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리뷰

아이 엠 러브 (I Am Love, 2009) - 나는 사랑이다

by R.H. 2016. 4. 20.








<스포일러 주의>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것. 그것은 질서이고 도시이고 문명이다. 문명의 도시 밀라노 그 한가운데 자리잡은 질서 가득한 재벌 가족. 그들은 가족 모임에서조차 누가 어디에 앉아야 하는지 정확한 위치를 정한다. 그 집 한 가운데 엠마(틸다 스위튼) 가 있다. 그녀는 남편이 러시아에 미술품 수집을 위해 방문했을 때 만나 결혼했다. 그리고 남편은 그녀에게 엠마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그렇다. 그녀는 남편에게 있어서 또 하나의 수집품이다.


하지만 엠마가 자기 생활에 별 불만이 있는 건 아니다. 흔해빠진 부잣집 마나님의 권태 따위는 보이지도 않는다. 틀에 박힌 듯한 삶이지만, 그것에 숨막혀하거나 진저리치는 건 아니다. 그런데 왜 그녀는 질서 속에서 탈출하고자 했을까. 간간히 드러나는 남편의 러시아적인 것에 대한 경멸에서 그 단서를 찾아볼 수는 있겠다. 남편에게 있어서 러시아적인 것이라함은 유럽 문명의 변두리를 맴돌며 유럽을 닮고 싶어하는 촌것들의 그것일테니.


어쨋든 그녀는 일탈과 무질서 그리고 원초적인 것에 사로잡힌다. 아들 친구에게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더욱이 자신의 딸이 규칙과 질서 틀에 박힌 사랑을 박차고 나오는 모습은 그녀에게 어떤 큰 촉매제 역할을 한다.


아들의 친구 안토니오가 구상하는 숲 속 레스토랑은 레스토랑이라기 보다는 숲 속의 헛간처럼 보인다. 도시 속 재벌집과 극명히 대비되는 자연 속 무질서의 공간이다. 그는 자연 속에서 찾아낸 식재료로 자신만의 음식을 만들어내고자 한다. 그리고 그 속에 그들은 태초의 아담과 이브처럼 벌거벗고 뒹굴고 서로를 탐한다. 


낙원에서 추방된 우리가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에덴동산을 소망하듯, 엠마 역시 그랬던 것일까. 일상과 질서를 벗어나고자 한 그녀의 의지가 그런 것이었을까.. 하여 엠마는 자신의 몸에 들러붙어 있는 모든 문명의 흔적들, 값비싼 옷과 귀금속 따위를 미친듯이 벗어던지고 자연 속으로, 무질서 속으로, 원시 동굴 속으로 들어간다. 


이것은 누군가에게 선택받는 것이 아닌 오롯이 그녀 자신의 선택이고, 자기 선언이다. '나는 사랑이다.' 라는...



P.S : 안토니오의 직업은 요리사고, 재벌집의 핵심 사업은 섬유업이라는 것도 재미있는 부분이다. 아담과 이브가 에덴동산에서 쫓겨나기 직전에 제일 먼저 한 일이 몸을 가리는 일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말이다. 반면에 요리, 음식이라는 것은 지극히 원초적인 것이다. 영화에서도 엠마가 안토니오의 음식을 처음 맞보면서 원시적 쾌락을 경험하는 장면을 강렬하게 보여준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