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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성경

영왕기상 5장~10장 : 건설왕 솔로몬

by R.H. 2017. 5. 24.


지혜의 왕으로 유명한 솔로몬이지만, 건설왕이라는 다른 닉네임을 붙여줘도 무방할 정도로 그의 건설 사랑은 대단하다. 성전 건축에만 7년, 자기 궁전 건축에 13년, 도합 20년 동안 거대 건설 사업에 매진하였고, 이후에도 도시와 성벽 건설 사업을 끊임없이 했다. 여기에 투입된 인력과 비용이 참으로 막대했는데, 그걸 다 감당할 수 있었던 건 그의 왕국 주력 산업이 농업이 아니라, 무역업이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솔로몬이 건설만이 아니라 배 건조에도 힘썼다는 점, 솔로몬 시대엔 주변국들과의 전쟁 이야기가 거의 없다시피 하다는 점, 대신 주변국들과의 우호적 관계가 두드러지게 기술되어 있는 점으로 볼 때, 그의 왕국이 무역으로 먹고 살았다는 걸 추측할 수 있다. 솔로몬이 이집트 파라오 딸과 결혼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뿐만 아니라 후비가 700명, 첩이 300명에 이르렀는데, 이건 뭐 결혼식을 올리긴 했을까 싶다. 그냥 서로 얼굴도 안 보고, 결혼 증명서만 발급해서 보내줬을 듯. 


또한 두로의 왕 히람과의 협력 관계를 통해 레바논에서 성전 건축을 위한 자재 저장과 운반을 원만히 했는데 여기서도 무역 왕국의 면모가 드러난다. 이때 솔로몬은 히람에게 사업에 들어가는 비용과 인건비를 모두 맞춰줄 뿐만 아니라, 나중에는 성읍 20개도 내준다. 근데 지혜의 왕답게, 아니 거래의 왕이라고 해야 하나. 여튼 무려 20개나 되는 성읍을 내주지만, 쓸모없는 땅뙈기를 준다. 나중에 두람이 이 땅을 받고는 Cabul, 영어로 good for nothing, 그러니까 속 빈 강정이라고 명명하면서 투덜댄걸 보니 두람이 좀 손해나는 거래 한 듯.


여튼 솔로몬 시대는 이스라엘 최전성기가 확실하다. 이전에 다윗이 성전 건축을 시도했지만, 엘리트 집단의 반발로 무산된 데 반해, 솔로몬은 아무 저항 없이 아브라함 이래 최대 건설 프로젝트를 실현할 수 있었다. 솔로몬의 성전 건축. 이건 후대의 많은 종교인이 따라 하고 싶어 하는 롤모델이다. 하지만 이건 처음부터 잘못된 것이다. 


모세는 성소를 텐트로 만들었다. 그 안에 이스라엘 헌법인 십계명이 새겨진 돌 두 개를 담아둔 작은 상자 하나를 두었다. 이게 전부다. 모세가 출애굽 뒤에 가나안 땅으로 들어가지 못했기 때문에 임시로 천막 당사, 아니 아니 천막 성소를 만든 게 아니다. 모세가 가나안에 들어가서 정착하면 성전을 만들라는 유언을 한 것도 아니다. 비록 간소한 천막 성소지만, 관리를 엄격히 하여 그 임무를 소홀히 할 때는 조카인 애런의 아들일지라도 가차없이 목을 베었다. 오랜 사사의 시대에도 이 천막 성소가 스탠다드였다. 그런데 다윗대에 이르러서 성전 건축 이야기가 나온다.


"내가 이스라엘 자손을 이집트에서 인도하여 내던 날부터 오늘날까지 집에 거하지 아니하고 텐트에 거하며 살았거늘....내가 너희에게 나를 왜 나를 위해 호화로운 집을 짓지 않느냐고 말한적이 있더냐?" <사무엘하 6절~7절>


그런데 다윗은 성전 건축을 못 한다. 엘리트 집단의 반발 때문이었다. 그들이 하기 싫어서 국력 낭비여서 그런 것도 있지만, 성전 건축은 자기들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다윗이 이스라엘 최고 네임드 왕이긴 하지만, 분명 그의 힘은 견제받았다. 군 실세인 요압의 견제뿐만 아니라, 종교 엘리트들의 견제를 받았다. 그런데 솔로몬대에 와서는 아무도 견제하지 않는다. 솔로몬에게로 막강한 힘이 쏠려있고, 솔로몬은 완전한 중앙집권적 권력을 누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잘 먹고 잘살았는가? 잘 먹고 잘살았다. 솔로몬대에는 그리고 솔로몬 시대까지만.. 솔로몬의 1년 세수는 금으로 666달란트(약 25톤)에 이르렀다고 한다. 666이 요한계시록에만 나오는 거 아님. 이 숫자는 멸망을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물질을 포함하기도 하는 듯 하다. 여튼 이런 물질적 풍요 속에 스물스물 우상숭배 기운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솔로몬이 시돈 사람의 여신 아스다롯과 암몬 사람의 우상 밀곰을 따라가서, 주님 앞에서 악행을 하였다. 그의 아버지 다윗은 주님께 충성을 다하였으나, 솔로몬은 그러하지 못하였다. 솔로몬은 예루살렘 동쪽 산에 모압의 혐오스러운 우상 그모스를 섬기는 산당을 짓고, 암몬 자손의 혐오스러운 우상 몰렉을 섬기는 산당도 지었는데, 그는 그의 외국인 아내들이 하자는 대로, 그들의 신들에게 향을 피우며, 제사를 지냈다. 이와 같이, 솔로몬의 마음이 주 이스라엘의 하나님을 떠났으므로, 주님께서 솔로몬에게 진노하셨다. 주님께서는 두 번씩이나 솔로몬에게 나타나셔서, 다른 신들을 따라가지 말라고 당부하셨지만, 솔로몬은 주님께서 하신 말씀에 순종하지 않았다" <열왕기상 11장 5절~8절> 


야훼를 위한 거대한 성전을 만든 솔로몬 스스로가 우상숭배에 빠진다. 우상숭배가 뭔가. 기복신앙이다. 잘 먹고 잘살게 해달라는 물질숭배다. 삐까뻔쩍한 황금 성전을 만드는 것, 그것 자체가 물질숭배라는 씨앗을 품고 있다. 그래서 모세가 그런 짓 못 하게 천막 성소를 스탠다드로 했다. 볼품없는 천막 성소지만 거기에야말로 강력한 힘이 담겨있다. 차떼기당도 천막 당사로 다시 일어난 것만 봐도 천막의 힘, 진짜 대단하다능. 


그래서 이렇게 잘 먹고 잘살던 솔로몬 왕국은 솔로몬 사후 남북으로 갈라져버린다. 기독교 신자가 아닌 사람도 다윗과 솔로몬이 누군지는 알지만, 그 다음 왕이 누군지는 잘 모른다. 그렇게 빠른 속도로 이스라엘 리즈 시절은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