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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리뷰/로스트

로스트 6-1,2 : LA X

by R.H. 2010. 2. 6.
드디어 로스트의 마지막인 6시즌 시작했습니다. 기승전결의 "결" 부분이기에 당연히 미스테리를 해결해주고, 흩어진 이야기들을 정리해 줄 것이라 예상했지만, 되려 새로운 이야기를 풀어놨으니.. 미스테리를 모두 해결해 줄 거라는 기대는 접어야겠군요. 이젠 어떤 미스테리들이 해결 안 되었는지 잘 기억도 안 날 지경입니다. 여튼, 또 주절주절 들어갑니다.

<주의, 강력 스포일러> 

1-1 에서의 펜. 이 때도 펜을 사용하진 않았다.

이것은...
 
이번 LA X편에서 오세아닉 비행기는 섬에 추락하지 않는다. 그런데 비행기 안에서는 어디선가 많이 본 모습들이 나타난다.
 
숨이 막혀 실신한
 사람에게 달려 온 잭은 "펜" 을 찾는다. 하지만 잭은 펜을 구하지 못하고, 자신의 손으로 찰리를 살려낸다. 1시즌 1회에서 비행기가 섬에 추락했을 때는 로즈가 숨을 쉬지 못하고 실신해 있었다. 이때도 잭은 "펜" 을 필요로 하지만, 제 때 구하지는 못한다. 그리고 로즈를 인공호흡으로 살려냈다.

"You're not pulling my leg?"  
워크아바웃 이야기를 들려주는 로크에게 분은 웃으며 말한다.
"날 놀리는 거 아니죠?" 라는 의미인데, 문장을 있는 그래도 해석하면, "내 다리를 잡아 당기려는 거 아니죠?" 라는 말이다. 섬에서 분은 로크 따라 다니다 절벽에서 추락해 몸이 엉망진창이 되었다. 특히 분의 다리는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서, 잭이 마취도 없이 잘라내려고 했었다. (pull leg)

"Have a clucky-cluck day, mate."
헐리가 아츠에게 자신의 치킨 가게 광고를 호주 발음으로 들려주는 말이다. 잘 들어보면, "day, mate" 이 부분은 [다이마이트]라고 들린다. 아츠는 섬에서 [다이나마이트] 때문에 황천길에 올랐다. 로스트에서는 말장난을 꽤 한다. 위의 분 대사도 그렇고, 이전에 나온 lockdown, ihope 등등..

"단추 채아라." 는 설명할 필요도 없다. 잭의 목에 난 상처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앞으로 6시즌의 전반적인 전개가 이런 식일 듯 하다.
이번에 공개된 6시즌 에피소드 제목들만 봐도 그렇다.
과거에 이미 일어난 일들이 조금씩 다른 형태로 일어나는 것.

 
6-3 What Kate does            2-9  What Kate did
6-6 Sundown                    2-17 Lockdown
6-12 Everybody Loves Hugo  2-4  Everybody Hates Hugo

또한, 잭은 로크에게 되돌릴 수 없는 것은 없다면서 자신의 병원에 들르라고 한다. 어쩌면, 섬 밖에서 로크는 다시 걸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된다면, 섬에서 제이콥의 은총(믿음)으로 걸을 수 있게 된 것과 달리 섬 밖에서 잭의 수술(과학) 로 걷게 되겠지만...

로크 : 이대로 끝인가..

로크는 확실히 변했다. 단순히 변한 게 아니라 막강 파워 검은 연기로..

로스트에서 운명과 자유의지의 대결은 핵심 주제 가운데 하나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제이콥은 운명을 대변한다. 그래서 섬 원주민(디아더스) 들은 제이콥을 맹목적으로 추종한다. 그렇다면, 제이콥의 적대자(검은 옷, 혹은 검은 연기) 는 자유의지를 대변한다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래서 검은 연기(로크)는 제이콥 추종자인 리차드에게 체인에서 벗어나서 만났다는 말을 한다. 리차드는 제이콥(운명)에 얽매인 사람이었고.. 게다가 제이콥 보디가드(이라나 일행) 들에게 "가도 된다. 니들은 이제 자유다." 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그가 석상 밖에 나와서 사람들에게 "너희 모두에게 실망이다." 라는 말은 무슨 의미일까? 어쩌면, 스스로 자유로운 결정을 하지 않고, 제이콥, 리차드, 벤, 로크.. 등등 지도자를 앞세워 이리저리 휘둘리는 니들 실망이다, 이런 뜻으로 해석 할 수도 있다. 순전히 개인적인 추측일 뿐이다.


