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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리뷰/로스트

로스트 2-18 Dave : 이 모든게 꿈인걸까?

by R.H. 2009. 8. 24.

최초 작성일 2008-11-06 071434

 

<스포 주의>
 

현실이 꿈은 아닐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진짜인가? 이 모두가 꿈은 아닐까? 내가 농락 당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아니면 내가 스스로를 농락하고 있는 것인가?

 

이런 식의 물음들은 고대 철학자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명칭만 다를 뿐 꾸준히 이어져오고 있다. 플라톤의 동굴 비유, 베이컨의 동굴의 우상, 데카르트의 실존에 대한 의심, 장자의 호접지몽. 구체적인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큰 틀에서 보면 모두 유사한 물음들이다. 또한 이러한 물음들은 철학자들만의 특권이 아니다. 우리 모두가 한번쯤은 스스로에게 던지는 일상적인 물음이기도 하다.

  
이 세상에 잠을 자지 않는 사람은 없고, 잠을 자는 사람은 모두 꿈을 꾼다. 그리고 꿈을 꾸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의심하게 된다. 현실이 꿈이고, 꿈이 현실인 건 아닐까?

    
그래서 이러한 현실에 대한 의심을 다룬 영화나 소설도 상당히 많다. 특히 영화 'Open Your Eyes'(1997년 작품)는 로스트의 이번 에피와 설정이 매우 유사하다. 이 영화는 당시 스페인에서 흥행에 성공한 작품으로 이후에 탐 크루즈 주연의 '바닐라 스카이' 라는 제목으로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 되기도 했다. 아마도 로스트가 이 영화를 보고 설정을 차용한 게 아닌가 한다. 이번 포스트는 오픈 유어 아이즈라는 영화와 유사한 설정들을 간략히 비교해보기로 한다.(오픈 유어 아이즈라는 영화를 안보신 분은 읽지 마세요. 영화 스포 포함입니다.)

 

  
Dave : 조언자, 안내자, 운명 수정의 기회를 주는 역할

  
영화 '오픈 유어 아이즈' 에서는 Life Extension 이라는 회사의 회장이 주인공에게 힌트를 주는 사람으로 나온다. 그 회장은 주인공이 꿈을 꾸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주인공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조언하는 안내자이며, 주인공의 운명의 경로를 수정할 기회를 알려주는 사람이다. 또한 주인공이 어떻게 해서 꿈 속에 들어왔고, 과거의 어느 시점이 꿈에서 깨어날 수 있는 기회의 지점(splice)이었는지 설명해주는 사람이다.

  
마찬가지로 로스트의 이번 에피에서 데이브라는 인물은 헐리에게 힌트를 주는 안내자다. 데이브 역시 헐리가 어떤 상태에 있는지 설명해 주고, 과거 어느 시점이 헐리에게 기회의 지점(splice)이었는지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또한 헐리가 자신의 운명의 경로를 수정할 기회를 주는 사람이다.

   

 
인생에 오는 세번의 기회

  
흔히 말하는 인생에 오는 세번의 기회라는 말. 이것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에피가 4시즌의 로크 이야기에도 있다. 이 이야기는 나중에 포스트에 올리기로 하고, 이번 에피는 헐리의 이야기에만 포커스를 두기로 한다.

  
헐리의 첫 번째 운명 수정의 기회는 헐리가 정신 병동에 수감되어 있을 때다. 어느 날 밤 데이브는 헐리에게 정신 병원 탈출을 종용한다. 그런데 헐리는 창문 앞에서 망설인다. 헐리는 데이브가 자신이 만들어내 망상이라고 확신하고, 창문 밖으로 탈출하지 않는다. 그리고 스스로는 이 순간이 자신의 인생에서 분기점이라 생각하고 안락한 생활을 한다.

  
하지만 데이브의 설명에 따르면 헐리가 창문을 닫아 버린 순간, 헐리가 무의식의 세계(혹은 혼수상태)로 돌아가 버렸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이 섬과 섬 안의 사람들, 그리고 데이브조차도 헐리가 만들어낸 이미지들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데이브는 헐리에게 다시 제안한다. 이 꿈에서 깨어나라고...절벽에서 뛰어 내리면 이 꿈에서 깨어난다는 것이다. 이것이 헐리에게 주어진 두 번째 운명 수정의 기회이다.

  
그런데 헐리는 또다시 망설인다. 더군다나 자신이 사랑하는 리비라는 여자가 여기 있다. 결국 헐리는 절벽 끝에서 리비의 손을 잡고 내려온다. 그렇다면 무엇이 헐리의 망상일까? 데이브가 망상인 걸까? 아니면 리비가 망상인 걸까? 답은 마지막 장면에서 드러난다.

 
헐리는 두 번째 기회를 놓친 것이다. 그렇다면 세 번째 기회가 그에게 주어질까? 그에게 새로운 기회가 주어지는지 여부는 계속해서 드라마를 지켜봐야 알 것이다.

  
"See you in another life." <다음 생에서 다시 보자고>

 

  
PS : 로스트 2-17화와 영화 Open Your Eyes의 유사 설정 찾아보기

 


 

 

이 밖에도 헐리가 자신의 몸무게로 인해 다른 사람들이 죽었다고 생각하는 죄책감에 정신병원에 수감되었다는 설정과 영화 속 주인공 케사르가 자신의 환각으로 소피아를 죽였다는 죄책감에 정신병원에 수감되었다는 설정도 유사하다. 또한 헐리기 절벽에서 뛰어 내리지 못하게 말리는 역할을 하는 리비라는 캐릭터처럼 영화에서 정신과 의사가 적극적으로 주인공의 깨어남을 막으려는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