:29:31




맥스. 불편하다. 아니, 불편함을 넘어서 흉하다. 6시즌의 맥스 이야기가 불편하지 않다고 여긴다면 당신은 진정 대인배. 단언컨대, 이번 시즌에서 맥스 캐릭터를 달가워 할 시청자는 단 한 명도 없다. 제작진은 바보가 아니다. 캐릭터를 이런 식으로 만들면 자신들이 욕 처먹을 것을 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이런 불편한 설정을 고집했을까? 욕 먹을지언정 이 이야기를 꼭 하고 말겠다는 제작진의 의지가 엿보이지 않는가? 좋다. 그렇다면 그 이야기를 들어보자.



맥스는 자신의 성 정체성을 부정한다. 그리고 제작진은 이를 비난한다. 이건 모두가 아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게 전부는 아니다. 맥스는 첫 등장부터 불편했다. 그런데 사실 엘워드라는 드라마 자체가 원래 불편하다. 왜냐하면 엘워드는 다른 성 정체성을 이야기 하기 때문이다.(그럼에도 엘워드가 6시즌까지 올 수 있었던 이유는 이것만이 아닌 다른 이야기들을 하기 때문이다. 기회가 된다면 이 이야기를 나중에 해보기로 한다.)



그런데 왜 맥스는 유독 불편한가? 이는 맥스라는 캐릭터는 다른 성 정체성만이 아니라, 다른 계급이라는 문제를 드라마 속으로 끌고 들어왔기 때문이다. 사실 세상에서 제일 불편한 것은 성의 다름이 아니라, 계급의 다름이다. 따라서 맥스라는 캐릭터를 이야기 할 때는 성이라는 단어보다 계급이라는 단어에 포커스를 두어야 한다. 이렇게 본다면 제작진이 비난하는 것은 맥스의 성전환이 아니라 자기 계급의 배반이다. 맥스를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계급 이야기를 깔고 시작해야 할 것 같다.



우리는 많이 가진 자가 (지식, 권력, 돈. 어떤 형태로든) 덜 가진 자를 옹호하고 대변해주는 것을 노블리스 오블리주라고 부른다. 그리고 주류가 비주류의 이야기를 참을성 있게 들어주는 것을 관용이라 한다.



그런데 반대로 못 가진 자가 가진 자를 대변해주는 것을 아부, 우스꽝스러움, 천박함 이라고 한다. 지하 셋방에 살면서 공병 수거로 생계를 이어가는 노인네가 최저 임금을 깎고, 상속세를 줄이려는 정당을 지지하는 현상을 무엇이라 보는가? 이것을 고상한 관용이라고 부를 사람은 아무도 없다. 어리석고, 우스꽝스러우며, 흉하다고 밖에. (그러고 보면 관용은 미덕이라기보다 가진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인 듯하다.)



상위 계급이 하위 계급을 대변해주려는 노력은 공동체 의식과 관련된 이타심이다. 반면에 하위 계급의 상위 계급 앞잡이 노릇은 개인적인 욕망 성취라는 이기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두부류는 다른 계급을 대변한다는 점에서는 유사하지만, 그 성격은 천지 차이인 것이다. 구체적인 예를  보자.



1시즌에서 벳과 티비 토론을 벌였던 페이 버클리. 알고 보니 그녀의 가정은 엉망진창이었다. 가정 폭력과 학대에 시달린 그녀의 딸은 가출하여 거리에서 몸을 팔고, 음란 비디오에 출연한다. 그런데 페이 버클리는 되려 반여성주의 선봉대에 서서 자신과 딸(여성 계급) 을 옥죄는 계급을 대변한다. 페이 버클리의 행동은 자기 부정, 자기 모순, 자기 계급 배반의 대표적인 모습이다. 이런 예는 드라마가 아닌 현실에서 넘쳐 난다. 



얼마 전 미국 공화당 부통령 후보였던 여자를 기억하는가? 최초의 여성 부통령 후보였음에도 미국의 여성단체들은 지지하지도 않았고, 되려 거부 반응을 일으켰다는 신문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아마도 그녀는 자신의 외적 여성성을 영악하게 극대화 시키면서 동시에 자신이 속한 계급(여성)을 옥죄는 정책에 선봉을 섰기 때문인 듯하다.



한국에도 있다. 어느 미녀 여성 국회의원은 일본의 자위대 창설 기념식에 참석했다. 같은 여성 계급이 위안부로 고통 받았다는 사실은 외면하고, 자신의 외적 여성성은 제대로 활용하고, 자신의 계급을 억압하는 계급의 손과 발이 되어주고.. 코메디도 이런 코메디가 없다.



맥스는 적어도 여성성을 포기라도 한다. 그런데 이들은 자신의 여성성을 활용하면서 지배 계급의 앞잡이 노릇을 한다. 자신들이 필요할 때만 여자라는 것을 내세우는 얌체 말이다. 맥스가 흉하다고 생각하는가? 이들은 맥스보다 100만배 더 흉하다.



이것은 여성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일제시대 일본 앞잡이들 역시 자신의 계급을 배반한 대표적인 족속들이다. 어른들의 말을 들어보면 일본인보다 일본인 앞잡이 노릇을 한 조선놈들이 더 극악스럽고 악독했다고 한다. 이것이 바로 자신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이들의 대표적인 특징이다. 자신의 진짜를 감추기 위한 우스꽝스런 과잉 충성, 오버 액션 말이다.



