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 스포일러>
믿음의 인간 존 로크, 믿음에서 광기를 베어내다
이때 로크의 선택은 후자였다. 해치와 관련된 모든 사건들은 단순한 우연이 아닌 운명의 부름이자, 신의 시험이라고 확신한다. 겉으로는 데스몬드가 쏘아 올린 조명 빛에 불과하지만, 그 안에는 신과 운명의 섭리가 깃들여 있으며, 자신의 울부짖음이 응답 받았다고 확신한 것이다. 이 당시 로크는 조명 빛을 신의 응답으로 확신하는 광기 어린 믿음의 소유자였다.
시간여행, 인간의 욕망과 컴플렉스
지금 섬에서는 시간여행이 벌어지고 있다. 이야기는 흥미진진하고, 시청자는 이야기에 빨려 들어가고 있다. 로스트만이 아니라, 시간여행을 소재로 다룬 이야기에 우리는 쉽게 사로잡히곤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시간여행이라는 단어에 열광하고, 시간여행을 소재로 한 이야기들에 홀리는가? 그것은 바로 시간여행이라는 황당무계한 소재가 우리 내면에 자리 잡고 있는 욕망을 충족시켜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욕망이란 채워지지 못한 바램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컴플렉스라와 같은 성질의 단어다.
대개 사람들은 자신의 진짜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다. 아니, 끊임없이 거짓말을 하면서 자신을 포장한다. 그런데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다면 무엇을 하고 싶냐고 질문을 하면, 사람들은 자신의 내면에 자리잡고 있는 욕망과 컴플렉스를 스스럼없이 드러낸다. 물론 답하는 사람은 본인의 욕망이 드러나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시간여행이라는 단어가 주는 황당무계함과 비현실성에 긴장이 풀리기 때문이다.
여하튼 지금 해치 위에서 절규하고 있는 자신에게 얼릉 달려가 힌트 하나만 던져주고 온다면, 로스트의 다른 인물들이 섬 밖에 나가는 일도 없었을 것이고, 그렇다면 그들을 다시 섬으로 데려오기 위해 로크가 죽어야 할 이유도 없다. 로크는 자신의 고통, 희생, 죽음을 피할 수 있다. 그런데 그는 그러지 않겠단다.
그가 과거의 자신에게 뛰어가지 않는다는 말은 앞으로 계속되는 자신의 고통과 희생 그리고 죽음마저도 감수하겠다는 말이다. 로크는 시간여행이라는 엄청난 특권을 자신의 고통과 희생을 막는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 사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섬을 위해, 로스트의 다른 동료들을 위해 죽음도 감수하려 한다.
게다가 되려 자신이 겪어온 고통과 실수들이 자신을 성숙시켰다는 뉘앙스의 말을 한다. 로크의 정신은 진짜 성장한 것이며, 그의 영혼은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고 있다. 전에는 몸만 컸지, 정신은 어린이와 다를 바 없었다. 대머리 중년 나이에도 아버지의 사랑을 갈구하고,그 품에 안주하고 싶어하는 나약한 로크였는데 말이다.
시간여행이라는 끝내주는 일이 우리에게 벌어진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 개인적 욕망을 충족시킬 것인가? 아니면 인류 공동체를 위한 무언가를 할 것인가? 우리의 답은 바로 우리 정신의 단계다. 이것을 알고 난 후 나는 더 이상 시간여행이라는 신나는 상상을 할 수가 없다. 천박한 나의 개인적 욕망과 컴플렉스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는 나의 상상들이 민망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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