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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소설

아멜리 노통브 <배고픔의 자서전, 2004>

by R.H. 2016. 9. 3.



배고프다, 갈증이 난다... 먹어도 먹어도, 마셔도 마셔도 가시지 않는 "초월적인" 배고픔과 갈증. 채워지지 않는 욕망, 갈망, 공허함.. <배고픔의 자서전> 은 음식에 대한 허기짐, 물에 대한 갈증에서 시작한다. 하지만 소설의 처음 몇장만 들춰봐도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뭔지 뻔히 알 수 있다. 작가의 최종 허기짐과 갈증은 결국 이야기, 책.. 그리고 글쓰기에 대한 것이니까. 



"배고픔, 이건 욕망이다. 이것은 열망보다 더 광범위한 열망이다. 이것은 힘으로 표현되는 의지가 아니다. 그렇다고 유약함도 아니다. 배고픔은 수동적인 게 아니기 때문이다. 굶주린 사람, 그는 뭔가를 찾는 사람이다." <배고픔의 자서전>



아멜리 노통브의 등단작 <살인자의 건강법> 은 문학의 신내림에 대한 이야기다. 신병이 나면, 무당이 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듯이, 문학의 신이 강림하면 글을 쓰지 않고는 못 배긴다. 등단작은 '나는 왜 글을 쓰는가' 라는 작가의 출사표다. 그녀는 문학의 신이 강림했기에 글을 쓸 수 밖에 없다고 선언한 것이다. 그리고 <배고픔의 자서전> 은 '나는 왜 글을 쓰는가' 를 자서전 형식으로 좀 더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밝힌다. 그것은 바로 이야기에 대한 끝없는 갈증인 것이다.



이 미칠듯한 갈증과 허기는 모든 경계를 뛰어넘게 만든다. 아무렇지도 않게 뛰어넘게 만드는 것이다. 하여 그녀의 이야기들은 선악과 윤리를 초월한다. 욕망, 탐미주의, 독설과 유머.. 그러니 당연히 재미있다. 이걸 말해도 되는 건가.. 하는 쭈뼛거림, 주저, 망설임이 없다. 이야기는 쭉쭉 뻗어나가고 문장은 거침없다. 단어들은 살아 숨쉰다. 신이 이야기꾼에게 펜을 주었는데 무엇을 망설인단 말인가...



"글쓰기는 내게 역동적인 밀어내기, 짜릿짜릿 쾌감이 느껴지는 두려움, 끊임없이 거듭나는 욕망, 관능적인 필요에 다름이 아니다." <배고픔의 자서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