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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성경

사울과 다윗 : 사나운 늑대 vs 웅크린 사자

by R.H. 2011. 8. 2.


Benjamin is a ravenous wolf; in the morning he devours the prey, in the evening he divides the plunder. 벤자민은 사나운 늑대라; 아침에는 포획한 먹이를 먹을 것이고, 저녁에는 (포획한 것을) 약탈자에게 나누어 줄 것이다.      -창세기 49장 27절


창세기에 나오는 야곱의 12명의 아들 중 벤자민은 막내다. 잘난 형 요셉이 없을 때, 그는 야곱의 사랑을 독차지 했을테지만, 후일에 그 자리를 빼앗긴다. 그래서 야곱은 벤자민을 일컬어 아침에 포획한 먹이를 저녁에 약탈자에게 빼앗기는 사나운 늑대라고 비유한다. 자기보다 잘난 자의 등장을 바라보는 그의 마음은 어땠을까.. 벤자민의 감정을 관통하는 단어는 질투와 열등감이다. (참조 포스트 : 벤자민, 2인자의 비애) 재미있다. 이런 벤자민의 감정과 똑같은 감정을 지닌 자가 사울이니.. 사울은 벤자민 지파 출신이다.


Judah, your brothers will praise you; your hand will be on the neck of your enemies; your father's sons will bow down to you.You are a lion's cub, O Judah; you return from the prey, my son. Like a lion he crouches and lies down, like a lioness?who dares to rouse him? 

쥬다, 네 형제들은 너를 찬양할 것이다 ; 네 손은 적의 목덜미 위에 있을 것이며, 네 형제들은 네 앞에 엎드릴 것이다. 쥬다, 너는 사자 새끼로다.; 너는 적에게서 살아 돌아왔구나. 수사자처럼 웅크리고, 암사자처럼 엎드린 내 아들 쥬다. 누가 감히 그에게 덤비겠는가? -창세기 49장-


창세기에 나오는 유다는 제 형제 요셉을 이집트에 팔아넘긴 자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유다의 이런 행동이 요셉을 살려준 격이 되었다. 다른 형제들은 요셉을 아예 죽여버리고 싶어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유다는 연장자에 대한 예우를 잊지 않는 신중한 성격이면서도, 나서야 할 때는 용맹하기 그지없었던 모양이다.(참조 포스트 : 르우벤과 쥬다그래서 야곱은 아들 유다를 일컬어, 웅크린 숫사자라했으며, 네 형제들이 네 앞에 엎드릴 것이라고 예언한다. 

재미있다. 유다지파 출신인 다윗은 사울의 위협에서 살아 돌아온자이니.. 게다가 연장자 사울에 대한 예우를 끝까지 지키고, 때를 기다릴 줄 아는, 그야말로 웅크린 사자다..


이야기에는 복선이라는 게 있다. 

성경에는 수많은 에피소드들이 있다. 그 이야기들이 서로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때론 앞뒤 정황상 말이 좀 안 되는 것도 있고, 어딘가 구멍이 숭숭 뚫려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엉성한 이야기도 많다. 개연성이 떨어지기도 하고, 이야기로서의 구성도 좀 부족하고.. 

그럼에도 이렇게 복선을 초반에 잘 깔아놓은 걸 보면, 성경이 나름 읽는 재미가 있는 이야기책이긴 하다. 가진 것을 후에 빼앗기는 벤자민 지파 출신의 사나운 늑대 사울, 때를 기다릴 줄 아는 유대지파 출신의 웅크린 사자 다윗.. 기가 막히게 잘 깔아놓은 복선이다.

성경을 종교책으로 보는 사람들은 이것을 두고 예언이 이루어졌다고 말하겠으나, 나처럼 성경을 이야기책으로 보는 사람은 복선이 이루어졌다고 말할 것이다. 앞으로 벌어질 일들을 미리 깔아놓는다는 점에서 예언과 복선은 같은 것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