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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리뷰/로스트

로스트 3-9 Stranger in a Strange Land : 모택동

by R.H. 2009. 8. 25.

 

<스포일러 주의>

 

이번 에피소드는 잭이 어떻게 해서 어깨에 문신을 새겼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잭은 태국 푸켓에 여행을 갔다가 아차라 라는 현지 여인과 잠시 관계를 맺는다. 아차라는 문신을 새겨주는 여자인데, 단순히 문신을 새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본질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영적 능력을 소유하고 있으며, 그 사람의 본질을 문신으로 새겨준다.

 

이 사실을 안 잭은 자신에게도 문신을 새겨 달라고 한다. 이때 아차라가 두려움에 떨면서 잭을 묘사하는 단어들은 angry, frightened, outsider, leader 등등이다. 그녀가 말한 단어들을 내 맘대로 조합해 보면, "분노와 공포를 지닌 독단적인 지도자". 아차라가 본 잭의 내면의 본질은 바로 이것 아니었을까? 지금까지 우리가 본 잭의 리더쉽 성격과는 사뭇 다르다.

 

그런데 잭이 문신을 새긴 뒤 아차라의 오빠와 그의 친구들은 잭의 어깨 문신을 확인하고, 잭을 두들겨 패고서는 자신들의 나라를 떠나라고 경고한다. 이전까지 잭에게 호의를 보이던 그들이 왜 돌연 잭에게 적대감을 보이는 걸까? 그들의 적대감의 시작은 잭의 문신이었다. 그렇다면 이제 잭의 문신이 무엇을 이야기 하는지 구체적으로 들여다 보자.

  

 

잭의 문신에 새겨진 한자어는 모택동(마오쩌둥)이 1925년에 지은 시 구절 가운데 하나다. (자세한 의미는 로스트피디아 링크 참조 : http://www.lostpedia.com/wiki/Jack_tattoo) 그 의미는 "창공을 가로질러 날아가는 독수리" 라고 한다. 이것의 의미와 그들의 잭에 대한 적개심과는 별 상관이 없어 보인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시의 의미가 아닌 시를 지은 사람이 모택동이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아차라가 들여다 본 잭의 리더십은 모택동의 리더십이라는 말이다. 공산 혁명가 모택동에 대한 평가는 매우 상반되어 있는데, 혹자는 인민의 영웅이라 하고, 혹자는 무자비한 살육의 독재자라고도 한다. 아차라가 본 잭의 내면의 본질은 모택동의 후자 모습, 즉 수많은 사람을 탄압하고 살육하는 독단적인 리더의 모습 아닐까? 그래서 그녀가 잭에게 문신을 새길 때 두려움에 떨었고, 그녀의 형제와 친구들이 잭에게 적개심을 보이며, 그들 땅에서 추방한 것이다.

 

여기서 눈 여겨 볼 또 하나는 섬 안에서 줄리엣이 자신의 동료를 살해한 대가로 낙인 찍힌다는 점이다. 즉, 그녀의 등에 새겨진 낙인은 "살인한 자" 라는 표식이다. 마찬가지로 잭의 어깨에 찍혀있는 낙인(문신)은 미래의 어느 시점에 "살인 할 자" 라는 표식이다. 더욱이 리더의 살인은 대량학살을 의미한다. 이렇게 생각을 확장시키고 보면, 아차라가 두려움에 떤 이유를 이해하게 된다.

 

이번화에 나오는 보안관 여자 이사벨은 잭의 문신을 보고는 "He walks amongst us, but he is not one of us." [그는 우리와 함께 걷지만, 우리와는 다른 사람이다.] 라고 말한다. 그녀의 해석은 사실 정확한 건 아니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잭의 문신은 " 독수리가 창공위로 날아 오르다." 라는 의미다. 하지만 의역한다면, 그녀의 해석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다. 독수리는 지도자를 상징하고, 무리 지어 다니지 않는 독수리의 특성을 생각해 보면 말이다.

 

그런데 이사벨의 해석을 들은 잭은 "That's what they say. That's not what they mean." 이라고 말한다. [그렇게 쓰여있지만, 그런 뜻은 아닙니다.] 잭이 해석하는 그 시 구절의 의미는 도대체 무엇일까? 그런데 잭의 해석은 알려주지도 않은 채 이번화가 끝나 버린다.

 

이는 아마도 제작진이 잭의 리더십 형태에 대해 다른 해석을 할 가능성의 여지를 남겨둔 것 같다. 잭을 공포정치의 리더로 변모시킬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해석을 할 것인지는 드라마를 계속해서 지켜봐야 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