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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리뷰/로스트

로스트 3-11 : Enter 77 : 낯선 곳에 들어가기.

by R.H. 2009. 8. 26.

 

<스포일러 주의>


 

Enter 하나 : 사이드에게 호의를 베푸는 낯선 남자의 집으로

 

미군에게 협조하고 풀려난 사이드는 이제 프랑스에서 과거를 숨기고 주방장으로 일하고 있다. 이런 그에게 어느 날 나타난 한 이라크인은 더 좋은 조건의 일자리를 제의하고, 사이드는 그의 호의를 받아들인다. 그런데 이것은 함정이었다. 그 낯선 남자의 부인은 이전에 사이드에게 고문 당한 여자였고, 이제 사이드는 반지하의 창고에 갇혀 폭행 당한다.


 

Enter 둘 : 사이드에게 호의를 베푸는 낯선 애꾸눈의 집으로

 

숲 속에서 발견된 외딴 오두막. 그 곳에는 애꾸눈 남자가 홀로 살고 있다. 이 낯선 남자의 집으로 들어가는 사이드는 총상을 입는데, 애꾸눈은 사이드가 비행기 추락 생존자라는 걸 확인한 뒤, 사이드에게 호의를 베풀기 시작한다. 과연 이 애꾸눈의 호의를 믿어도 되는 걸까?

 

섬 밖에서의 유사한 경험 (낯선 이의 호의가 함정이었다는 사실)을 통해 사이드는 본능적으로 안다. 이 에꾸 눈의 호의는 함정이라는 걸. 그리고 이들간의 몸싸움 끝에 사이드는 이 남자를 제압하고, 이 오두막 안에 또 다른 누군가가 숨어있다는 걸 알아낸다. 이 역시도 과거 섬 밖에서의 경험에서 배운 것이다. 섬 밖에서 반 지하에 감금당했던 사이드는 본능적으로 안 것이다. 이 오두막 지하의 고립된 공간에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Enter 셋 : 낯선 컴퓨터 게임으로 들어가는 로크

 

로크는 이 오두막에서 체스 게임이 깔린 컴퓨터를 발견하고는 이 게임에 말려들어간다. 그리고 로크가 컴퓨터 체스 게임을 이긴 뒤, 컴퓨터에는 갑자기 달마 이니시어티브의 박사가 나타난다. 박사는 이 오두막이 적에게 침입 당했다면 77을 누르라는(Enter 77) 낯선 지시를 내린다. 과연 눌러도 되는 걸까? 아니면 이 역시 함정일까? 로크는 낯선 이의 낯선 지시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 결과는...이 오두막은 폭파되고 만다.

 

인간의 잔인한 본능을 뛰어 넘으려는 노력

 

섬 밖에서의 이야기 : 반 지하에 감금된 사이드에게 이 여자는 말한다. 그녀가 처음 프랑스 파리에 남편과 왔을 때 집 밖에 나가는 것조차 두려웠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날 고양이의 처절한 울부짖음을 듣고는 창 밖을 내다보았는데, 동네 아이들이 고양이 한 마리를 괴롭히고 있었다고 한다. 그녀는 이 가련한 고양이를 자신의 집에 데려와 사랑으로 대해 주었다. 그런데 이 고양이는 가끔 그녀를 물어뜯기도 하고, 할퀴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 고양이는 자신이 안전하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곤 하는 것이다. 그녀가 고양이의 행동을 이해하는 것은 그녀 역시도 사이드 때문에 고양이와 같은 불안의 공포를 껴안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이제 그녀는 사이드에게 요구한다. 자신을 심문하고, 고문했던 사실을 인정함으로써 그녀에게 최소한의 인간으로서의 예의를 보여 달라고... 이에 사이드는 자신이 고문했다는 사실을 고통스럽게 인정한다. 그런데 그녀는 사이드를 용서하고 풀어주겠단다. 그 이유가 뭘까?

 

"We are all capable of doing what those children did to this cat, but I will not do that. I will not be that.

[우리 모두는 어린이들이 이 고양이에게 한 짓을 할 수 있어요. 하지만 난 그러지 않을 겁니다. 난 그렇게 되지 않을 거에요.]

 

고양이를 괴롭히는 어린 아이들. 즉, 약자를 괴롭히는 것은 인간의 타고난 본능이다. 어린 아이들이 무엇 때문에 연약한 고양이를 괴롭히는 걸까? 그 불쌍한 고양이 한 마리를 괴롭힌다고 해서 그 아이들이 얻을 수 있는 이득이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아무 이유 없다. 우리 모두는 그 어린 아이들과 같다고 그녀는 말한다. 거리낌 없이, 아무 이유 없이 약자를 괴롭히는 인간의 타고난 잔인함.. 그리고 그녀는 사이드를 용서하고 풀어줌으로써 이 같은 인간의 타고난 잔인함의 본능을 뛰어넘겠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하는 것이다.

 

섬 안에서의 이야기 : 포로가 된 애꾸눈은 사이드 일행을 죽일 거라고 말한다. 그래서 루소는 이 자를  죽이라고 한다. 사이드는 디아더스 일당의 거처를 찾는데 필요한 지도가 있다. 따라서 애꾸눈은 포로로서 유용성도 없고, 사이드 일행을 죽일 수 있는 위험한 인물이다. 그런데도 사이드는 애꾸눈을 죽이지 않는다. 사이드는 섬 밖에서 자신이 고문한 그 여자를 통해 성장한 것이다. 인간의 타고난 본능인 잔인함을  뛰어 넘으려는 노력 말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이드 내면의 노력을 지켜보는 고양이 한 마리. 그 고양이는 과연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