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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성경

사사기 19장 : 전쟁명분 만들기

by R.H. 2011. 2. 26.

등장인물과 배경도시만 다를 뿐, 사사기 19장의 이야기는  창세기 19장의 롯의 이야기와 똑같다. 창세기 19장에서는 어느 천사가 소돔성에서 롯의 집에 머물 때 일이다. 그날 밤 소돔의 남색하는 자들이 롯의 집으로 몰려와 천사를 내놓으라고 소란을 피운다. 그러자 롯이 자기 딸들을 대신 그들에게 내준다.

사시기 19장에서는 어느 레위인과 그의 첩이 베냐민 지파에 속하는 기브아 지역에 머무를 때 일이다. 그들은 기브아에서 한 노인 집에 머무르는데, 그날 밤 그 도시의 남색하는 자들이 몰려오자 그들은 레위인의 첩을 그들에게 내준다. 다음날 아침, 자고 일어난 레위인이 문을 열고 보니 문 앞에 던져진 자신의 첩을 발견한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전 이스라엘은 베냐민 지파를 공격한다.

이 두 이야기 줄거리는 똑같고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도 똑같다. 두 이야기 모두 남색을 즐기는 타락한 도시인 소돔과 기브아가 멸망당해 마땅하다는 것을 선전하기 위함이다. 고려장이라는 패륜스런 제도가 마치 진짜 있었던 것처럼 퍼뜨려서 고려 혹은 한국이 망해도 싸다고 선전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두 이야기 모두 이상하다. 문 밖에서 사람 내놓으라고 떼거리로 몰려와 난동을 피우는데 집 주인은 각기 딸아이, 첩을 내보낸다. 세상에나... 자기들 살겠다고 자기 집 여자들을 발정난 이리떼들에게 던져준 것이다. 이들이야말로 패악하고, 타락한 자들 아닌가?? 그러면서 자신들은 의인이라고 주장한다. 도대체가 앞뒤 말이 맞질 않는다. 남색, 윤간, 제 집 여자 던져주기 같은 지극히 자극적인 소재에다가 이야기의 개연성은 안드로메다로 날려버린 이 이상망칙한 이야기들.. 단언컨데 세상에 이 이야기들보다 더한 막장은 없다. 

전쟁을 일으키기 전에 공격상대를 비도덕하고 패악한 자들로 묘사하여 전쟁명분을 만드는 것은 기본중에 기본이다. 하지만 적어도 이야기의 앞뒤 개연성 정도는 맞아줘야 하지 않을까? 하기사 사람이 광기에 휩싸이면, 지극히 당연한 것도 보이지 않는 법이니.. 여하튼, 사사기 20장과 21장은 베냐민 지파를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