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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소설39

캐서린 오플린<사라진 것들, 2007> 1984년, 샤핑센터 그린옥스에서 실종된 10세 소녀 케이트. 그리고 20년의 시간이 흐른 2004년, 그린옥스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는 커트의 눈에 한 소녀가 보인다. 왜 커트의 눈에만 20년전에 실종된 소녀가 보였을까. 부채의식 때문이다. 과거에 대한 부채의식. 1984년 케이트가 실종되던 날 우연히 케이트를 보았지만, 별거 아니겠거니 싶어서, 어쩌다보니, 어영부영하다가 목격 사실을 알리지 않았던 것이다. 대부분의 우리가 사는 방식이다. "커트에게는 새해 결심이 하나 있었다. ..전부터 품어온 것이었다. 기억하기도 쉬웠다.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같았으니까. 바로 이 일을 그만두고 그린옥스를 박차고 나가는 것... 결코 이 일을 오래할 생각은 없었건만 십삼년이 훌쩍 흘러버렸다. 도대체 그 세월이 어디로 갔.. 2017. 1. 17.
막심 고리키 <어머니, 1906> "매일 변두리의 노동자 부락에서는 연기와 기름 냄새가 풍기는 공기 속에서 공장의 사이렌이 울린다." -본문 중- 칙칙한 하늘, 메케한 공기, 반복되는 노동, 지친 나날들. 짓밟히고 착취당하는 삶. 발길질 당하는 삶. 그들은 쌓여만 가는 분노를 해소하고 싶다. 그러나 자신을 때리는 사람에게는 울분을 드러내지 못한다. 그들은 거리에서, 싸구려 술집에서 서로가 서로를 향해 욕설을 하고 주먹질을 해대고, 집에 와서는 마누라를 두드려 팬다. 그들은 이렇게 어리석고 잔인한 삶을 반복하다가 인생을 마감한다. "일생동안 나는 단 한 가지 것을 생각해왔네. 오로지 내가 어떻게 하면 방해받지 않고 하루를 조용히 보낼 수 있을까, 눈에 띄지 않게 살아나갈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네." -본문 중- 닐로브나가 바라는 것은 그.. 2016. 10. 4.
오로네 드 발자크 <고리오 영감, 1834> 젊은이의 양지 - 외젠 라스티냐크 외젠은 예전 한국 드라마 단골 주인공같은 인물이다. 가족들의 온 기대를 걸머지고 시골에서 상경한 대학생. 소 판 돈으로 대학 보내는 뭐 그런.. 해서 그는 경계인이다. 그의 현재는 시골과 도시의 사이에 있다. 화려한 사교계를 기웃거리는 구질구질한 하숙집의 가난한 법대생. 그는 "찌든 가난과 권태, 죽어 가는 노인과 공부에 얽매인 한창 때의 젊음, 이런 것뿐" 인 이 끔직한 곳에서 벗어나고 싶다. 성공하고 싶다. 출세하고 싶다. 동시에 시골의 인간이었던 그는 근면 성실한 삶, 정직한 노동의 삶을 여전히 희망하기도 한다. 그는 루비콘 강 앞에서 욕망이 질주하는 삶 속으로 달려들어갈지 말지 결심해야 하는 경계의 지점에 서 있는 것이다. 그가 바라는 성공은 판검사 따위가 아니다.. 2016. 9. 10.
아멜리 노통브 <배고픔의 자서전, 2004> 배고프다, 갈증이 난다... 먹어도 먹어도, 마셔도 마셔도 가시지 않는 "초월적인" 배고픔과 갈증. 채워지지 않는 욕망, 갈망, 공허함.. 은 음식에 대한 허기짐, 물에 대한 갈증에서 시작한다. 하지만 소설의 처음 몇장만 들춰봐도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뭔지 뻔히 알 수 있다. 작가의 최종 허기짐과 갈증은 결국 이야기, 책.. 그리고 글쓰기에 대한 것이니까. "배고픔, 이건 욕망이다. 이것은 열망보다 더 광범위한 열망이다. 이것은 힘으로 표현되는 의지가 아니다. 그렇다고 유약함도 아니다. 배고픔은 수동적인 게 아니기 때문이다. 굶주린 사람, 그는 뭔가를 찾는 사람이다." 아멜리 노통브의 등단작 은 문학의 신내림에 대한 이야기다. 신병이 나면, 무당이 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듯이, 문학의 신이 강림하면 글을.. 2016. 9. 3.
헨릭 입센 <유령, 1881> 을 제대로 읽어본다면, 진짜 욕 먹어야하는 캐릭터는 "세상물정 모르고" 집을 뛰쳐나간 노라가 아니라, 찌질하고 위선적이며 가증스러운 남편이란 것이 분명히 드러난다. 그런데 세간 사람들이 을 제대로 보지도, 읽지도 않고 욕 했던 듯하다. 그래서 입센은 에서 다음 장면을 집어넣었다. 아르빙 부인의 테이블 위에 놓인 책. 목사는 눈쌀찌푸린다. 구체적으로 어떤 책인지 알려주진 않았으나, 당시 기준 진보적인 책이라는 뉘앙스다. 이에 아르빙 부인은 목사에게 그 책을 읽어보았냐고 묻는다. 하지만 목사는 세간의 비평만을 들었을 뿐, 읽어본 적은 없단다. 아르빙 부인이 왜 읽지도 않고 책을 뭐라하냐하니.. 굳이 이런 책을 읽을 필요까진 없고, 권위있는 사람들의 해석과 평가를 받아들이면 된다는 식이다. 이 받았던 비난의 .. 2016. 8. 27.
