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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성경

열왕기상 11장 : 솔로몬 시대의 반역자들

by R.H. 2017. 5. 28.



열왕기상 11장의 전반부는 솔로몬의 우상숭배가, 후반부는 솔로몬 시대의 반역자들에 대한 이야기가 배치되어있다. 일부러 이렇게 배치해놓은 것이다. 반역자들이 나타난 것은 솔로몬 잘못이라는 것이다. 여튼 반란자 각각의 인물을 간략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하닷



때는 다윗이 에돔과 전투를 벌이던 시절. 이때 다윗의 군대 장관 요압은 6개월간 에돔에 주둔하며 에돔 남자 모두를 학살한다. 왕족이었던 하닷은 당시 어린 나이였는데 에돔의 신하들과 함께 미디안과 파란을 거쳐 이집트로 피난 간다. 그야말로 고난의 행군이다. 다행히도 이집트 파라오는 이들에게 집과 땅을 주어 정착을 돕는다. 나중에는 하닷의 처제가 파라오와 결혼하여 이집트 왕실의 외척이 되고, 하닷의 자식들은 이집트 왕자들과 어울려 자란다. 하닷은 이집트 왕실과 우호적인 관계에 있었을 뿐만 아니라 이집트에서 아무 부족함 없는 생활을 누렸다. 



그럼에도 다윗과 요압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뒤, 하닷은 어릴때부터 지낸 편한 생활을 내던지고 척박한 고국 땅으로 돌아가길 희망한다. 이집트 왕이 뭐가 부족하냐고, 내가 뭐 섭섭하게 한 거 있냐는데도 그런 거 아니라며 귀국한다. 하닷이 원하는 건 오직 하나. 복수다. 전투 후에 다윗 군이 무려 반년이나 주둔하며 저지른 인종학살 행위. 인종학살만 있었겠는가. 강간 약탈은 또 얼마나 끔찍하게 벌어졌을까. 전투가 끝난 뒤 다윗이 저지른 악행은 성경 곳곳에 여러 번 기술되어있다. 어떤 전투에서는 포로들을 일렬로 눕혀놓고 자로 재면서 2명은 살려주고, 한명은 죽이는 장난질도 했다. 이런 짓을 왜하나. 그냥 사람 목숨가지고 노는 거다. 공포에 떠는 포로들을 보며 쾌락을 느끼는 거다. 



하닷은 무엇을 보았고 무엇을 느꼈을까. 제아무리 황금보화 속에 파묻혀 산다 해도 복수심은 결단코 사라지지 않는다. 이제 다 지난 일이니까, 시간이 흘렀으니까, 잊었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진짜 아마츄어지. 다 끝난 일인데 왜 다시 들취 시비거냐고 웅얼대면 멍청한거지. 군자의 복수는 10년이 걸려도 늦지 않다고 했다. 여튼 하닷은 높은 지위와 안락한 생활을 내던지고 에돔으로 돌아가 솔로몬을 괴롭혔다.



르손



"다윗이 소바 사람을 죽일 때에 르손이 사람들을 모으고 그 떼의 괴수가 되며 다메섹으로 가서 웅거하고 거기서 왕이 되었더라. 솔로몬의 일평생에 하닷의 끼친 환난 외에 르손이 수리아 왕이 되어 이스라엘을 대적하고 미워하였더라" <열왕기상 11장 24~25절>


르손 역시 다윗 시절의 업보다. 르손에 대한 기록은 이게 전부다. 



여로보암



하닷, 르손과 달리 여로보암은 이스라엘 사람이다. 그것도 솔로몬의 신하 느밧의 아들로 에브라임 지파 사람이다. 솔로본이 성곽 개보수 사업을 벌이던 때, 솔로몬 눈에 띄어 신임받기까지 한 사람이다. 한마디로 집안 좋고 능력 좋은 인물이다. 



언제나 위험한 사람은 내부인이고,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이다. 훗날 솔로몬 왕국을 무너뜨린 인물은 하닷이나 르손같은 외국인이 아니라, 내부인 여로보암이었다.



여로보암이 솔로몬의 신임으로 건축일을 열심히 하고 있을 때, 길에서 선지자 아히야를 만난다. 아히야는 여로보암이 장차 12지파 중 10지파를 다스릴 것인데, 이는 솔로몬이 율법을 어기고 우상 숭배를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근데 이들 만남을 솔로몬이 알게 되고 여로보암은 이집트로 망명하여 솔로몬이 죽을 때까지 귀국하지 않는다.(혹은 못한다)



성경 글로만 보면 선지자와 여로보암이 길에서 오다가다 만난 것처럼 느껴지지만, 아니다. 아히야는 10지파 간에 이루어진 합의와 공동 성명서을 가지고 여로보암을 찾아간 것이다. 솔로몬이 벌여대는 건축 사업을 모두가 찬성했을까. 아니다. 모두 반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다윗 시대처럼 공론화하지도 못하고, 자신들의 의견을 관철할 수도 없었다. 솔로몬을 견제할 만한 힘이 없었던 것이다. 



솔로몬은 율법을 어기고 우상숭배를 했다. 현대어로 바꾸면, 법률위반, 헌법위반 행위다. 탄핵감이다. 근데 솔로몬의 힘은 막강하고, 능력도 출중하다. 게다가 솔로몬이 법률을 어기고 헌법도 어겨도 나라는 번창하고 잘 먹고 잘산다. 세금이 너무 많이 부과되긴 하는데, 극빈국가처럼 못 살면서 비인간적 착취는 아니다. 많이 벌고 많이 내는 수준이다. 불만스럽긴 하지만, 민심이 이반할 정도는 아니다. 또한, 하닷이나 르손같은 자들이 국경지대에서 시비를 자주털긴 해도 다윗 시대처럼 빈번하게 전쟁하는 것도 아니다. 세금이 너무 많고, 노역 사업에 지치긴 하지만 그냥 평화비용쯤으로 생각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여로보암과 10지파의 반역은 솔로몬 살아생전엔 이뤄지지 않는다. 



문제는 솔로몬은 법과 원칙을 어겨도 나라를 번창시킬 능력이 있지만, 이런 능력 있는 인물이 계속 나오는 건 아니다. 법과 시스템이 필요한 것은 능력이 좀 부족한 사람이 리더가 되어도 나라가 맛이 안 가고 어찌어찌 굴러갈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솔로몬이 죽은 뒤, 다음 왕은 반발 세력들을 누를 힘도 능력도 없었고, 왕국은 둘로 분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