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미드리뷰/로스트

로스트 3-10 Tricia Tanaka is Dead : 긍정의 힘

by R.H. 2009. 8. 25.

 

<스포일러 주의>


희망, 행운, 그리고 즐거움

 

Having hope is never stupid.You gotta believe good things will happen, and then they will. In this world, son, you gotta make your own luck. [희망을 갖는 건 절대 바보같은게 아냐. 어떤 일이 일어날 거라고 믿으면 정말 그렇게 된단다. 스스로가 자신의 행운을 만들어야 하는 거야.]

 

                 [부정적인 생각만 하면서 넋 놓고 있는 사람은 뺨을 후려쳐야 한다는. 농담입니다.]

 

섬 밖에서 복권에 당첨된 헐리에게 일어나는 나쁜 일들. 할아버지는 심장 마비로 급사하고, 새로 산 집은 난데없이 불타고, 헐리의 베스트 프렌드는 헐리가 좋아하는 여자랑 도망가버렸다. 심지어는 헐리가 인수한 치킨 가게에 취재 나온 여기자까지 유성에 맞아 죽는다. 이러한 희한한 일들을 겪은 헐리는 자신의 복권 번호가 저주받았다고 확신하고, 비관에 빠진다. 이런 헐리의 뺨을 후려치는 헐리의 엄마. 저주 따위는 없단다.

 

섬 안에서 찰리는 데스몬드의 예언 (찰리가 가까운 장래에 죽을 운명)을 듣고 비관에 빠져있다. 이런 찰리의 뺨을 이번에는 헐리가 후려친다. 저주 따위는 없다고.

 

이 와중에 난데없이 섬에서 고장 난 고물 자동차 한대가 발견된다. 그리고 헐리는 이 고물 자동차의 시동을 켜는데 열중한다. 섬에서 자동차가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설령 엔진을 고쳐서 쓸 수 있다고 해도 휘발류는 또 어디에서 구한단 말인가? 한마디로 이 고물 자동차를 고친다고 해도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것이고, 시동을 걸려는 행동 자체가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짓이다. 그런데 왜 헐리는 이 자동차에 매달리는 걸까?

 

그는 자동차 자체에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희망(hope)에 매달리는 것이다. 그는 망가진 자동차를 되살리는 헛짓거리 속에서 재미(fun)과 희망(hope)을 찾고 싶은 것이다. 스스로 행운을 만들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헐리와 그 친구들의 헛짓거리는 성공했다. 이 네 남자는 별일도 아닌 성공에 신났다. 환호성을 지르고 좋아 죽겠단다.

 

별거 아닌 성공의 기쁨을 가지고 캠프로 돌아온 이 남자들. 진수는 길가의 이름 모를 꽃 한 송이를 선화에게 건네준다. 찰리는 클레어에게 이 날의 무용담을 허풍 섞어가면서 들려주고 있다. 인생의 즐거움과 희망은 바로 이런 것인지도... 하루 종일 헛짓거리하고 키득거리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작은 꽃 한 송이를 건네며, 이 헛짓거리의 허풍을 들어주는 사람과 함께하는 것. 그리고 꽃을 줄 사람도, 허풍을 들어줄 사람도 없는 외로운 남자는 맥주를 마실 뿐이다.

 



        

행복은 사소함에서 오는 걸 알면서도...

 

You just...you need a little hope. We make our own luck, Hugo.You know what I think you should do? I think you should give away the money. all of it, every penny. Just save enough for a carburetor.Work on the Camaro,you know, just you and me.Take it off the blocks and make that road trip to the Grand Canyon. Never too late for a fresh start.  [너에게 필요한 건 그저 작은 희망이야. 스스로가 자신의 행운을 만드는 거란다. 휴고. 네가 지금 해야 하는 게 뭔지 아니? 네가 가진 돈 모두를 없애버려. 카뷰레이터 정도 살 돈만 남기고 말야. 너와나 나, 단 둘이서 카마로(스포츠카 이름) 한대 가지고 그랜드 캐년으로 도로 여행을 떠나는 거야. 새로운 시작에 결코 늦은 때는 없는 법이지.]

 

헐리는 복권 넘버에 저주가 내려졌다고 생각하고, 그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호주로 떠나려 한다. 이때 그의 아버지가 헐리에게 들려주는 충고는 " (그 저주받은) 돈 모두를 버리고 베낭메고 여행이나 훌쩍 떠나버리자." 는 것이다. 그런데 헐리는 복권번호가 저주받았다고 확신하면서도 그 돈을 차마 버리진 못한다. 헐리가 호주로 떠난 이유는 복권 번호의 비밀을 알고 싶었다기 보다는 저주를 풀어서 맘 편히 돈을 쓰고 싶었던 건지도 모른다.

 

우리 역시 안다. 우리를 속박하고, 괴롭히는 것이 무엇인지. 돈, 명예, 소유욕. 우리를 괴롭히는 게 무엇인지 분명히 아는데도 헐리처럼 차마 버리지는 못한다. 다 내던지고 배낭 하나 들쳐 매고 자유롭게 떠나지 못한다. 이번 에피소드에서 보여준 것처럼 살면서 신나고 즐거운 일은 엄청난 성공과 막대한 부가 아니라 시시껄렁한 일들인데 말이다. 고물 자동차 타고 노는 것처럼...

 

===========

 

 

이 장면에서 소이어가 헐리를 가리켜 하는 말, "International house of pancakes" 는 실제로 미국에 있는 IHOP 이라는 팬케익 가게다.(맥도날드처럼 체인 형식으로 운영됨.) 잘 보면 알겠지만 IHOP 을 풀어 쓰면, I hop(e), 즉 " 나는 희망한다." 라는 말이 된다. 여기서도 언어유희를 구사한 것인데, 이번 에피소드에서 헐리가 끊임없이 " 희망" 에 대해 언급하는 것과 연결 지어 사용한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