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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리뷰/로스트

로스트 4시즌 마지막 회

by R.H. 2009. 8. 26.

<스포일러 주의>  최초작성일 :  2009/01/14 15:54

 

You know that you're here for a reason.You know it. And if you leave this place,

that knowledge is gonna eat you alive from the inside out until you decide to come back.

 

이번 에피에서 로크는 섬을 탈출하려는 잭을 만류하지만, 잭은 거부한다. 그러자 로크는 잭에게 섬 밖으로 나가면, 비행기가 추락한 이후 섬에서 일어난 모든 일들에 대해 거짓말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로크의 말 가운데 약간 독특한 표현이 있다. 위의 밑줄 친 문장 말이다. 위의 밑줄 친 문장을 직역하면 "지식이 너를 산채로 잡아먹을 것이다." 여기서 왜 "지식"이라는 단어를 꼭 집어 사용했을까? 게다가 섬을 탈출하는데 웬 지식타령이란 말인가.

 

이 부분을 좀 과장되게 해석해 본다면, 창세기의 선악과와 연관 지을 수 있다. 영어 성경에는 선악과가 "the tree of the knowledge of good and evil" 라고 표현되어 있는데, 아담과 이브가 에덴 동산에서 쫓겨난 결정적인 이유는 선과 악을 알게 하는 과일 즉, 지식의 과실을 먹었기 때문이다. (선악과라는 표현보다 지식의 과일이라는 영어의 표현이 그 상징성을 구체적으로 잘 나타내는 듯 하다.) 아담과 이브가 지식을 얻으면서 낙원에서 추방당하고, 고통스런 삶을 살기 시작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잭은 자신의 지식(혹은 이성)을 고수하면서 섬을 탈출하고, 그로 인해 고통스런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섬/에덴동산,   논리/지식,  섬 탈출/ 에덴동산 추방)

 

Lie to them, jack. If you do it half as well as you lie to yourself, they'll believe you.
[그들에게 거짓말을 하시오. 잭, 당신 스스로에게 하는 거짓말의 절반만해도 당신을 믿을게요.]

 

위의 문장 역시 로크가 잭에게 하는 말이다. 이 역시도 좀 이상한 말이다. 왜냐하면 그 동안 섬에서 잭은 그다지 거짓말을 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로크는 마치 잭이 거짓말을 엄청나게 많이 한 사람처럼 말하는 걸까?

  

논리형 인간은 어떤 상황이 비논리적인 경우 이 비논리적인 상황을 논리적으로 끼워 맞추기 위해 거짓말을 한다고 한다. 전혀 거짓말을 할 필요가 없는데도 단지 논리에 맞추기 위해 거짓말을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자신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예전에 책에서 본 건데, 책 제목이 생각나질 안네요. 이 놈의 썩은 기억력.)

 

잭은 논리와 이성을 대변하는 인간이다. 논리의 인간은 자신의 논리를 고수하기 위해 현상을 자신의 논리에 끼워 맞춘다. 현상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자신의 잣대로 판단하려 들기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거짓말을 한다. 그리고 눈 앞에서 실로 믿기 어려운 엄청난 일이 일어난다. 섬이 눈 앞에서 사라진 것이다. 더 이상 논리에 끼워 맞추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런데도 잭은 믿지도, 인정하지도 않는다. 왜냐하면 이런 기적 같은 현상은 비논리이기 때문이다.

 

섬의 이동을 끝까지 부인하는 잭에게, 그렇다면 달리 설명할 방법이 있냐고 헐리가 묻자 잭은 아예 침묵한다. 침묵할지언정 죽어도 기적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성경에서 의심 많은 도마가 예수의 손에 난 구멍을 직접 두 눈으로 보고는 예수의 부활이라는 기적을 믿었다고 했다. 잭은 두 눈으로 보고도 기적을 믿지 않으니, 도마보다 더한 놈이다.

 

"I'm sorry I made your life so miserable." [당신의 삶을 비참하게 만들었던 것 사과합니다.]

 

벤이 섬을 움직이러 가면서 로크에게 한 마지막 말이다. 조금 이상하다. 로크의 비참한 과거를 왜 벤이 사과한단 말인가? 로크의 비참한 과거는 섬에 오기 전을 말하는 것 같다. 하반신 불구였던 로크가 섬에 와서 다시 걸을 수 있었다. 따라서 섬에 온 이후 로크의 삶은 이전의 삶에 비한다면 완전한 기쁨이다. 걷지 못하는 자가 걸을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세상에 이보다 더한 기쁨이 어디 있겠는가. 따라서 벤이 말한 로크의 비참한 삶은 섬에 오기 전 로크의 삶을 말한다. 그런데 이게 왜 벤의 책임인가? 왜 벤이 사과한단 말인가. 정말 이상하지 않은가?

 

 

[3-19 에피에서 사하라 사막의 벤과 팔의 상처] [4-13에피에서 오키드스테이션의 벤과 팔의 상처]

 

지금 벤은 섬을 이동시키려 한다. 3-19에피에서 벤이 사막에 떨어진 장면이 있었는데, 그때 벤은 팔에 난 상처를 클로즈업 해서 보여줬다. 그런데 이번 에피에서 벤은 섬을 이동시키러 오키드 스테이션의 지하로 내려가던 중 팔에 상처를 입는다. 이런 정황으로 봤을 때, 섬을 이동하면서 벤은 이전에 시간 여행을 한 듯하다. 아마도 벤이 시간여행을 하면서 로크의 삶을 왜곡시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건 뭐 앞으로 극의 전개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그나저나 우리 권선화는 아버지 뒤통수 제대로 치고, 위드모어와 협력하려는 것 같은데, 서울대 나온 재벌녀가 밭에서 약초 키운다는 설정보단 나아 보이네요. 더군다나 로스트에서 핵심 인물의 제1 조건은 "아버지를 이겨내라" 라는 점에서 볼 때 권선화라는 인물의 중요도는 이전보다 매우 커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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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히스토리 채널의 용의 삼각지대라는 영상을 봤는데요, 용의 삼각지대는 버뮤다 삼각지처럼 미스테리한 사건이 많이 발생하고, 시간과 공간이 왜곡되는 현상들이 나타나는 지역으로 일본의 남쪽 바다에 위치해 있다고 합니다. 보면서 로스트 섬이 연상되더군요. 그래서 지도를 찾아봤는데, 로스트의 오세아닉 6가 구조된 인도네시아 섬과는 거리가 상당히 떨어져 있더군요. (위 지도의 삼각형) 그래서 로스트의 섬과 연관성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마지막 회를 다시 보니 오세아닉 6가 페니의 배에 구조 된지 일주일 후에 따로 소형 보트를 타고 인도네시아 섬으로 갑니다. 그러니까 구조된 후 일주일간 페니의 배로 항해를 했다는 얘기입니다. 음, 용의 삼각지대가 로스트 섬이었을 가능성이 있어 보이네요. 그런데 이번 마지막 회에서 섬이 이동을 해버렸는데, 설마 섬이 버뮤다 삼각지대로 이동했다는 건 아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