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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리뷰/로스트

로스트 5-3 Jughead

by R.H. 2009. 9. 7.

[스포일러 주의. 매우 중요한 반전 적혀있음]


새 생명의 탄생 : Mabuhay



출산을 앞두고 있는 페니, 그리고 의사를 찾아 허둥대는 데스몬드. 의사를 데리고 데스몬드가 허겁지겁 배로 달려갈 때, 카메라는 이곳이 어디인지 선명하게 보여준다. 이곳은 필리핀의 Mabuhay 라는 지역이다. 이 지명이 혹시라도 무언가를 의미하는 걸까 싶어(로스트 보면서 생긴 병이다. 별것 아닌 것에도 무슨 의미를 포함하고 있을까 하고 째려보는 버릇 말이다.) 인터넷을 뒤져보았으나, 별 의미 없는 듯하다..


그나마 하나 건진 게 있다. Mabuhay 는 지명이기도 하지만, 필리핀 토착어인 타갈로그어로 "환영한다" 라는 뜻이기도 하단다. 또한 어근인 buhay "생명" "살아있는" 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억지로 끼워 맞추자면, 데스몬드의 아들 즉, 새 생명이 탄생하는 것과 연결 지어 사용한 배경이라는 것이다. (인터넷 뒤진 시간이 아까워서, 말 그대로 억지로 끼워 맞춘 것이니, 큰 의미는 두지 말자.-_-)


디아더스는 라틴어를 배워야 한다.


섬에 남은 자들은 지금 정신 못 차리게 시간여행을 하던 중 1950년대라는 시점에 잠시 멈추게 되고, 군복을 입은 일당들에게 공격받는다. 그런데 이 군인들은 라틴어로 자기들끼리만 대화를 한다. 줄리엣도 라틴어를 할 줄 아는데, 디아더스는 이 언어를 배워야 한단다. 디아더스는 왜 사어인 라틴어를 배우는 걸까? 디아더스 그룹이 학문연구를 하는 집단은 분명 아닌데 말이다. 더군다나 이들은 사어인 라틴어를 문자 해독용 정도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회화라는 실용적 목적으로 배우는 듯 하다. 그렇다면 이들의 시간여행은 라틴어를 회화로 사용했던 고대로까지 관련되어 있는 걸까? 계속해서 지켜보자.


그런데 여기서 의문점은 왜 위드모어는 Jones 라는 명찰을 달고 있느냐는 점이다. 가명을 사용하고 있는지 아니면 다른 사람의 군복을 잠시 입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존스라는 이름을 기억해 두어야 할 것 같다. 이번화에서 그의 명찰을 카메라가 자주 들이미는 것을 보면 무언가 중요한 비밀이 담겨있는 듯 하다.


이번화를 본 시청자는 모두 깜짝 놀랐을 것이다. 위드모어가 디아더스 일당이었다니.. 정말 예상치 못했던 사실. 그렇다면 위드모어는 왜 현재 시점에서 섬밖에 있으며, 섬을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걸까?


디아더스는 서로를 죽이지 않는다.


존스(위드모어)와 그의 동료 커닝햄은 로크 일행에게 생포된다. 그리고 줄리엣은 자신들을 리차드에게 데려다 달라고 한다. 커닝햄이 로크 일행을 리차트 캠프로 데려가는게 좋다고 판단하고, 캠프 위치를 말하려는 순간 위드모어는 커닝햄의 목을 꺾고 달아난다. 이때 위드모어를 향해 총을 겨누는 로크. 그러나 그는 위드모어를 쏘지 않는다. 왜냐하면 존슨(위드모어)디아더스이기 때문이란다.


이전 시즌에서 벤과 위드모어는 서로를 죽일 수 없다는 암묵적인 룰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밝힌바 있다. 또한 디아더스들은 그들 공동체내에서 자기편을 살인한 자에게 엄중하게 그 죄를 묻는다. 예를 한번 보자. 이전에 줄리엣은 동료 디아더스 가운데 한 남자를 죽인 일이 있었다. 이때 그들은 이사벨이라는 보안관까지 데려와 줄리엣을 심문하고,  재판했다. (3-9에피) 그런데 벤이 척추수술을 받는 복잡미묘한 상황과 맞물려, 줄리엣은 특별 사면 받는다. 그럼에도 그녀의 허리에 낙인을 찍는 징벌을 내린다. 동료 살인에 대해서는 반드시 그 죄를 묻는다는 뜻이다.


따라서 로크가 위드모어를 죽이지 않는 이유는 위에서 말한 것처럼, 벤과 위드모어의 룰이 로크와 위드모어의 관계에서도 적용되는 것이다. 또한, 로크 역시 이제 디아더스이므로, 디아더스끼리는 서로를 죽이지 않는다는 룰이 적용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디아더스인 위드모어는 섬 밖에 있는 걸까? 그가 자발적으로 섬을 나간 것 같지는 않다. 아마도 추방당했거나, 도망을 간 것 아닐까 추측해 본다. 위에서 말한 바, 디아더스는 서로를 죽이지 않으며, 동료를 죽일 시에는 엄하게 그 죄를 묻는다.


그런데 이번 에피에서 디아더스인 위드모어는 자신의 동료 커닝햄을 목을 꺾어 죽인다. 아마도 리차드가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되고, 위드모어를 추방시켰거나, 혹은 벌을 받는 게 두려운 위드모어가 도망을 쳤거나 하지 않았을까?