헨릭 입센 <인형의 집, 1879> 몇 달후면 은행장에 취임하는 남편, 그리고 그의 아내 노라. 전형적인 도시 중상층 가정의 이 여자는 낭비벽이 꽤 심한 듯하다. 짐꾼에게도 넉넉한 팁을 주고, 아이들을 위한 선물을 이거저거 사대는 걸 보니 말이다. 남편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뭘 원하냐는데, 돈을 달라하는 걸 보니, 확실히 돈을 좋아하는 여인인가보다. 남편은 이런 여자를 귀엽게 바라보고 "종달새"라 부르며 사랑스러워한다. 하지만 이것은 모두 가짜다. 그녀는 이른바 "개념녀" 다. 몇년전 남편이 죽을 병에 걸렸을 때, 남편의 요양비를 구하기 위해 쩔쩔맨 적이 있다. 그 시대에 여자는 단독으로 대출을 받을 수 없었기에 보증인이 필요했다. 해서 친정 아버지 서명을 자기 임으로 해서, 크로그스터란 자를 통해 돈을 융통했다. 그리고 이 사실을 남편에게.. 2016. 8. 27.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열차 안의 낯선 자들, 1950> 가이는 전형적인 모범시민이자 전도유망한 건축가다. 삶에 목표가 있고, 인생을 계획하는 인간이다. 그야말로 "그럴리 없는" 사람의 전형이다. 반면에 브루노는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인간이다. 삶의 목표도 없이, 되는 대로 사는 휘청거리는 인간이다. 이렇게 정반대의 인간인 두 사람이 열차 안에서 우연히 만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런데 과연 이 두 사람이 완전 정반대의 인간이기만 할까. 과연 그들의 만남이 우연이긴 한 걸까. 인간은 자신과 같은 유형의 인간을 단박에 알아본다. 자기와 같은 상처를 가진 인간, 같은 고통을 가진 인간, 같은 적의를 가진 인간을 말이다. 브루노와 가이의 만남이 겉 보기엔 우연인 듯 하지만, 실은 본능적으로 끌린 것이다. 그래서 아버지에 대한 살의를 가슴에 품은 브루노는 가이의 숨.. 2016. 8. 23.
도스또예프스끼 <영원한 남편, 1870> 39세의 벨차노프는 건장하고 잘생긴 외모에 쾌활함과 명랑함, 그리고 화술까지 갖춘 멋진 남자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우울증에 빠진다. 사소한 유산 상속 소송에 발목잡힌 것이 우울증의 발단이다. 그러나 소송 사건이 신경 거슬리는 건 사실이지만, 쾌활하고 건장한 그리고 평생을 활달하게 산 남자가 밑도끝도 없이 느닷없이 우울증에 빠져들 정도로 대단한 일은 아니다. 아마도 작은 성냥불이 산불을 일으키듯, 이 사소한 사건을 시작으로 걷잡을 수 없는 우울의 구렁텅이에 빠진 듯 하다. 이때 불현듯 나타난 정체불명의 남자. 모자에 상장(喪章)을 달고 나타나, 우리의 주인공 주위를 배회하는 남자, 빠벨 빠블로비치.... 그는 벨차니노프가 한때 사랑했던 유부녀 나탈리아의 남편인데, 나탈리아는 얼마전 사망하였다는(그래서 .. 2016. 8. 15.
알베르 카뮈 <페스트, 1947> 도시에 쥐에 나타났다.! '모든 것이 열광적이면서도 무심히 벌어지는' 이 도시, 사람들은 '부자가 되려는 욕망' 에 사로잡힌 이 도시, '쾌락까지도 상거래 원리로 움직이는' 이 도시에... 이제 이 곳은 쥐들로 더럽혀지고, 병들기 시작한다. 시민들은 불안해하고, 고통에 시달린다. 자유는 제한되고, 절망은 번져가며, 도처에는 죽음의 냄새가 진동한다. 그럼에도 시민들은 '여전히 개인적인 감정들을 제일의 관심사로 여겼'고, '신문과 당국은 페스트에 대해 더없이 교묘하게 대처하고 있었다.' 그리고 여기, 페스트 한가운데 자신의 직무를 묵묵히 해내가는 의사 리외와 민간 보건대에 제일 먼저 뛰어드는 사회 운동가 타루, 시청 하급 서기 그랑이 있다. 페스트가 창궐하자 도시를 떠날 생각 밖에 없던 신문 기자 랑베르 역.. 2012. 12.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