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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리뷰/로스트

로스트 6-5 Lighthouse : 아들은 아버지가 된다

by R.H. 2010. 3. 1.


<주의! 스포일러>
 
삶이라는 무대 위에 서있는 인간..

"It;s hard to watch and be unable to help" (도와주지도 못한 채 지켜만 보는 건 힘든 일이죠.)
 
잭의 아들은 피아노 연주회의 후보자다. 이를 뒤늦게 안 잭은 연주회장으로 달려가는데.. 무대 위에서 연주하는 아들을 지켜보는 잭. 도겐의 말처럼, 아버지가 무대 위의 아들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건 없다. 아들이 무대 위에서 엄청난 중압감을 받고, 긴장에 떨고, 실수를 저지르는 것을 단지 지켜 볼 수 밖에.. 아들이 안쓰럽다고 해서, 아버지가 무대 위로 뛰어 올라가 대신 해 줄 수는 없는 것이다. 이게 룰이다. 그리고 섬으로 장면 이동.

He's been watching us, the whole time, all of us. (그는 우리 모두를 항상 지켜보고 있었어.)

잭은(인간) 제이콥(신) 이 탑에서 후보자들의 삶을 지켜 봤다는 사실을 안다. 도대체 제이콥이 원하는 게 무엇인가? 이 모든 게 제이콥의 농간이었던가.. 잭은 분노한다.
 
플래쉬 사이드웨이에서 보여주는 잭과 데이빗의 관계는 제이콥과 후보자들 관계의 축소판이다. 잭은 데이빗이 무사히 연주를 마치길 바란다. 그것은 아들 데이빗의 성장과정이다. 궁극적으로 잭이 데이빗에게 바라는 것은 성장이다. 제대로 된 어른이 되는 것. 그리고 데이빗이 언젠가는 아버지가 되는 것. 이것이 아버지 잭이 아들 데이빗에게 바라는 바다.

제이콥 역시 잭을 지켜만 봤다. 잭이 그간 겪었던 리더로서의 중압감, 고통, 그리고 수많은 실수들... 잭은 세상이라는 무대 위에서 삶이라는 연주를 하고 있었고, 제이콥은 이를 보고만 있었다.

He can't be told what that is. He's gotta find it himself.

이번에도 제이콥은 손 놓고 지켜만 본다. 제이콥의 말처럼, 때론 이래라 저래라 직접 코치해 줄 수도 있지만, 어쩔 땐, 아니 가장 중요한 순간에는 당사자 스스로가 깨달아야 한다. 복잡한 마음에 파도만 바라보는 잭은 이제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한다.


"주인과 종" or "아버지와 아들"
 
제이콥과 후보자들의 관계는 무엇일까? 섬에서 제이콥은 신이다. 그리고 후보자들은 인간이다. 신과 인간의 관계.. 이는 성경에서조차도 일관성이 없다. 어쩔 땐 주인님(Lord) 이라고 부르고, 어쩔 땐 하늘에 계신 아버지(Heavenly Father) 라고 하기도 한다. 전자와 후자는 완전히 다르다.

신이 우리의 주인이라면, 우리는 노예다. 노예라면, 설령 죽어서 천국을 간다 한들 뭔 소용. 천국 가서 돌무더기나 나르는 노예일 테니.. 기껏 해봐야, 주인님의 이쁨 받는 노예? 어쨌든 노예의 본분은 주인(신)을 두려워하고, 명령에 복종하는 것이다.

하지만, 신이 우리의 아버지라면, 우리는 신의 자식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아버지(신)을 두려워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해야 한다. 아버지는(신) 자식이 아버지를 두려워하여 멀리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를 이해하고 다가와 주길 바랄 것이다. 무엇보다도 아들이 어엿한 어른이 되길 바란다. 그리고 어른이 된 아들은 이제 아버지가 되어야 한다.
 
잭 : How do you know David isn't terrified of you? (데이빗이 널(잭) 두려워 한다면?)
잭 엄마 : Why would he be? (왜 그러겠어요?)

잭은 아버지가 무서웠다고 말한다. 그러자 어머니는 말한다. 데이빗 역시 잭을 두려워 한다면? 이에 잭은 그럴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한다. 잭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잭의 아버지 역시 그랬을 것이다. 잭이 아버지를 두려워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고.. 잭은 아버지에게 말조차 제대로 걸지 않았던 듯 하다. 아버지가 잭에게서 한 단어 이상을 말을 들으면 운이 좋았다고 여겼을 정도니... 한마디로 지금 데이빗의 모습은 바로 잭이 자신의 아버지에게 대했던 행동이다. 그리고 잭은 아버지가 된 후에야 자신의 아버지 심정을 이해했을 것이다.

로스트가 신과 인간의 관계를 아버지와 아들로 설정했다면, 이 둘 사이에 있어야 하는 감정은 두려움이 아니라, 이해일 것이다. 두려움은 주인에 대한 노예의 감정일 테니..

제이콥은 죽었다. 그리고 자신을 대신할 후계자를 찾고 있다. 로스트에 나온 모든 인간 군상들은 아버지와 문제를 일으키던 아들들이다. 이들은 죽어 마땅한 아버지는 죽였고, 이해해야 할 아버지는 이해했다. 이제 이 아들들에게 남은 숙제는 자신들이 아버지가 되는 것이다. 누가 제이콥의 자리를 차지할지는 계속해서 지켜보기로..


결말에 대해

What if we time traveled again to like dinosaur times, and then we died and then we got buried here? What if these skeletons are us? (만약 우리가 공룡 시대로 시간여행을 다시 한다면? 그래서 죽어서 여기에 묻힌다면? 이 해골들이 우리라면?)

헐리의 말을 봤을 때, 아무래도 이들은 다시 시간여행을 해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야 할 듯하다. 결말이 앞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특이한 방식이려나.. 여튼,

로스트의 결말은 사실 꿈에서 깨어나는 게 제일 합당하다. (혹은 의식불명 상태에서 깨어나거나..) 사실, 이런 류의 이야기들은 다 이런 분위기로 끝났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도 그랬고, 오픈 유어 아이도 그랬다. 프리즈너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매트릭스는 결말 뭐 있었나? 누군가는 매트릭스에서 깨어나고, 누군가는 계속 그 안에서 자고 있는 거지..

그런데 로스트가 6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너무 많은 사람들 코 꿰어 여기까지 오다 보니... 이런 결말을 내기가 힘들어질 듯. 개인적으로 추측을 좀 한다면, 배틀스타 갈락티카 식의 결말이 되지 않을까 한다. (배틀스타 갈락티카 결말을 여기서 말하면, 스포가 될 테니 말하면 안 되겠죠?) 여튼, 계속 지켜보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