이번 에피에서의 모습


위드모어의 사무실 오른편에 걸려있는 "북극곰과 뒤집혀 있는 부처그림" 은 일전에도 한번 나왔다.3시즌 8에피에서 데스몬드가 위드모어 회사에서 인터뷰하던 때이다. 그때 위드모어는 비싼 위스키로 데스몬드를 모욕했고, 이에 격분한 데스몬드는 자신을 입증하기 위해 보트일주에 나선다. 그때는 저 그림이 반대편 벽에 걸려 있었다. 위드모어가 디스플레이를 바꾼 모양이다.

 

3시즌 8에피에서 모습


(“유리에 비치는 샷을 찍을 때 유리는 떼어내고, 카메라 하나로 배우의 움직임을 잡고 그 찍은 이미지를 뒤집어서.. 어떻게 얹는 거라고. 5x03과 3x08에서 그림이 걸려있는 위치가 다른 건 3x08에서는 그 작업 중에 실수가 난 것 같다”, 고 네이버 아이디 “엔터” 님이 설명해 주셨음)


핵폭탄과 반자동 소총


DANIEL: Back in the fifties, the U.S. Government tested H-bombs in the South Pacific.
MILES: Lucky us.


Jughead 는 실제로 1954년에 미국에서 개발된 최초의 실용 가능 수소 폭탄의 별칭이다. 정식 명칭은 "Mark 17" 라고 한다. 또한, 이번화에서 존 로크는 디아더스들이 사용하는 총의 명칭을 정확히 아는데, "30 caliber M1 Garand Rifle" 라고 한다. 이 총은 세계최초의 반자동 소총으로, 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 그리고 베트남전에서 사용되었으며, 공교롭게도 이 총의 설계자는 존이다. (John C. Garand) (http://en.wikipedia.org/wiki/M1_Garand_rifle)


뜬금없이 핵폭탄에, 반자동 소총. 이들은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걸까? 모두가 알다시피,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핵폭탄을 가지고 있는 나라 중에 하나다. 게다가 실제로 전쟁에서 핵폭탄을 사용한 것은 전세계에서 미국이 유일하다. 또한 위에서 말한 소총이 사용된 전쟁들은 -2차 세계대전, 한국전, 베트남전- 모두 미국이 참전한 대형전쟁이다. 1950년대를 전후해서 미국은 안 끼어든 전쟁이 없으며, 위험천만한 핵개발과 핵실험을 자행해 왔다. 마일스의 말대로 우리가 살아있는 게 행운일 지경인 것이다.


로스트를 만드는 제작진의 연령대가 어느 정도일까? 어림잡아 40대 전후 아닐까? 한국으로 치면 386세대 정도? 이들의 20대는 반전, 반핵, 평화 운동이 주를 이룬 시기로, 미국만이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학생운동, 히피문화, 자유분방함, 기성세대에 대한 반항과 비판이 가장 격렬하게 진행되던 시대였다. 이 이야기는 여기까지만 한다. 왜냐하면 70~80년대는 내가 구구단을 외우던 시기다. , 직접 경험한 세대가 있는데, 경험하지 못한 세대가 주저리주저리 말한다는 것은 좀 아닌 듯.


여하튼 이렇게 보면, 왜 로스트가 그렇게도 "아버지를 죽여라" 고 외쳐대는지 이해가 된다. (상징적인 의미에서 아버지를 죽이라는 말임. 혹시라도 곧이곧대로 듣는 분 계실까 봐.)

 

인생에서 가장 크게 감정이 휘몰아 치는 때가 바로 20대 아니던가. 이제 성인이 되고, 아버지에게서 독립하고, 자신만의 주장을 하기 시작하는 나이. 사회에 발을 디디고, 자신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 필연적으로 기성세대에 반항할 수 밖에 없는 나이. 더구나 로스트 제작진의 20대는 개인적 요동에 더해 사회 전반적으로 크게 요동하던 격렬한 반항의 시대였다. 자신을 가장 크게 흔든 시기의 이야기를 누군들 하고 싶지 않겠는가.


물론 로스트가 정치성향이 짙은 드라마는 전혀 아니다. 하지만 창조자가 제아무리 작품에서 정치성향을 배제하려 해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 성향은 어딘가에 묻어나게 되어있는 법이다. 로스트가 어디까지 이야기 할지 그리고, 어느 강도로 까지 이야기 할지는 계속해서 지켜보자.


수상한 여자 줄리엣


이번 에피에서 줄리엣의 모습은 어딘가 수상쩍다. 로크가 다리를 다친 이유, "이든" 이라는 이름을 말하기 직전에 화제를 돌린다. 로크의 말을 고의적으로 끊었다는 느낌이 강하다.

 

무엇보다 의심쩍은 것은 분명 그녀는 커닝햄과 존스(위드모어)에게 리차드 캠프로 데려다 달라고 했다. , 이때 줄리엣은 리차드의 캠프가 어디 있는지 모른다는 말이다. 그런데 커닝햄이 죽고, 존스가 도망간 뒤, 줄리엣은 리차드 캠프로 일행을 데려온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리차드는 항상 저기에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줄리엣은 처음부터 리차드가 어디에 캠프를 치고 있는지 분명히 알고 있었다는 말이다. 그런데 줄리엣은 왜 모른 척 했을까? 이 여자도 비밀스러운 구석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