정치성향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집안에 월북한 사람이라도 있을 치면, 되려 빨갱이는 찢어 죽여야 한다고 방방 뛰고, 엄한 사람 잡아서 빨갱이라고 뒤집어 씌운다. 자신의 진짜를 감추기 위해 사람들의 시선을 다른 쪽으로 돌리고 싶어서 하는 행동이다. 그런데 더 티가 난다는. 참 안쓰러운 사람들이다.



맥스가 불편하다고? 나는 위에서 열거한 현실의 자기 부정 인간들을 봐주기가 더 불편하다. 맥스의 자기 부정은 젠더가 아닌 계급에 포커스를 두어야 한다. 왜냐하면 이번 시즌에 등장하는 힛클럽의 새로운 DJ 역시 트랜스 젠더인 듯하다. 그런데 이 양반에게는 호의적인 반응을 보인다. 다시 말해 제작진은 트랜스 젠더를 비난하는 건 아닌 듯 하다. 물론 이것을 여성성을 찬양하고, 남성성을 비난한다고 해석 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이 역시 계급의 잣대로 봐야 한다고 본다.



맥스가 바꾸고 싶은 것은 성만이 아니라 계급인 것이다. 그런데 위에서 말한 대로 하위 계급이 상위 계급에 비집고 들어가고 싶어하는 열망은 개인적 이기심에서 비롯한 처절한 우스꽝스러움이다. 그래서 제작진은 맥스를 표현하면서 흉하다고 대놓고 말하는 것이다. 반대로 힛 클럽의 DJ 는 주류에서 비주류로의 이동이기에 호의적으로 대하는 것이다.



그녀들이 말하는 건 이것 아닐까? 우리는 무엇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가. 무엇을 위해 우리의 에너지를 쏟을 것인가. 상위 계급과 하위 계급, 지배 계급과 피지배 계급, 주류층과 비주류층의 간극을 줄이려고 노력하자. 상위 계급, 지배 계급, 주류층으로 편입되고자 하는 노력은 결국 기득권을 얻어서 휘두르고 싶다는 흉한 이기심에 불과한 것이기에... ( 제작진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뭔지 생각해보고, 그분들의 관점에서 맥스의 이야기를 풀어 써보기는 했습니다만, 맥스 이야기를 시청자로서 들어주기가 힘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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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의 비주류 포용과 관용의 이야기가 나온 김에 이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모든 인간은 이기적입니다. 그래서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행동하지요. 이것은 인간의 타고난 특성입니다. 그리고 동시에 이것이 우리가 인간이라는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인간의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혹은 윤회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완전한 이타심을 발휘해야 합니다. 혹은 희생이라고도 할 수 있죠. 저의 짧은 생각으로는 나와 이해 관계가 없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참을성 있게 들어주고, 옹호해주고, 때론 대변해 주는 것이 그것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왜 이런 쓰잘데기 없는 말을 늘어놓느냐고요? 제니퍼 빌즈라는 배우 분을 한번 칭찬해 보고 싶었습니다. 헤헤. 그녀는 자신과 이해 관계가 없는 비주류 커뮤니티를 옹호하고 대변해 주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분명 누군가는 그녀를 의심(?) 하겠지요. 음흉한 눈빛으로 말입니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지요. 기부하는 사람을 욕하고, 소외 계층을 위해 자신을 헌신하는 사람을 겉 멋 든 사람이라고 비아냥 거리고, 봉사를 좋아하는 사람을 자기 만족을 위해 하는 거라고 폄하하는 세상이지 말입니다.



이타심과 희생정신이 의심받고, 비웃음 받는 극악스러운 세상. 지치시나요? 선한 마음가짐을 가진 사람을 지쳐 떨어지게 만드는 세상 맞지요. 가끔은 이 극악스럽고 흉한 마음을 가진 이들이 설치는 이곳에 진저리가 날 겁니다. 그래도 포기는 마세요. 결국은 선함과 관용이 이길 것이라는 믿음을 저버리지 마세요. 제니퍼 이모님을 보면서 말입니다.^^  얼마 전 그녀의 인터뷰 기사를 봤는데요. 인터뷰 말미에서 앞으로 계획을 묻는 말에 이런 말을 하시더군요.



I’ve learned that I’ll never see what’s coming...I can try to plan, but the universe has other ideas... I think the universe will serve something up to me, but I don’t know what it will be.



“무슨 일이 나에게 일어날지 절대 알 수 없다는 걸 배웠습니다. 내가 계획을 세울 수는 있어요. 하지만 운명(우주)은 다른 계획을 가지고 있지요.운명(우주)은 나에게 무언가를 보여 줄 거에요. 하지만 그게 무엇일지는 알 수 없죠.”



저하고 인생관이 비슷하신 듯. 한 수 읊으셨으니 저 역시도 한 수 읊고 싶으나 실력이 모자라는 관계로 주워들은 인용시 하나 적는 걸로 마무리 하겠습니다.




너의 길을 가되 두려워 말라. 

믿음의 자식이여...

세상을 만드신 분은 그 손 안에 

세상과 우리를 영원히 쥐고 있으니. 

그가 써 놓은 것은 네가 바꿀 수 없으며, 

그가 쓰지 않은 것은 쓰여질 수 없느니라. 

가벼운 마음으로 걷고 아무 것도 걱정하지 말라. 

모든 것을 그 분께 맡겨라. 

누가 무엇을 하던지 두려워 말고, 슬픔에 흐느끼지 말라. 

특히 무엇을 계획하지 말라, 그 분이 모든 것을 준비해 놓으셨으니... 

                                                                  <<아라비안 나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