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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리뷰/로스트

로스트 2-17 Lockdown : 언어유희

by R.H. 2009. 8. 24.

 

<강력 스포일러 주의>

 

Lockdown, Locke is down

 

로스트는 거의 매회 한 인물의 섬 밖에서 이야기와 섬 안에서 이야기를 교차시키는 방식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이 두 이야기는 내용상, 주제상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런데 로크의 이야기가 주 내용인 이번 에피는 약간 다르다. 섬 안에서 로크가 해치 안에 갇히는 내용과 섬 밖에서 헬렌과의 이별이라는 이야기 사이에 공통점은 별로 없어 보인다. 이번 에피는 이전과 같은 내용간 연결고리의 공통점이라기 보다는 단어간 연결고리의 공통점에서 재미를 찾을 수 있다.

 



소제목 Lockdown 은 감금이라는 뜻이다. 로크가 해치 안에 감금되는 이야기이라는 점에서 볼 때 자연스러운 제목이다. 그런데 이 단어를 문장으로 약간 변형시켜 만들어 보면, Locke is down. "로크가 아래에 있다."

 

섬 안에서 로크가 해치 안의 감금 벽 아래 깔린다.(down)
섬 밖에서는 로크가 헬렌 앞에서 청혼을 하면서 무릎을 꿇었다. (down)
이에 덧붙여 로크가 섬 밖에서 아버지에게 또 한번 이용 당하고, 헬렌이 떠나면서 그의 인생은 완전히 바닥으로 떨어진다.(down)

 

이 모든 사건의 공통점은 바로 "로크의 다운"과 연결되어 있다. 로스트는 보는 사람에게 다양한 재미를 준다.

  

 

헬렌이 로크를 떠날 수 밖에 없는 이유

 

이번에도 로크는 아버지에게 이용당한다. 아버지를 대신해 은행에서 돈을 찾아다 주고, 아버지는 로크에게 20만 달러를 건네 준다. 이때 그들간의 대화.

 

로크 :  돈 때문에 한 게 아니에요.
아버지 : 그럼 무엇 때문에 한 거지?

 

아버지의 질문에 로크는 아무 말 없이 쳐다본다. 그리고 아버지 역시 로크를 쳐다본다. 침묵의 눈빛 속에 대답이 있다. 로크는 아버지의 사랑을 원하고, 그와의 관계 회복을 원한다는 것을.

 

이전 포스트에서 적었듯이 로크에게 있어서 구원의 길은 헬렌이다. 그리고 그 구원의 길을 가기 위한 첫 걸음이 바로 자신의 아버지를 극복하는 것이다.  또한 하나의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인간으로 완성되기 위한 첫 걸음 역시 자신의 아버지를 뛰어 넘는 것이다. 이것은 로크만이 아니라 세상 모든 자식들의 숙제다.


 

그런데 로크는 지금도 아버지를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그의 사랑을 받고, 그의 품 안에 안기고 싶어한다. 헬렌은 그 누구보다도 로크를 이해하고 변함없이 사랑한다. 그런데 왜 로크의 프러포즈를 받아들이지 못하는가? 로크는 하나의 독립적인 인격체로의 성장보다는 아버지의 품을 더욱 원하기 때문이다. 이런 식이라면 로크는 영원히 정신적인 성장을 이뤄내지 못할 것이다. 헬렌은 로크를 사랑하기 때문에 떠나는 것이다. 로크의 정신적 독립과 성장을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로크 스스로 내부적 결심에 의한 성장의 길을 택하지 않았기에, 이제 외부적 요인들에 의해 독하게 그 성장의 길을 걸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