이건 그냥 하는 말인데.. 체스 게임에는 독특한 법칙이 있다. 폰(pawn, 장기의 졸)이 죽지 않고 적진 끝까지 도달하면, 다른 말로 바꿀 수 있다. 보통 상하 좌우 대각선 자유자재로 체스판을 휘저으며 움직일 수 있는 막강 파워 퀸(Queen) 으로 바꾼다. 로크는 가장 별볼일 없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지금 변한 로크는 체스에서 폰이 막강 파워를 가진 말로 변한 것과 비슷하다. 여하튼, 가장 불쌍한 아저씨가 실컷 이용만 당하고 끝난 건가... 개인적으로 좀 씁쓸..

또한, 폰은 앞으로 전진만 할 수 있다. 후진을 못한다. 폰은 한 번 앞으로 나가면, 다시는 본진(Home)으로 돌아 올 수 없다. 로크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하지 않은 유일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검은 연기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폰이 다른 말로 바뀌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거고..

그건 그렇고, 검은 연기가 단순히 시체가 필요해서 로크를 이용한 건 아닌 듯 하다. 섬에 널린 게 시체니까. 검은 연기가 로크를 이용한 이유는 로크만이 섬 밖의 삶이 비루하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로크는 섬 밖의 삶을 완전히 포기했다는 건데...

이 부분에 대한 답은
헐리가 지하 사원에서 발견한 키에르케고르의 "Fear and Trembling" (공포와 전율) 라는 책에 혹시 있을지도.. 안 읽어봐서 자세한 건 모르겠지만, 사전에는 <1843년에 덴마크의 키에르케고르가 기독교에 들어설 신앙적 기사(騎士)로서의 체험을 시도하여 지은 책. 윤리적인 것, 일반적인 것을 뛰어넘어 공포와 전율에 찬 단독자(單獨者)의 길이 신앙의 본령임을 제기하여, 신앙의 단독성·역리성(逆理性)을 밝혔다.> 라고 나와있다. 6시즌 권장도서인 듯.

잭 :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 하는가?

과연 잭이 핵폭탄을 터트린 게 모든 잘못 된 것을 바로잡을 수 있는 방법이었을까?
잭은 분명 목적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 목적은 어느 정도 옳다. 하지만 그가 목적을 이루기 위해 사용하는 수단은 핵폭탄이었다.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위험하고도 무시무시한 물건. 인류의 종말을 이야기할 때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물건..
그런데 잭은 핵폭탄을 이용해서 자신의 목적을 이루려 한다.

잠시, 좋은 이야기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자.
단순히 재미만 있으면 좋은 이야기가 되는 걸까? 재미는 사람들을 이야기에 붙잡아 두는 중요한 요소지만, 이것만으로 좋은 이야기라고 해 줄 수는 없다. 재미있는 소재는 이야기의 주제를 드러내는 도구에 불과한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야기의 메세지다.

그렇다고 해서 억지로 좋은 메세지를 넣으면, 되려 역효과만 난다. 권선징악 메세지는
어린이용 이야기에서나 써먹을 수 있는 것이지, 어른용 이야기에는 이거 안 먹힌다. 어설프게 교훈적 메세지를 넣었다가는 누굴 가르치려 드냐, 유치하다는 등의 욕이나 먹는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적어도 나쁜 메세지를 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앞으로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로스트가 괜찮은 이야기로 마무리 되기 위해서는 "잭이 핵폭탄을 터트려 모든 것을 올바르게 되돌려 놓는다." 는 결론은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러면 목적을 위해 수단이 어떤 것이어도 상관없다는 무시무시한 메세지가 되버린다. 목적을 위해 좋지 않은 수단을 쓰는 것에 대해 고민하는 것을 1-21 에피 The Greater Good 에서처럼 보여줄 수는 있어도, '이래도 된다.' 는 메세지가 되면 곤란하다는 것이다. 이럴바에야 차라리 잭이 핵폭탄을 터트렸기 때문에, 그들이 영원히 섬에 갇히는 엔딩으로 끝나는 게 낫다.

"You should've let that happen, man." [그냥 내버려 뒀어야 했어.]

핵 포탄을 터트린 잭을 비난하는 소이어. 그리고 장면 전환. 저 위의 말은 비행기에서 찰리가 잭에게 하는 말이다. 복선과도 같은 찰리의 말을 봤을 때, 로스트라는 이야기를 만든 사람들이 잘못된 메세지를 보낼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도 혹시나 The 4400처럼 위험한 결말을 낼까하는 노파심이 들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