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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성경

욥기 8장~10장 : 발닷과 욥의 1차 논쟁

by R.H. 2018. 5. 12.


욥기 8장 : 빌닷의 훈계질



수아 사람 빌닷이 대답하였다. 언제까지 네가 그런 투로 말을 계속할 테냐? 네 입에서 나오는 말 거센 바람과도 같아서 걷잡을 수 없구나. 네 자식들이 주님께 죄를 지으면, 주님께서 그들을 벌하시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냐? 그러나 네가 하나님을 간절히 찾으며 전능하신 분께 자비를 구하면, 또 네가 정말 깨끗하고 정직하기만 하면, 주님께서는 너를 살리시려고 떨치고 일어나셔서, 네 경건한 가정을 회복시켜 주실 것이다. 처음에는 보잘 것 없겠지만 나중에는 크게 될 것이다. <새번역> 욥기 8장 1절~7절



언제까지 그런 투로 말을 할 테냐... 참 많이 들어본 소리다. 고통으로 괴로운 사람이, 억울해서 화가 난 사람이 격한 감정에 휩싸여 말하는 것은 당연할진대.. 우리는 너무도 많이 듣는다. 알겠는데, 말투가 왜 이래. 왜 이렇게 거칠고 신경질적으로 말하는데? 좀 이쁘게 말할 수 없나... 



네 자식들이 죄를 지었으니, 벌 받는 게 당연하지 않냐?... 이것도 참 많이 들어 본 소리다. 잘못한 게 있으니까 그런 일을 당한 거지. 옷을 누가 그렇게 입고 다니랬냐, 그 시간에 왜 나다니냐, 가까운 곳 놔두고 굳이 배 타고 거길 왜 가냐, 맞을 짓을 했으니 맞은 거지. 죄를 지었으니까 벌을 받는 거야.. 피해자를 탓하는 이 지긋지긋한 말들... 



그러면서 말하길, 자비를 구하란다. 그들의 자비를.. 그들이 주는 보상에 만족하고 잊으라고, 그만 좀 하라고, 그만 좀 시끄럽게 하라고, 일상으로 돌아가라고. 그러다 보면 결국에는 다시 평온한 삶을 얻게 될 거라고.. 그 유명한 욥기 8장 7절의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나중은 창대하리라'(개역개정).. 는 말은 전체 맥락으로 보면 참담한 말이다.. 



살아서 누리던 즐거움은 이렇게 빨리 지나가고, 그 흙에서는 또 다른 식물이 돋아난다. 정말 하나님은, 온전한 사람 물리치지 않으시며, 악한 사람 손 잡아 주지 않으신다. 너를 미워하는 사람은 부끄러움을 당할 것이며, 악인의 장막은 자취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 <새번역> 욥기 8장 19절~22절



욥기 8장 전반부에서 발닷은 악담 수준의 말을 하다가 후반부에서는 자기 계발 강사 마냥  말하기 시작한다. 사람 사는 거 별거 없다, 인생 참 짧다. 너가 아니더라도 결국에는 그 악인은 벌 받을 것이고, 사라질 것이다. 이제 그만 좀 잊자... 흔하디 흔한 말, 하나 마나 한 말이다. 시중에 나와 있는 자기 계발 심리 도서 느낌이다. 삶 참 덧없죠, 분노로 자신의 삶을 갉아먹어서야 되겠습니까. 멈추면 보입니다. 아프니까 청준이죠. 마음을 비우고, 릴렉스.. 릴렉스..이런 말들이 더 짜증남. 아니, 더 나쁜 말이다. 차라리 위에서처럼 개소리를 하면 맞받아치면서 시끄러운 소리라도 나니 어찌 되었든 세상이 이 고통을 들을 것이다. 그런데 릴렉스 릴렉스... 하는 말들은 조용히 하라는 말, 가만있으라는 말, 저항하지 말라는 말의 소프트 버젼일 뿐이다. 그래서 더 나쁘고 더 위험하다.



욥기 9장~10장 : 욥의 반론이라기보다는 무력감 호소...



비록 내가 옳다고 하더라도, 그분께서 내 입을 시켜서 나를 정죄하실 것이며, 비록 내가 흠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분께서 나를 틀렸다고 하실 것이다. 비록 내가 흠이 없다고 하더라도, 나도 나 자신을 잘 모르겠고, 다만, 산다는 것이 싫을 뿐이다. 나에게는 모든 것이 한 가지로만 여겨진다. 그러므로 나는 "그분께서는 흠이 없는 사람이나, 악한 사람이나, 다 한 가지로 심판하신다" 하고 말할 수밖에 없다. 갑작스러운 재앙으로 다들 죽게 되었을 때에도, 죄 없는 자마저 재앙을 받는 것을 보시고 비웃으실 것이다. <새번역> 욥기 9장 20절~23절



신 앞에서 아무리 의로움을 주장해도 소용이 없다, 고통받는 자의 부르짖음을 듣기는 하시는 걸까.(9:16) 죄가 있건 없건 상관 없이 갑작스런 재앙으로 고통 당해도 신은 이를 보고 비웃으실 것이다. 내가 결백하더라도, 죄가 있다고 하실 것이다. 불경스럽기까지 한 욥의 발언들이다. 그러면서 욥은 무력감을 호소한다. 결국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옳음을 주장해도, 의로움을 주장해도, 정의를 주장해도, 고통을 호소해도, 불의를 고발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 이제 욥은 다시 한번 말한다.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주님께서 나를 이렇게 할 것이라면 왜 나를 모태에서 살아 나오게 하셨습니까? 차라리 모태에서 죽어서 사람들의 눈에 띄지나 않았더라면, 좋지 않았겠습니까. 생기지도 않은 사람처럼, 모태에서 곧바로 무덤으로 내려갔더라면, 좋았을 것입니다. <새번역> 욥기 10장 18절~19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