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구약성경

신명기 34장 : 모세, 요약 정리

by R.H. 2010. 2. 17.

Moses was a hundred and twenty years old when he died, yet his eyes were not weak nor his strength gone. 모세의 죽을 때 나이가 120세였으나, 그의 눈은 흐리지 아니하였고, 기력이 쇠하지도 아니하였더라.   <신명기 34장 7절>


불의를 참지 못하는 사람

모세는 이집트 왕자였다. 파라오 심기를 거슬리는 것만 피하면, 무위도식하며 잘 살 수 있었다. 아래 사람 맘대로 부리면서 적당히 몸 편히 살면 그만인 것이다. 이집트 공무원한테 부당하게 두들겨 맞고 있는 히브리 인을 못 본 체하고 지나가면 그만이었던 것이다. 사실 세상 사람 대부분이 그렇게 산다. 적당히 편하게, 적당히 못 본 척...

그런데 세상에는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자신에게 득이 되기는 커녕, 손해 날 게 뻔한데도 팔 걷어붙이고 나서는 사람 말이다. 이런 사람들은 이유가 있어서 이러는 게 아니다. 그냥 타고난 거다.

모세가 그런 사람이다. 성경에서는 이집트 관리를 때려 죽인 일만 나왔지만, 모세의 욱하는 성격을 봤을 때, 평소에도 자주 파라오에게 입바른 소리 하고도 남았음이다. 그리고 입바른 소리하는 사람을 좋아하는 권력자는 없다. 모세는 미디언으로 망명길에 오른다.

건국의 아버지

모세는 히브리인들을 중심으로 세력을 규합하여, 파라오에 대항하고, 이집트를 나와 새로운 공동체를 건설한다. 히브리인들이 이집트에 들어오기 전에는 가족, 씨족 단위 수준의 사회였다. 그런데 모세의 공동체는 씨족 단위를 넘어선다. 모세는 12 부족을 연합한 국가를 건설한 것이다. 모세는 율법, 종교 의례, 각종 법률, 군사 행정 조직 등을 체계화하고, 나라의 기초를 닦았다.

원칙주의자
 
모세의 가장 큰 업적 중의 하나는 바로 우상숭배를 금지한 것이다. 왜 모세가 우상숭배를 엄격히 금지했는가는 이 포스트에서 이야기했다. 우상숭배 금지는 십계명의 제 1원칙이다. 즉, 이것이 이들 공동체의 헌법 1조 1항인 것이다. 그리고 원칙을 어긴 자들에게 얼마나 무섭게 대했는지는 여기에서 이야기 했다.

현실주의자, 행동주의자

모세는 신의 이름을 빌어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을 약속한다. 죽은 뒤 하늘 나라를 약속하지 않았다. 모세는 죽어서 천국에 간다는 말을 히브리인들에게 한 적이 없다. 지극히 현실적이다. 자신들이 원하는 세상을 싸워서 쟁취한다는 것이다.

세상의 악당들은 말한다. 이 땅의 불의를 참으라고, 지배자의 핍박을 견디라고... 천국에서 보상받을 것이라고... 이 땅에서 싸워 쟁취하지 못하게 하는 지배자의 농간이다. 그런데 하층민들은 이 말을 진짜 믿는다. 그래서 불합리와 부당함을 견뎌낸다. 살아서는 체념하고 살고, 죽은 뒤에나 정의로운 천국에 들어가길 희망한다. Dead is Dead , 이건만..

이런 면에서 모세의 싸워서 쟁취한다는 행동주의는 매력적이다. 파라오(지배자)의 핍박을 견디지 말고, 타도하자고 한 게 모세다. 그는 우리가 꿈꾸는 세상을 우리가 사는 이 곳에서 쟁취하자고 말했다.

하지만 모세가 권력자 파라오를 자리에서 끌어내리고, 이집트에서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지는 못 했다. 모세의 혁명은 실패해서 이집트에서 도망 나왔다. 모세가 기적을 행하여 파라오들 물리쳤다는 건 그 사람들 생각이고... 이집트에서 폭동을 일으켜 파라오를 괴롭힌 건 사실이지만, 객관적으로 혁명은 실패다.

문제는 이집트에서 혁명이 실패한 후, 터 잡고 잘 살고 있는 가나안 땅을 빼앗으려 한 건데.. 욕할 마음은 없다. 어차피 인류사는 서로 땅을 뺏고, 뺏기는 역사니까. 유대인에게만 유독 도덕을 요구할 생각은 없다. 마찬가지로 유대인만 피해봤다는 식의 이야기도 듣기 싫고..

