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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리뷰/로스트

로스트 3-8 Flashes Before Your Eyes : 데이비드 흄

by R.H. 2009. 8. 25.

 

<스포일러 주의>

 

The universe, unfortunately, has a way of course-correcting. It's your path to go to the island. You don't do it because you choose to, Desmond, you do it because you're supposed to. You may not like your path, Desmond, but pushing that button is the only truly great thing that you ever do.

[불행하게도 우주는 자신의 경로수정 방식을 갖고 있어요. 그 섬에 가는 것은 당신의 운명이에요. 데스몬드 당신이 선택하는 게 아니에요. 당신에게 예정된 일이기 때문에 하는 거에요. 당신의 운명이 맘에 들지 않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버튼을 누르는 일은 당신의 삶에서 진정 위대한 일입니다.]

 

 

데스몬드 운명의 조언자(안내자)

 

해치가 폭파된 후, 데스몬드는 과거로 돌아갔다. 새로운 기회를 잡은 것이다. 우리는 살면서 과거로의 여행을 얼마나 많이 꿈꾸는가? 데스몬드는 새로 시작할 기회를 얻은 것이다. 과거로 돌아온 데스몬드는 요트 일주도 하지 않을 것이고, 이상한 섬에 갇혀서 3년 동안 버튼을 누르는 지긋지긋한 일도 하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페니와 헤어지지 않을 것이다.

 

 


이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기 위해 페니에게 줄 청혼 반지를 사려고 금은방에 들어갔다. 그런데 도대체 이 여자는 누구인가? 페니에게 청혼도 하지 말고, 다시 요트 일주를 하고 그 섬에 들어가 지긋지긋한 버튼 누르기를 다시 하라고 윽박지르는 이 여자..

 

로스트에서 운명이라는 이야기를 할 때면 조언자(혹은 안내자)가 등장한다. 이 백발의 여인은 바로 데스몬드 운명의 조언자(안내자)인 것이다. 지난 2시즌에서 헐리의 조언자로 데이브라는 인물이 나왔듯이 말이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네오의 조언자 오라클도 유사한 설정이다.)

   

운명을 거스를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데스몬드. 그가 눈을 떴을 땐 다시 그 지긋지긋한 섬이다.

 

 

데이비드 흄

 

이번화에서 이 백발의 아줌마는 데스몬드의 풀네임을 선명하게 뱉어낸다. "데스몬드 데이비드 흄"

  

데이비드 흄은 데스몬드처럼 스코틀랜드 출신의 철학자로 경험주의자, 회의론자로 알려져 있다. 흄은 특히 형이상학적 이념을 "인간 지성으로는 결코 접근할 수 없는 대상을 파고들려고 바둥거리는 인간의 허영심과 무익한 노력의 산물", " 미신의 허깨비", "사이비 철학" ,"궤변적 허구" 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인간의 지성은 경험의 영역에 머물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흄은 인과율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는데, 이 인과율을 속임수라고 했다. 인과율이란 원인과 결과라는 논리적이고도 이성적인 방식을 표현하는 말이다. 우리는 인과율의 논리를 당연히 받아들인다. 왜냐하면 우리는 한가지 상태에서 다른 상태가 따르는 것을 습관적으로 매일매일 확인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자면 시간이 일직선으로 흐른다는 것을 매일매일 습관적으로 확인하기에, 우리는 시간이 일직선으로 흐른다고 확신한다. 이것이 바로 논리와 이성의 속임수라고 흄은 지적한다. 습관적으로 확인하는 사실이 과연 논리라고 할 수 있는가. 흄은 인간의 이성에 대해 회의적인 관점을 가졌던 모양이다.

   

그렇다면 이번 에피에서 데스몬드의 풀네임을 불러주며서 데이비드 흄이라는 철학자를 언급한 이유는 무엇일까? 흄의 철학과 이번 에피 사이에 어떤 연관성이 있다는 걸까? 아마도 시간이 일직선으로 흐른다는 습관 에서 비롯된 우리의 논리가 틀렸을 수도 있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함이 아닌가 추측해 본다. 즉, 이번 에피에서 데스몬드 데이비드 흄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비논리적이고, 비이성적인 사건을 경험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