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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리뷰/로스트

로스트 5시즌 마지막회 (4) : 로즈와 버나드

by R.H. 2010. 1. 24.


<스포일러 주의>

이 섬에 추락한 사람들은 무언가를 잃어버린(lost) 사람들이다. 제아무리 사소한 물건이라도 잃어버리면 우리는 안절부절 못한다. 마찬가지로 이들이 안절부절 못 하고, 제정신이 아닌 행동들을 하는 것은 그들이 삶에서 가장 소중한 무언가(혹은 누군가) 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악세사리 하나만 없어져도 신경질 나고 짜증나는 게 사람이다. 전에 결혼반지를 잃어버린 선화가 사방팔방을 뒤지는 소란을 피운 것처럼 말이다. 반지 좀 잃어버리면 어떤가? 그거 잃어버린다고 해서 진수를 진짜 잃어버리는 건 아니건만... 하물며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잃어버린다면? 그래서 그들 모두는 신경질 내고, 짜증내고, 집착하고, 서로에게 화풀이 해 댄다.

그런데 로즈와 버나드는 딱히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이들은 로스트 캐릭터 가운데 유일하게 서로를 소망하고, 사랑하고, 믿는다. 서로를 믿지 못하는 다른 커플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비행기가 두 동강 나서 추락하여, 로즈와 버나드는 생사를 모른 채 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로즈는 단 한 순간도 버나드의 생존을 의심해 본 적이 없다. 게다가 로즈는 평안해 보였다. 몸이 떨여져 있어도, 그의 생사를 몰라도, 그녀가 이처럼 평온했던 것은 버나드를 완전히 믿었기 때문이다. 

버나드 : We just care about being together. That's all that matters in the end.

로즈와 버나드가 원하는 것은 단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것 뿐이다. 잭의 폭탄으로 다 죽을 수도 있다는 말에, 죽으면 죽는 거라고 말하는 버나드… 로즈와 버나드가 자신들만 아는 이기주의자여서도, 삶을 포기한 비관주의자여서도 그런 게 아니라는 것은 그들도 알고 우리도 안다. 
 
버나드의 말처럼, 서로 함께 있는 것. 이것이 결국에는 중요한 것 아니겠는가. 그런데 이번 에피에서 줄리엣은 "사랑한다는 것이 꼭 함께 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라는 어리석은 말을 한다. 분명 로즈와 버나드가 실천으로 보여주고 들려줬건만...
 
로즈와 버나드는 마치 모범 커플의 예시를 보여주기 위해 섬에 들어 온 느낌이다. 이 양반들 보고 배우라는 듯이 말이다. 실제로 자세히 보면, 선화와 진수가 불화를 일으킬 때면 이 분들이 나타나곤 한다. 말도 안 통하는 진수에게 버나드가 충고를 해주기도 하고, 남편의 생사를 걱정하는 선화를 로즈가 위로하기도 한다.

여기서 어느정도 답은 나온 듯 하다. 어질러진 과거를 바꾸길 소망하고, 잡히지 않을 것을 사랑하며, 허황된 것을 믿느라 정작 중요한 현재를 잃어버리고 있는 우리에게 로즈와 버나드는 말하고 있다. 지금 바로 이 순간 당신 옆에 있는 사람을 소망하고, 사랑하고, 믿으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