모세의 리더쉽

모세는 12지파를 이끌고 나왔다. 말이 좋아 모두가 히브리 형제지, 제각기 이해관계를 달리 하는 12부족이다. 사람 셋만 모여도 의견 통일이 안 되건만, 저 많은 부족, 저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목소리를 내겠는가? 이 좁은 반도에 모여 살면서도 지역, 학교, 집안, 이념, 당파, 등등으로 얼마나 악다구니를 쓰고 싸우는가. 얼마나 뜻을 하나로 모으지 못하는가.. 그렇다면, 모세는 도대체 무슨 수를 써서 저 사람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었을까?

1. 설득과 동의

모세는 설득의 언어에 능하지 못하다. 이 이야기는 여기서 했으므로 생략. 그런데 모세는 자신의 단점을 정확히 안다. 그리고 그것을 숨기지 않는다. 그는 혀가 둔한 자라고 스스로 고백했다. 즉, 그는 "내가 다 안다. 내가 이전에 다 해 본 거다." 는 식의 덜 떨어진 만용을 부리지는 않았다. 이것이 모세의 장점이다. 그래서 그는 말 잘하는 애런(AAron) 을 대변인 삼아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저들을 설득하고 조율한다.

2. 권력 분산

그리고 제사장 직분도 애런에게 맡겼다. 이스라엘은 야훼를 중심으로 하는 종교국가다. 그런데 리더와 제사장을 한 사람이 도맡지 않았다. 게다가 판결하고, 행정 하는 관리들을 따로 뽑기도 했다. 원래는 모세 혼자 사법, 행정, 군사 다 했다. 하루 종일 혼자서 재판하고, 사무 보는 모세에게 장인 이드로(Jethro) 는  그러다가는 몸이 축나서 견디지 못 할 테니, 따로 인재를 뽑아 그 일을 시키라고 충고하고, 모세는 이를 받아들인다. 또한, 모세는 후에 가나안에 들어가서도 왕을 세우되, 왕이 다른 지파들보다 더 낫게 하지는 말라고 당부한다. 권력을 분산시킨 것이다. 모세는 강력한 중앙집권 국가를 원하지는 않았던 듯 하다.

한 나라가 융성하기 위해서는 중앙집권을 이뤄야 한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꽤 많다. 한 나라가 불꽃처럼 일어나는 데는 강력한 중앙집권이 효율적인 게 맞을 거다. 하지만, 그 나라가 지속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권력은 견제 받고, 분산되어야 한다. 나라라는 게 잠깐 흥했다가 사라질 게 아니라면 말이다.

3. 현실적인 약속

모세는 12지파에게 가나안에 진격해 들어가면 각기 땅을 분배해 줄 것이라고 약속한다. 모세 자신이, 그리고 자기 아들이 가나안 땅을 통치하는 왕이 되겠다는 마음이 없다는 것을 확실히 해 둔 것이다. 현실 정치에서 사람을 행동하게 하는 것 중에 하나는 "실질적인 이득" 이기도 하다.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실질적인 욕구를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욕구를 어느 정도 채워줘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모세는 그들에게 땅을 약속한 것이다.

4. 이것은 반드시 견뎌야 하니...

모세의 리더쉽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단연 민중들의 불만을 참고 견디는 것이다. 민중들은 틈만 나면, 모세를 탓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일이 꼬여도, 먹을 게 없어도, 물이 없어도... 이 모든 게 모세 탓이라고 했다.

모세가 힘이 없어서 이걸 다 참고 견딘 게 아니다. 외적으로는 전쟁을 하면서 수많은 사람을 죽였고, 내적으로는 권력 쟁탈과 내부 기강 확립 등을 위해 매우 많은 히브리인을 죽인 모세다. 그런 모세가 민중들의 생활고와 관련된 불평 불만은 끝까지 참는다. 단순한 불평불만이 아니었다. 돌로 쳐서 모세를 죽이려고도 했다. 그러나 모세는  단 한 번도 이 문제로 칼을 휘두른 적이 없다.

자기 욕하는 민중들을 참아내는 게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더군다나 자신에게 힘이 있음에도. 그 힘을 휘두르지 않고 참는 것.. 이는 아무나 흉내 낼 수 없는 리더십이다.

강한 것이란 무엇인가? 자기보다 낮은 곳에 있는 자들에게 힘을 과시하는 것이 강한 것이 아니다. 이것은 비열한 것이다. 진짜 강한 것은 낮은 곳에 있는 자들의 어리석은 불평조차도 참고 견디는 것이다. 그들의 어리석음에 분노는 할지언정, 그들이 왜 그런 불평을 할 수 밖에 없는지 이해해야 한다. 모세가 그랬다.

여튼, 평생을 발로 뛰며 산 이 사람 역시 세상을 떠났다. 죽는 순간에도 눈이 흐리지 않고, 기력이 쇠하지 않았다고 하니... 그는 분명 기골이 장대한 장군 체질이었던 모양이다. 언제나 힘이 넘쳐나는 사람이었을 것 같던 이 사람. 구약의 슈퍼스타 모세 이야기는 여기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