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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성경

열왕기상 2장~4장 : 솔로몬의 등극

by R.H. 2017. 5. 23.


드디어 숙청당하는 요압



다윗은 이제 죽을 때가 되어 솔로몬에게 요압과 시므이를 죽이라는 유언을 남긴다. 



요압은 군 최고 실세로 다윗을 옹립하고, 수많은 전투에서 승리를 거둔 일등 개국 공신이다. 이처럼 다윗과 평생을 함께해왔지만, 이 둘의 관계는 동지 관계가 아니라 이익을 주고받는 동업자 관계다. 다윗은 요압을 필요로하긴 했지만, 요압을 짜증스러워했고, 틈만 나면 요압을 숙청하려 했다. 하지만 끝끝내 다윗 생전에는 숙청 못했다. 



"내가(다윗) 기름 부음 받은 왕이 되었으나 오늘날 약하여서 스루야의 아들인 이 사람들(요압과 그 형제들) 을 제어하기가 너무 어려우니 여호와는 악행 한 자에게 그 악한대로 갚으실찌로다" <사무엘 3장 39절>



다윗은 저렇게 대놓고 요압과 그 집안 식구들을 저주할 정도였다. 요압은 다윗의 면전에서 대거리를 하고, 왕의 말을 무시하고, 심지어는 압살롬 반역 사건 때, 다윗이 힘을 실어준 아마사 장군을 보란듯이 잔인하게 죽여버린다. '왕이 나 제낄려는 거 아는데, 그럼 나 가만 안 있어. 나 이런 사람이야.' 하고 과시하는 느낌이다. 



이렇게 통제 안 되는 요압이 결국에는 다윗 승인도 없이 아도니야를 차기 왕으로 옹립하려는 오만을 부렸다. 두 번째 킹메이커가 되려고 욕심을 부린 것이다. 여튼 솔로몬은 왕위에 등극하자마자, 아도니야 왕자의 난에 가담했던 제사장 아비아달을 내쫓고, 요압은 죽여버린다.



킹메이커들은 항상 킹과 사이가 좋질 않다. 모세와 애런의 경우에는 견제구를 서로에게 자주 던지긴 했지만, 모세가 애런에게 줄건 주되, 욕심내면 본때를 보여주면서 어쨌든 끝까지 파트너쉽을 유지했다. 사무엘과 사울의 경우는 왕과 킹메이커의 관계가 파탄 났고, 왕인 사울이 무너졌다. 다윗과 요압의 경우엔 거칠게 관계가 유지되었지만, 결국에는 킹메이커인 요압이 무너졌다. 멀리서 보면, 같은 당이니까, 같은 계파니까, 같은 캠프에 있으니까 서로 으쌰으쌰할 것 같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 가장 미운 사람, 가장 증오하는 사람은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이다. 



시므이의 죽음, 다윗의 졸렬함



다윗이 시므이를 죽이라고 유언을 남긴 것은... 이건 정말 다윗의 졸렬함을 보여주는 예다. 시므이는 압살롬 왕자의 난 때 다윗이 기가 팍 죽은 모습으로 도망가다 길에서 만나 사울 집안 사람이다. 시므이는 왕위를 아들에게 빼앗기고 도망치는 다윗을 향해 저주를 퍼풋고 돌을 던졌다. 



"꺼져라! 이 살인자야, 꺼져라! 이 불한당 같은 놈아, 사울 일족을 죽이고 나라를 빼앗은 놈, 그 원수를 갚으시려고 이제 야훼께서 이 나라를 네 손에서 빼앗아 네 아들 압살롬의 손에 넘겨주신 것이다. 이 살인자야, 네가 이제 죄없는 사람 죽인 죄를 받는 줄이나 알아라." <사무엘하 16장 7절~8절>



이에 다윗을 호위하던 병사들이 시므이를 잡아 죽이려하니, 다윗은 의외로(?) 내버려 두라고 한다. 자기 아들도 자기를 죽이려하는 판국에 베냐민 사람은 오죽하겠느냐는 것이다. 다윗답지않게 상당히 센치했음. 근데 다윗이 그럴 놈인가. 이걸 평생 기억하고 있다가 솔로몬한테 자기를 욕한 시므이 죽이라고 '무려' 유언으로 남겼다. 다윗이 지가 저주하게 냅두라고 한 말이 있어서 그런 건지, 자기 살아생전에는 어떻게 하진 못하고 솔로몬한테 시킨 것. 요즘으로치면 악플러 정도인데, 다윗 징하다. 징해. 이정도 일로 시므이를 죽이는 것이 솔로몬에게도 부담스러웠던 모양이다. 솔로몬은 시므이를 일단 죽이지는 않고, 가택연금 시켜 놓는다. 그런데 몇 년 뒤, 시므이가 달아난 자기 집 종들 잡으러, 그러니까 추노하느라 자기 집 밖에 나갔다는 소식을 듣고는 왕명을 어겼다는 핑계로 그때서야 죽인다. 



솔로몬은 이렇게 숙청을 다 끝낸 뒤, 권력 기구를 재편하고 이집트 왕녀과 결혼동맹을 맺으면서 이스라엘 최대 리즈 시절, 솔로몬의 시대를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