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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소설

아멜리 노통브 <생명의 한 형태, 2010>

by R.H. 2017. 3. 11.




"모든 작가들 안에는 사기꾼 한 명씩 들어앉아 있어요." 



아멜리 노통브가 생각하는 글을 쓰는 사람이란 혐오스러운 뚱보이고, 세상과 단절한 자이고, 자기 안에 갇힌 자이며, 거짓말쟁이다. 왜 이 뚱보(자아 비대증 환자)는 거짓말이라는 열정에 사로잡혀 글을 쓰는가. 탈출하고 싶기 때문이다. 맬빈은 부모님 정비소 한 구석탱이에 갇혀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갇혀있는 것이다. 그는 탈출을 꿈꾼다. 그 탈출은 작가에게 편지를 쓰면서 시작된다. 맬빈은 작가, 즉 문학을 향해 글을 바쳤던 것이다. 작가의 모든 작품을 읽고, 작품에 대한 자기 나름의 평을 끄적거리고, 자신의 느낌을 쓰다가, 자신의 처지를 드러내고, 한탄하고.. 글 쓰는 사람들이 하는 바로 그 순서다. 여튼 맬빈은 한참 그러다가 자신의 초라한 모습을 직시하고는 글 쓰기(편지쓰기)를 중단하는데.. 다시 문학이 그를 향해 관심과 미소를 보내주자, 기뻐하며 문학을 맞이하는 부푼 꿈을 갖는다. 그렇다. 맬빈은 세상 모든 초보 글쟁이의 모습이다. 맬빈은 아멜리 노통브의 과거이자, 모든 작가의 과거인 것이다. (소설에서 아멜리 노통브는 멜빈과 만나지 않는 걸로 결론이 나는데, 이것은 당연하다. 현재가 과거를 만날 수는 없는 법이니까.)



"글을 쓰기 시작한 때부터, 네가 추구하던 게 뭐였니? 그렇게 오랫동안 그렇게 열렬하게 바라던 게 뭐였나고? 너에게 글은 쓴다는 건 어떤 거지? 너도 잘 알고 있잖아. 네가 매일같이 신들린 사람처럼 글을 쓰는 건, 탈출구가 필요해서야. 너에게 작가로 산다는 건 출구를 찾는 걸 의미하잖아. 절망스러울 정도로 간절하게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