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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성경

사사기 11장 : 입다 (Jephthah)

by R.H. 2011. 2. 18.

"천한년 자식인 너 따위에겐 단 한 푼의 유산도 줄 수 없어!!"

어디 삼류 막장 드라마에 나오는 대사가 아니다. 사사기 11장 2절에 나오는 말이다. 입다는 길르앗의 서자다. 서자도 못되려나.. 창녀 (prostitute) 에게서 난 자식이니.. 여튼, 배다른 형제들이 얼마나 그를 미워했던지 입다는 돕 이라는 지역으로 도망가서는 왈자패처럼 산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고 흘러 암몬(Ammonites) 족속들이 이스라엘을 치려할 때였다. 이때 길르앗 사람들이 입다를 찾아와서는 암몬 족속들을 물리쳐 달라고 부탁한다. 이에 입다는 '나 미워서 내 쫓을땐 언제고, 이제와 이런 부탁이나 하냐', 고 핀잔을 준다. 이에 그들은 와서 싸워주면 입다를 자신들의 우두머리로 만들겠다고 약속한다. 입다는 이들의 약속을 믿고 출정한다.

헌데, 입다는 출정하기에 앞서, 이상한 맹세를 한다.

"If you give the Ammonites into my hands, whatever comes out of the door of my house to meet me when I return in triumph from the Ammonites will be the LORD's, and I will sacrifice it as a burnt offering." "암몬족을 내 손에 주시면, 내가 승리후 돌아올 때 누구든지 내 집 문에서 나와 나를 처음 맞이하는 자를 신께 드리고, 그것을 번제로 올리겠습니다." <사사기 11장 30절>

굳이 이런 맹세를 해야할까 싶은데.. 역시나.. 그가 승리후 돌아와 처음 그를 맞이한 것은 그의 딸이었다. 그는 눈물을 머금고 자신의 딸을 신에게 바친다. 그런데 딸을 진짜로 번제(burning offering) 했는지는 좀 애매하다. 유대인들은 사람을 번제로 올리는 다른 민족들을 욕해왔기 때문이다. 혹자는 번역이 잘못되었다고도 한다. and 가 아니라 or 로 번역되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나를 처음 맞이하는 자를 신께 드리거나 번제를 올리겠습니다.' 가 된다. 

무엇보다 이 부분은 마치 교훈을 주기 위해 억지로 끼워 넣은 느낌이다. 리더는 맹세를 함부로 해서는 안된다, 한 번 말을 뱉었으면 반드시 지켜야한다, 혹은 리더는 제 자식이라도 기꺼이 희생시킬 수 있어야 한다, 뭐 이런 억지 교훈을 가르치려고 말이다. 그건 그렇고,

입다의 이야기는 오늘날 티비 드라마에 나오는 뻔한 이야기와 비슷하다. 재벌가의 재산 다툼, 그 와중에 배다른 자식 밀어내기. 그리고 기업이 휘청거리자 배다른 자식 데려오는 기업 중역들. 딸아이 희생 이야기도 어디서 많이 본 이야기다. 미녀와 야수, 혹은 용에게 처녀를 바치는 이야기, 효녀심청도 조금 비슷한 면이 있고.. 

그러고 보면, 하늘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전도서의 한 구절처럼, 세상에 새로운 이야기는 없다. 언제가 같은 이야기가 반복되고 또 반복될 뿐이다. 그것이 설령 3류 막장 드라마일지라도.. 

어쩌다 보니, 이야기가 삼천포로 쭈욱 빠져버렸네. 도대체 뭔 소리를 하려고 이 포스트를 썼던고.. 사사기 11장이 일관성이 없으니 포스트도 일관성이 없다는 변명하닌 변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