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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성경

사무엘하 1장 : 용사들은 쓰러지고..

by R.H. 2013. 2. 14.

"아, 용사들은 쓰러지고, 무기는 사라졌구나" -사무엘하 1장 27-

흙먼지를 가득 뒤집어 쓰고 찢겨진 옷을 입은 모습을 한 사내가 사울진영에서 다윗 진영으로 달려와 사울의 죽음을 상세히 전한다. 그는 본시 아말렉 사람으로 이스라엘군에 참여한 용병인 듯 하다. 사울이 죽기 일보직전에 매우 고통스러워하며, 자신에게 죽여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아마도 사울이 자살하기 위해 칼을 제 몸에 꽂은 후에 즉사하지 못했던 듯 하다. 그래서 그는 사울의 요청대로 사울을 죽이고는 사울의 왕관과 팔찌를 벗겨서 다윗에게로 들고 왔다.

이 아말렉인은 아마도 상을 받을 것이라 생각했던 듯 하다. 다윗을 죽이려했던 사울이다. 게다가 지금 다윗은 블레셋땅에서 망명 생활을 하고 있는 처지다. 사울이 살아있는 한 다윗이 제 나라로 돌아갈 수 없는 몸이다. 그러니 사울의 죽음은  당연히 다윗에게는 희소식이다. 소식을 들고온 자는 사울의 죽음을 들은 다윗이 덩실덩실 춤이라도 출줄 알았던 모양이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다윗은 사울의 죽음을 애통해 한다. 무엇보다 이 소식을 들고 온 이 사내를 죽여버린다.

Your blood be on your own head. Your own mouth testified against you when you said, 'I killed the LORD's anointed.  네 입이 스스로 "신이 기름부은 자를 죽였다" 라고 증언하였으니,  네 피가 네 머리에 있을지어다" <사무엘하 1장 16절>

다윗은 이번에도 '기름 부음 받은 자' 의 권위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알리고 있다. 기름 부음 받은 자, 즉 왕으로 임명된 자는 손 끝 하나 대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다윗 역시도 기름 부음 받은 자다. 

그렇다고 해서, 다윗의 행동이 쇼맨쉽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전임자 사울왕에 대한 예우를 보여주고자 하는 부분도 분명 있었겠지만, 사울의 죽음에 대한 인간적인 연민이 분명 있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그가 사랑했던 요나단의 죽음에는 진정으로 가슴이 미어졌을 것이다. 다윗의 목숨을 구해주고, 제 몸보다 더 아끼고 사랑해주고, 다윗과의 이별 앞에서 눈물을 쏟아내던 요나단.. 요나단은 다윗에게 왕위를 주고, 자신은 이인자가 되겠다고까지 했다. 아.. 요나단은 얼마나 다윗을 사랑했던가.. 이런 요나단의 죽음을 알게 된 다윗의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비통했을 것이다.

그리하여 다윗은 사울과 그의 아들 요나단을 기리는 애도의 시를 짓는다. 이는 사무엘하 1장 21절~27절에 기록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