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 주의, 결말 모두 적어놨음>
이렇게 까칠한 영웅을 다룬 영화가 있었나? 생소하다. 그런데 왜 슈퍼 히어로가 꼴통짓(asshole)을 하지?
절대 고독, 나는 누구인가?
어느 날 핸콕은 선로 위에서 위험에 처한 홍보 전문가인 레이를 구해주는데, 핸콕의 삐뚤어진 성격을 지켜본 레이는 핸콕의 이미지 개선을 돕겠다고 한다. 까칠한 성격의 이 슈퍼 히어로는 레이의 제안이 못마땅하다. 레이는 말한다.
"당신이 못되게 구는 건 당신이 외롭기 때문이죠.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은 거라고요."
핸콕은 자신이 누군지 모른다. 어느 날 둔기에 맞아 기절하고 눈을 떠보니 병원이었고, 기억을 상실했다. 핸콕은 말한다.
"내가 얼마나 나쁜 놈이면 나를 찾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 걸까요? 단 한 명도..."
이 세상에 절대 유일한 강자.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 꿈꾸었던 영웅. 우리는 보자기를 목덜미에 두르고 옥상에서 뛰어내리곤 했다. 얼마나 멋진가? 하늘을 날고, 사람들을 도와주고.. 그런데 머리가 커진 지금 곰곰이 생각해 본다. 내가 핸콕과 같다면 과연 행복할까?
우리는 스스로에게 줄기차게 묻는다. 나는 누구인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그리고 왜 이리도 외로운 걸까? 이 지구상에는 나와 비스꾸리하게 생긴 인간이 몇 십 억 명 있다. 우리는 모두 비슷하게 생겨먹고, 비슷한 생각을 하며, 비슷한 일상을 보낸다. 이렇게 나와 비슷한 인간이 수없이 많음에도 외롭다.
그런데 핸콕은? 자신과 비슷한 사람이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도 찾을 수 없다.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물어 볼 사람조차 없다. 적어도 우리는 종교, 과학, 철학이라도 있지 아니한가. 어디에도 정확한 답은 없지만, 적어도 물어 볼 데라도 있다. 헌데, 핸콕은 이런 불완전한 대답조차 해 줄 사람 하나 없다. 그래서 그가 느끼는 외로움은 보통의 우리보다 몇 천 배는 더 크다. 나 자신을 알려고 할 수록 짜증이 나고, 행동은 삐뚤 하다. 핸콕이 지금 그러하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면 죽게 된다고?
어라? 그런데 레이의 아내인 메리, 알고 보니 원더우먼이다. 게다가 몇 천년 전부터 핸콕과 사랑하는 사이였단다. 그런데 왜 그녀는 핸콕을 떠났는가? 두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한 쌍으로 이루어졌는데, 그들이 함께 있으면, 초능력을 잃게 된단다. 인간처럼 삶을 살고, 사랑하고, 관계를 맺으면 인간처럼 늙고 죽는다는 것이다. 원래는 그들과 같은 초능력자가 매우 많았는데, 그들은 인간처럼 사랑하는 것을 택해서 결국 모두 죽었다고 한다. 그리고 남은 자들이 핸콕과 메리다. 결국 핸콕은 그녀와 멀리 떨어지는 것을 택하고, 영웅의 삶을 살게 된다는 결말이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포기할 수 밖에 없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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