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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성경

사무엘하 2장~3장 : 이스보셋(아브넬) vs 다윗(요압)

by R.H. 2015. 1. 13.


사울이 죽었다해서 다윗에게 왕국이 통째로 거저 넘어오는 건 아니다.  벤자민 지파를 중심으로 한 사울의 지지 기반은 여전히 건재하다. 해서 다윗은 헤브론에서 '유다'(Judah) 의 왕으로 취임하고, 사울 진영에서는 사울의 아들 이스보셋이 아브넬(Abner) 장군에 의에 '이스라엘' 왕으로 옹립된다. 이렇게 왕국이 둘로 분열된 기간은 7년 반이었다. 그리고 이 두 세력은 기브온에서 처음 맞부딪히는데, 여기서 다윗측의 요압은 큰 승리를 이끌고 기선제압을 한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혼돈의 시대, 흔들리는 왕국, 그리고 옹립된 왕. 스스로의 힘이 아니라 누군가에 '의해' 왕이 된 자는 당연히 힘이 없다. 이스보셋은 말만 왕이지, 실세는 그를 왕으로 만들어준 아브넬이다. 해서 그는 전임왕 사울의 첩과 제멋대로 동침하는 막 나가는 행동을 하기까지 한다.


아브넬이 이스보셋의 말을 매우 분히 여겨 가로되 내가 유다의 개 머리이뇨. 내가 오늘날 당신의 아버지 사울의 집과 그 형제와 그 친구에게 은혜를 베풀어, 당신을 다윗의 손에 내어주지 아니하였거늘 당신이 오늘날 이 여인에게 관한 허물로 나에게 죄를 추궁하는도다. 여호와께서 다윗에게 맹세하신대로 내가 이루게 아니하면 하나님이 아브넬에게 벌 위에 벌을 내리심이 마땅하니라. 그 맹세는 곧 이 나라를 사울의 집에서 다윗에게 옮겨서 그 위를 단에서 브엘세바까지 이스라엘과 유다에 세우리라 하신 것이니라 하매, 이스보셋이 아브넬을 두려워하여 감히 한 말도 대답지 못하니라(사무엘 3장 8~11절)


방귀뀐 놈이 길길이 날뛰며 성을 내는데도 입도 뻥끗 못하는 왕. 이스보셋의 처지가 이모냥 이꼴이다.


뭔가 이상한 사건


그런데 이 사건을 계기로 아브넬은 다윗진영에 투항하기로 결심한다. 전임 왕의 첩도 지 멋대로 취하고, 왕이 오히려 두려워하는 최강 실력자가 뭐가 아쉬워서 갑자기 적군에 투항한단 말인가.. 누가 봐도 석연치 않은 행동이다. 헌데 이때 다윗의 태도는 묘하다. 전반적으로 맹한 느낌을 준다. 게다가 투항 조건으로 자신의 전처이자 사울의 딸인 미갈을 데려오라는 이상한 소리를 한다. 이 시점에서 미갈에 대한 다윗의 애정은 눈꼽만큼도 없다. 그러니까 다윗 입장에서는 미끼를 던진거다. 아브넬이 진짜 투항하는 건지 아닌지..


여기서 적에게 '투항' 한다는 걸 한 번 생각해보자. 은밀하게 진행해야 하는 건 상식 중에 상식이다. 그런데 사울의 딸이자 현이스라엘 왕의 누이를 데려온다? 만천하에 '나 배신때리고 다윗한테 감.' 이라고 공개하는 것이다. 게다가 이스라엘 장로들에게도 공공연히 투항을 선포하기까지 한다. 확실히 묘한 상황이다.


다윗은 또 어떤 사람인가. 아브넬의 투항을 의심하나 없이 순진하게 받아들일 다윗이 절대 아니다. 특히 이스라엘왕 이스보셋이 저항하나 하지 않고 자신의 여동생 미갈을 보내는 데서 다윗은 더욱더 확신했을 것이다. 이건 계락이다, 라고. 영악한 다윗은 이 상황을 일타이피의 카드로 사용하려 한다. 아브넬도 죽이고, 자신의 측근인 요압도 제거하기로..


토사구팽...사냥이 끝나면 사냥개의 운명은..



내가(다윗) 기름 부음을 받은 왕이 되었으나 오늘날 약하여서 스루야의 아들인 이 사람들(요압과 그 형제들) 을 제어하기가 너무 어려우니 여호와는 악행한 자에게 그 악한대로 갚으실찌로다 하니라.(사무엘 3장 39절)


요압(Joab).. 그는 기브온 전투에서 승리를 이끔으로해서 기선제압을 한 다윗진영의 일등공신 중에 하나다. 위 구절에서 볼 때, 요압의 권력은 다윗을 능가하고 있었던 듯 하다.


아브넬이 다윗진영에 투항의사를 전하러 왔을 때, 다윗은 그를 순순히 보내준다. 이를 알고 달려 온 요압은 "아브넬은 왕을 속이고 이쪽 사정을 염탐하러 온 것을 뻔히 알면서 왜 그냥 보냈습니까?" 라며, 그 자리에서 달려나가 사람을 보내 아브넬을 죽여 버린다. 


그런데 다윗은 요압의 행동을 사적복수로 규정하고, 자신은 이를 '전혀' 몰랐다고 발뺌한다. 그리고는 갑자기 요압과 그 일가에 폭풍같은 저주를 퍼부어버린다. 이쯤되면 확실해진다. 이 상황을 강력한 가문 제거에 사용한 것이..


아브넬의 에 대하여 나와 내 나라는 여호와 앞에 영원히 무죄하니  요압의 머리와 그 아비의 온 집으로 돌아갈찌어다. 또 요압의 집에서 백탁병자나 문둥병자나 지팡이를 의지하는 자나 칼에 죽는 자나 양식이 핍절한 자가 끊어지지 아니할찌로다 하니라(사무엘하 3장 28-29절)


다시 아브넬


임금 앞에서 폭언하는 신하, 임금은 그를 두려워하고, 전임 왕의 첩을 취하고, 게다가 왕을 배신한 자, 아브넬. 그런데 이 자가 죽었다는데 이스보셋은 전의를 완전히 상실해버렸다고 한다.(사무엘하 4장 1절) 더군다나 아브넬의 죽음에 이스라엘인들은 매우 놀랐다는데.. 배신자의 죽음을 대하는 왕의 태도가 참 이상하다. '쌤통이다. 고소하다' 라며 춤이라도 춰하는 거 아닌가?? 왜 그의 죽음에 왕은 힘이 쭉 빠져버린걸까.


아브넬의 배신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그저 권력을 조금이라도 오래 지속해보려한는 야비한 행동이었을까? 아니 어쩌면..어쩌면, 충신의 목숨을 내건 고육지책이었던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