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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성경

사무엘하 11장~12장 : 다윗과 밧세바

by R.H. 2017. 2. 10.




어느 날 지붕 위에서 바람 좀 쐬던 다윗은 저 건너편 집에서 목욕하는 여인을 보고는 혹한다. 저 여자 누구냐 물으니, 전쟁에 나간 장수 우리아의 아내 밧세바란다. 보통 사람 같으면, 나라 위해 전쟁터에 나간 군인의 아내를 탐할 생각을 하겠나? 생각이 들더라도 주저주저 고민고민하겠지. 하지만 언제나 자기 욕망에 충실한 다윗에게 그런게 있을 리가. 이 인간은 언제나 자기 욕망 충족이 1번인 인간이다. 당장 데려 오라하고는 바로 동침이다. 



그런데 밧세바도 보통 여자는 아니다. 궁전에서 자기 집이 보이는 걸 뻔히 알면서, 목욕하는 모습을 노출한다?? 작정한 거. 여튼 얼마 안 되어 밧세바가 전갈을 보낸다. 임신했다는 것. 막말로 한큐에 임신되었을리 만무하고, 다윗과 밧세바가 여러번 놀아났단 소리다. 여기서 또 다윗의 못되처먹음이 나온다. 



임신한 자기 애를 우리아한테 떠넘기려고 잔머리를 굴린다. 뻐꾸기도 아니고 참.. 그래서 전쟁터에 나가 있는 우리아를 불러들여, 집에 가서 좀 먹고 쉬라고, 아내하고 동침도 좀 하고 그러라고 한다. 근데 우리아가 자기 집에 안들어가고 밖에다 텐트 치고 야영 한다. 지금 전쟁터에서 대장 이하 군사들이 고생고생하는데, 자기만 편히 쉴 수 없다면서.. 안 거다. 다윗과 밧세바의 스캔들을.. 



이 스캔들의 시작부터 다윗은 몰래몰래 조심조심 밧세바를 불러들이지 않았다. 두 집 사이에 하인들이 오고가며 전갈도 전하고.. 이 엄청나게 재미난 스캔들을 사람들이 모두 입을 꾹 다물었을 리 만무하다. 여기저기 쑥덕공론이 벌어지고, 쉬쉬하며 눈빛을 교환하고.. 우리아가 모를리가 없다. 근데 우리아는 참 직선적인 사람이다. 왕의 아이를 그냥 모른 척 기를 수도 있는데. 이스라엘의 여불위가 될 수도 있는데. 이스라엘의 비선 실세가 될 수도 있는데. 우리아는 딱 선을 그어버린다. 내 애 아니고, 기르지도 않겠다는 것. 



이에 다윗은 우리아의 손에 편지를 하나 들려서 전장으로 돌려보낸다. 우리아를 전쟁터 맨 앞에 세웠다가, 나머지 군은 빠지라는 거다. 그래서 우리아는 죽는다. 다윗은 이 소식 앞에 '칼이 사람봐가면서 죽인다든..' 이라는 가증스런 말도 내뱉는다. 그리고 우리아의 상기간이 끝나자, 바로 밧세바를 취한다. 아, 나는 다윗이 싫다. 정말 싫다. 



일이 이 지경에까지 이르자, 결국 종교부장 나단 출동. 나단은 다윗 앞에서 우화를 들려준다. 우리식으로 말하면 99가마니 가진 부자가 1가마니 가진 가난한 자의 것을 뺏는 이야기다. 이를 들은 다윗은 '부자 저 놈 시키, 쳐죽일 시키' 하면서 노발대발한다. 그러자 나단이 "그게 바로 당신이오!!" 라고 외친다. 다윗은 이에 어안이 벙벙. 자기가 저지른 죄를 깨닫는다. 또 이런 거 보면 다윗이 뼛속까지 나쁜 놈은 아닌 거 같고. 



여튼 자기 객관화의 기회를 갖는다는 게 이렇게 중요하다. 사람들은 스크루지가 변한 이유가 남들이 자기 욕하는 걸 들어서, 조카가 사랑으로 쉴드쳐주는 걸 봐서, 자기 무덤 보고 공포에 떨어서라고 하지만, 아니다. 스크루지가 변한 건, 그가 자기 과거를 한 걸음 떨어져서 객관적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자기 이야기를 관객으로 본다는 것, 그것은 자기 객관화를 하는 것이다. 세상의 이야기들은 우리에게 이 기회를 제공한다. 우리에게 소설이, 신화가, 동화가 소중한 이유다.



나단은 다윗이 저지른 죄로 인해, 밧세바가 낳은 아이는 죽어야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밧세바의 아이는 바로 병에 걸린다. 아마도 후대에 복잡해질 문제의 싹을 도려낸 듯하다. 이에 다윗은 식음을 전폐하고 땅에 엎드려 간구하고 또 간구한다. 하지만 칠 일이 지나 아이가 죽어버리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갑자기 다윗은 목욕하고 옷 갈아입고 맛있는 음식 냠냠쩝쩝이다. 이상 행동을 보이는 다윗에게 신하들이 '먹지도 않고 그러시던 분이 왜 이렇게 태도 전환이 빠르냐' 물으니. 



다윗 왈, '소용없으니까. 애가 살아있을 때는 혹시나 살려낼 수 있을까 해서 몸부림쳐봤지만, 이젠 소용 없으니까. 내가 계속 땅을 치고 울고 먹지도 자지도 않는다고, 죽은 애가 돌아오는 거 아니니까.' 그렇다. 다윗은 이런 놈이다. 자식이 아프고, 죽어서 슬픈 게 아니라, 뭔가 얻을 게 있을 거란 가능성 때문에 슬픈 척 하는 것이다. 쇼하는 인간이고, 자기가 쇼를 한다는 것을 숨기지도 않으며, 부끄러워하지도 않는, 그런 인간이다. 그리고는 바로 밧세바하고 동침하고 또 애를 낳는데, 그 애가 바로 솔로몬..이 집구석, 어지간히 막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