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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소설

알베르 카뮈 <페스트, 1947>

by R.H. 2012. 12. 20.

<책 줄거리 요약>


도시에 쥐에 나타났다.! 



'모든 것이 열광적이면서도 무심히 벌어지는' 이 도시, 사람들은 '부자가 되려는 욕망' 에 사로잡힌 이 도시, '쾌락까지도 상거래 원리로 움직이는' 이 도시에... 이제 이 곳은 쥐들로 더럽혀지고, 병들기 시작한다.



시민들은 불안해하고, 고통에 시달린다. 자유는 제한되고, 절망은 번져가며, 도처에는 죽음의 냄새가 진동한다. 그럼에도 시민들은 '여전히 개인적인 감정들을 제일의 관심사로 여겼'고, '신문과 당국은 페스트에 대해 더없이 교묘하게 대처하고 있었다.' 



그리고 여기, 페스트 한가운데 자신의 직무를 묵묵히 해내가는 의사 리외와 민간 보건대에 제일 먼저 뛰어드는 사회 운동가 타루, 시청 하급 서기 그랑이 있다. 페스트가 창궐하자 도시를 떠날 생각 밖에 없던 신문 기자 랑베르 역시 리외의 말없는 희생정신을 목도한 뒤, 보건대에 합류하고, 죽어가는 사람들의 아우성에도 진리니, 하나님의 심판이니 하는 추상적인 말만 하던 신부 판느르 또한 어린 소년의 처참한 죽음을 직접 목도한 후, 보건대에 참여하는 행동을 보여준다. 아들을 잃은 판사 오통 역시 민간 보건대에 자원한다.



서로 다른 생각과 가치관을 가지고 삶을 살아온 다양한 사람들이 한마음 한 뜻이 되어 페스트와의 투쟁 속으로 들어간 것이다. 여기에 영웅적인, 메시아적인 인물은 없다. 기록자는 끊임없이 말한다. 영웅주의의 위험에 대해, 선행을 과대포장하는 것의 위험에 대해..  오히려 이런 것들은 결국에는 해악일 뿐이다. 



그렇다. 여기에 영웅은 없다. 그저 각자가 자신이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 뿐이다. 의사 리외의 말처럼 "매일매일의 노동, 거기야말로 확실성이 있다. 중요한 것은 자기의 직무를 완수해 나가는" 것이다. 평범한 사람들, 자기 권리를 내세우는데 우물쭈물해하는 소시민들, 눈에 띄지 않는 그저 그런 일을 하는 보통 사람들. 이 병든 도시는 이런 사람들의 용기와 선량함이 드러나기를 원하는 것이다. 



자, 모두가 하나로 뭉쳤으니, 이제 페스트를 손쉽게 물리치는 동화같은 이야기가 펼쳐질 것인가? 아니다, 절대 아니다. 페스트는 물러날 줄을 모른다. 



희생자는 꾸준히 늘어만가고, 의사 리외와 봉사대원들은 극심한 피로와 무기력에 시달린다. 시민들은 절망에 익숙해져가고, 체념에 사로잡힌다. 고통을 스스로 받아들이는 안이한 자기위안을 해버리며, 사람들 간에는 불신과 반목만 번져갈 뿐이다. 더더욱 무서운 것은 죽음을 숫자로 치환해버리면서 오는 죽음에 대한 무감각이었다. 그리고 번져만 가는 이상야릇한 무관심..



이 우울한 투쟁은 그들에게, 우리에게 "끝없는 패배" 일 뿐인 것이다.



그럼에도 그럼에도 그들은 이 끝날 줄 모르는 페스트와의 싸움을 온 몸으로 견뎌낸다. 그들이 답을 알고 있어서 그런 것도 아니요, 우쭐한 엘리트 의식에 그런 것도 아니요, 영웅심과 허세에 사로잡혀 그런 것도 아니다. 그들 역시 혼란스럽고 어둠 속에 있을 뿐이다. 다만, 페스트가 퍼져가니 막야한다는 것, 환자가 생겼으니 치료부터 해야한다는 것. 그 뿐인 것이다.



결국 페스트는 물러간다. 더 혹독한 시체무더기가 쌓인 뒤에.. 판느르 신부의 죽음, 그리고 리외와 가장 의기투합했던 사회운동가 타루의 죽음 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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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우리에게 페스트는 아직 물러가지 않았다. 어쩌면 이 더러운 질병은 더 가혹한 상황을 우리에게 안겨주고, 더 많은 죽음을 요구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5년뒤도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다. 끊임없는 패배가 우리 앞에 놓여있다. 하지만, 패배를 할지언정, 패배주의에 나를 던져버리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겠다. 여전히 혼란스럽고, 어둠 속에 있지만, 멈추지는 않겠다. 


"적어도 그때, 그는 자신에게 결코 평화는 있을 수 없으리라는 것과... 친구의 시체를 묻어 본 적이 있는 사람에게는 휴전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페스트> 라는 소설의 결말부분 리뷰는 5년 뒤에 가능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