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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성경

창세기 41장 : 조셉(Joseph, 요셉), 꿈(이상)을 도안하는 전략가

by R.H. 2009. 8. 15.


선진 농업국가 이집트

이집트는 세계 4대 문명의 발생지 가운데 하나로, 나일강을 중심으로 한 농업국가였다. 농업국가에서 풍년과 흉년은 늘상 있는 문제다. 그리고 나라를 다스리는 지도라자면, 이 문제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대처할 것인가하는 고민으로 밤잠을 설쳐야만 했을 것이다. 파라오 역시 이 문제로 골치를 썩었는지, 깊은 잠을 못 잤던 모양이다.

권력은 곧 정보력이다. 이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공통된 사항이다. 파라오는 권력의 꼭지점에 서 있는 자다. 즉, 파라오는 중요한 핵심 정보를 보고받는 뜻이다.

당시 이집트는 천문학과 기하학 등 과학이 고도로 발달한 선진 문명 국가였다. 따라서 흉년과 풍년의 예측은 어느 정도 했을 것이다. (사실 나일강의 범람은 천문관찰로 확인했다고 한다.) 다시말해, 파라오는 다가올 흉년과 풍년에 대해 어느 정도 예측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를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성경에서는 조셉이 파라오의 꿈을 해몽했다고 적혀있다. 위에서 말한 바, 파라오가 풍년과 흉년을 예견한 상황이었다면, 조셉이 꿈을 해몽했다는 성경의 표현은, 조셉이 파라오의 이상을 구체적으로 도안하고 계획해 주었다는 말이다.

조셉의 계획과 전략

그런데 사실 조셉이 제시한 계획은 무지 단순하다. 풍년에 수확의 5분의 1 (20%) 를 거두어 저장해 두었다가 흉년에 이를 방출하는 것이다. 그런데 파라오는 이런 단순한 제안을 한 조셉을 담당관리로 임명하고, 왕에 버금가는 권력을 부여하기까지 한다. 이제부터 이야기를 비틀어서 보자.
 
성경에는 기록되어 있지 않지만, 아마도 조셉은 그의 계획을 어떻게 실행할지 매우 구체적인 설계도를 제시했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파라오가 원하는 이해관계와 맞아 떨어졌을 것이다.

첫째, 풍년과 흉년을 이용하여 파라오의 왕권을 강화한다. 성경에 적힌 바, 풍년에는 오 분의 1을 거둔다(take)고 했다. 그런데 흉년에 이를 구휼미로 무료 방출하는 것이 아니라 팔았다(sell). 풍년과 흉년의 주기적 반복을 효과적으로 대처하여 나라를 안정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이를 적절히 이용하여 파라오의 권력을 강화하고, 부를 늘리는데 이용한 것이다. 파라오가 이를 듣고 분명 귀가 솔깃했을 것이다.
 
둘째, 대외적으로 외교적 우위를 강화한다. 흉년에 주변의 모든 나라들이 이집트로 곡물을 사러 왔다고 적혀있다. 수요와 공급에 법칙에 의거, 흉년에는 분명 곡물 값이 금값이다. 그런데 비싼 값에 바가지를 씌우며서도 큰소리 떵떵칠 수 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니... 바가지는 있는대로 쓰면서도 굽신거릴 수 밖에 없다. 조셉이 이러한 복안을 제시했다면, 파라오는 이를 듣고 눈빛이 달라졌을 것이다.

조셉의 주류 사회 진출

그런데 사실 조셉의 계획은 너무 단순하다. 이런 단순한 발상을 이집트의 그 누구도 하지 못한다는게 말이 되는가?

조셉의 계획은 누구나 할 수 있는 발상이지만, 그 누구도 입밖에 내고 싶지 않은 단어를 포함하고 있다. 바로 "증세" 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증세라는 뜨거운 감자를 건드릴 용자는 별로 없다. 이렇게 껄끄러운 정책이었기에, 이집트의 다른 대소신료들은 이 문제를 건드리고 싶지 않았을 것이고, 조셉이 이 문제를 담당하는 것에 불만도 없었을 것이다. 따라서 양떼나 모는 부족 공동체 출신인 촌뜨기 이방인 조셉이 선진국 이집트 주류 사회로 파고 들어 갈 수 있었다.

IQ (지능지수) 보다 중요한 EQ (감성지수)

그렇다면 조셉은 어떻게 뜨거운 감자 증세를 다루었을까? 이를 다루는데 있어서, 그는 구체적인 "전략" 보다는 사람들과의 "소통" 을 통해 해결하지 않았을까 추측해 본다.

이전 포스트에서 밝힌대로, 조셉은 타국에 노예로 팔려와 볼 꼴, 못 볼 꼴 다 보면서 사회성이 다듬어졌다. 조셉은 분명 타고난 천재였지만, 그의 사회성 즉, 타인과의 커뮤니케이션 능력, 공감과 소통, 설득의 기술 등에는 꽝이었다. 그래서 형들의 미움을 받고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그런데 조셉은 고난의 삶을 겪으면서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온 몸으로 체득했던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그의 명석함 (지능)이 다듬어진 사회성 (감성) 과 결합하면서 성공한다.

창세기에 조셉은 꿈해몽으로 성공한 것으로 묘사되어 있다. 하지만 이런 식의 표현은 그의 노력과 성공에 대한 적절한 예우가 아니다. 그는 점쟁이처럼 단순히 남의 꿈을 해몽해 준 게 아니라, 남의 꿈 (이상) 을 계획해주는 전략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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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의 키워드는 지능지수, 똑똑함만이 아니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간에 대한 고민과 이해,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는 기술, 그리고 타인과 소통할 줄 아는 능력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러한 능력들은 명문학교를 나온다고 해서 얻어지지 않는다. 한 사람의 삶을 통째로 흔드는 고난의 과정을 통해 몸으로 익히는 것들이다. 그나마 학문에서 답을 찾는다면, 인문학일 것이다. 성공을 꿈꾸는자,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자, 리더가 되고자 하는 자는 인문학을 항상 머리맡에 두시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