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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성경

창세기 : 조셉(Joseph, 요셉) ...조셉

by R.H. 2009. 8. 15.

입지전적의 성공신화

창세기는 총 50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중 1/4 가량이 조셉 이야기다. 그만큼 조셉 인생이 다이나믹하다. 무엇보다도 바닥(노예)에서 꼭대기(총리) 까지 오른 성공신화 스토리는 많은 이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대중은 영웅을 원하고, 신화에 도취되기 때문이다. 그는 이러한 대중의 욕망을 대리만족시켜주는 요소를 모두 지닌 인물이다. 그리고 나 역시 이 인물에 빠져든다. 하지만 그가 입지전적의 성공신화를 이룬 영웅스토리의 주인공이기 때문이어서가 아니다. 내가 이 인물에 집중하는 이유는, 조셉은 창세기에서 유일하게 자신의 성격을 통째로 바꾼 인물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되고,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다.

창세기에서 드라마틱한 삶을 살지 않은 인물은 없다. 아담과 이브는 에덴동산에서 추방당했고, 카인은 동생을 때려 죽였다. 노아는 대홍수라는 전대미문의 대재앙을 겪었으며, 아브라함은 독생자 이삭을 죽이라는 명을 받았다. 하말과 이스마엘은 사라의 구박에 시달리다가 사막에서 죽을 뻔했으며,  제이콥은 형 이서의 뒤통수 치고 삼촌 집으로 도망가서 데릴사위 노릇을 14년이나 했다.

창세기 인물뿐이겠는가? 사연없는 인생 없다고, 우리 주변의 평범해 보이는 인간들 역시도 자세히 들여다 보면 대하소설 10권씩을 써낼만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우리 모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다 고난의 행군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창세기의 다양한 인간 군상들 속에서 "성격" 이 근본적으로 바뀐 인물은 조셉이 유일하다. 



눈물, 인간다운 인간이 되다

"고자질" 로 압축되는 그의 유년기 성격을 한번 보자. 한마디로 그는 교만하고, 건방졌다. 뇌에서 겸손이라는 단어는 찾아 볼 수 없는 종류의 인간이다. 이런 류의 인간은 타인을 이해하려 하지도, 소통하려 하지도 않는다. 자신이 남들보다 똑똑한 것을 알기 때문이다. 따라서 타인의 부족함이 눈에 보이면, 이를 지적할 때  공감과 소통의 방식이 아닌, 수직적이고 일방적인 방식으로 한다. 쉽게 말해서 같은 말을 해도 듣기 싫게 하는 사람이다.

이랬던 그가 고난의 연속을 거치면서, 머리로 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대화하는 법을 체득한다. 그는 논리가 아닌 감성으로 사람을 대하는 법을 온 몸으로 배운 것이다. 그야말로 인간다운 인간이 된 것이다.

 Then Joseph could no longer control himself before all his attendants, and he cried out, "Have everyone leave my presence!" So there was no one with Joseph when he made himself known to his brothers.  And he wept so loudly that the Egyptians heard him, and Pharaoh's household heard about it.
 
[조셉은 더이상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그의 하인들에게 외쳤다. " 모두 내 앞에서 물러나라!" 그래서 그가 형제들에게 자신을 드러낼 때 조셉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가 소리내어 우니 모든 이집트인이 이를 들었고, 파라오 일가 역시 이를 들었더라.]                                                                            창세기 45장 1~2절

누르고 눌러왔던 감정들이 일순간에 폭발하면서 그는 대성통곡한다. 교만한 자는 절대 눈물 흘리지 않는다. 이전의 조셉이 머리만 똑똑한 영혼없는 인물이었던 반면, 이제 조셉은 머리도 똑똑하고 감성이 풍부한 영혼의 인물로 재탄생한 것이다. 조셉의 눈물은 그가 얼마나 감성형 인간으로 변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그가 겪었던 모든 시련과 서러움이 그를 이처럼 감수성 예민한 사람으로 변모시켰다.



용서,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다.

So they sent word to Joseph, saying, "Your father left these instructions before he died: 'This is what you are to say to Joseph: I ask you to forgive your brothers the sins and the wrongs they committed in treating you so badly.' Now please forgive the sins of the servants of the God of your father." When their message came to him, Joseph wept.

[그들은 조셉에게 말하길, "이는 아버지가 죽기 전에 남긴 유언이다." '조셉에게 이를 말하라 : 그들이 너(조셉)에게 행한 악한 일들과 죄를 용서해주어라. 네 아버지 종들의 죄를 용서해 주거라' 조셉이 이를 들었을 때, 울었다.]   창세기 50장 16~17절


아버지 제이콥이 죽자 형제들은 자신들이 이전에 조셉을 죽이려 했던 일로 말미암아 보복받을까 두려워 한다. 그리고 조셉에게 몰려가 아버지의 유언을 팔아 목숨을 구걸한다. 이에 조셉은 눈물 흘리며, 그들을 따뜻하게 위로한다. 조셉은 그들을 진심으로 용서한 것이다.

이 세상에서 실천하기 가장 어려운 것은 용서다. 마지못해 억지로 참기는 해도 진정으로 누군가를 용서하지는 못하는 게 인간이다. 자신에게 조그마한 생채기라도 준 사람을 끝까지 기억하고, 어떤 식으로든 되돌려 줄 궁리를 하는 게 바로 인간이다. 이것은 인간의 한계다. 그런데 인간이라는 타이틀을 지닌 그 누구도 쉽게 할 수 없는 용서라는 것을 조셉은 진심으로 했다. 그는 인간의 한계를 극복한 것이다.

흔히들 인간의 근본 성격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동의한다. 타고난 성격이 조금씩 가다듬어지기는 하지만, 통째로 변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래서 그 사람의 성격이 그 사람의 운명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성격이 변한다는 것은 운명을 바꾼다는 말이다. 그만큼 성격을 180도 바꾸는 일은 어렵다. 그런데 조셉은 그 어렵다는 완전 성격개조를 이뤄냈다. 그는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바꾼 것이다.


그러나 그 역시도 죽는다.

So Joseph died at the age of a hundred and ten. And after they embalmed him, he was placed in a coffin in Egypt. [조셉은 110세에 죽었다. 그를 방부처리한 뒤, 이집트에서 관 속에 놓였더라.]   -창세기 50장 26절

위의 문장은 창세기 마지막장 마지막 절이다. 입지전적의 성공신화(권력)를 이룬 이 사람, 자신의 운명(성격)을 바꾸고, 인간의 한계(용서)를 극복한 이 매력적인 인물 역시도 마지막은 관이다. 인생은 그런 것이다. 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