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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1

막달레나 시스터즈 (The Magdalene Sisters, 2002) : 악에서 우리를 구하소서

by R.H. 2009. 10. 8.

<스포일러 주의>


닫힌 세계. 그곳에는 질서가 있다. 이 질서는 경건한 기독교 논리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이곳은 그다지 경건하지도, 거룩하지도 않다. 곳곳에 폭력과 착취, 그리고 인간의 추함이 가득할 뿐이다. 이는 이곳 질서가 개인의 자율을 박탈하고, 복종을 강요하기 때문이다.

 

막달레나 수녀원이 운영하는 보호 시설에 3명의 여인들이 수용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마가렛은 사촌에게 성폭행 당한 뒤, 가족에 의해 쫓기듯 이곳으로 보내졌다. 미혼모 로즈 역시 가족에 의해 이곳으로 보내졌다. 그리고 버네뎃이 이곳에 수용된 이유는 그녀가 남자들에게 음탕한 웃음을 보였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그녀들의 죄다. “음란함” .. 죄를 지은 자는 벌을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죄와 벌은 법에 규정된 것을 말하는 것이지, 결단코 특정인이나 특정 종교의 자의적 해석에 의해서는 안 된다. 이 영화는 감정이 개입된 자의적 해석에 의한 죄와 벌이 얼마나 위험천만하고, 부당하며, 비인간적인 것인가에 대한 고발이다.  


그녀들은 왜 부당함을 견디는가

 

마가렛은 도망칠 기회가 있었다. 뒤뜰에서 발견한 자물쇠가 풀린 문. 마가렛은 문 밖으로 나가지만 그녀는 제 발로 다시 이 끔찍한 곳으로 돌아온다. 아니, 돌아 올 수 밖에 없다. 그녀가 뛰쳐나갈 기회를 잡고도 되돌아온 것은 세상이 받아주지 않는 한, 그녀는 어느 곳에 있든 고립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녀가 그 길로 곧장 집으로 간다 해도 가족은 그녀를 받아주지 않을 것이다. 그녀를 수용소로 보낸 것은 바로 그녀의 가족인 것이다. 사회 역시 받아주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수용소에서 도망쳐 나온 여자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아야 하기에.. 하여, 그녀는  남동생이 가져온 정식 퇴소 허가 편지를 가지고서야 그곳을 빠져 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다른 여자들은 사정이 다르다. 그녀들을 이 곳에서 데려가 줄 사람이 없다. 그녀들을 데려갈 사람이 없다는 말은 그녀들을 이해해 줄 사람, 포용해 줄 사람이 없다는 말이다. 설령 이 곳을 빠져 나간다 해도, 우나처럼 아버지에게 머리끄댕이 붙잡혀 다시 끌려 올 것이다. 그리고 세상은 그녀들을 비웃고, 돌팔매질 할 것이다. 마가렛의 말처럼, 이 곳을 나가는 것은 단지 허가 편지 한 장이면 되는 간단한 것이지만, 이 편지 한 장을 가지고 와 줄 사람이 없는 것이다.


이제 남은 자들의 선택은 둘 중 하나다. 이 곳에 40년간 착취만 당하고, 쓸쓸한 죽음을 맞이한 케이트처럼 될 것인가. 아니면, 죽음을 무릎 쓰고서라도 뛰쳐나가 자율성을 되찾을 것인가. 로즈와 버네뎃의 선택은 후자였다.

 

진짜 죄에 무뎌져 버리는 끔찍함..

 

버네뎃은 크리스피나가 애지중지 하는 목걸이를 줍는다. 잃어버린 목걸이로 인해 안절부절 하지 못하는 크리스피나. 마가렛은 버네뎃이 목걸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내고는 버네뎃을 비난한다.

 

Am I the only one that think what she did was completely dispicable?

[버네뎃이 한 짓이 비천하다고 생각하는 게 나 뿐인 거야?]

 

하지만 베네뎃은 물론이고, 같은 방에 있는 모든 이들은 무심하다. 아무 죄 없이 이 곳에 끌려온 그녀들은 이제 “진짜 죄” 에 대해서 무뎌져 버린 것이다. 복종과 강요에 의한 질서, 그리고 인간성이 박탈된 이 공간이 무서운 것은 바로 이것이다. 진짜 죄에 무뎌져 버리는 것…

 

주기도문이 저주의 기도가 되는 순간…

 

And forgive us our trespasses,

As we forgive those who trespass against us.

And lead us not into temptation,

But deliver us from evil.

우리가 우리에게 죄 지은 자를 사하여 준 것 같이
우리 죄를 사하여 주옵시고,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
다만 악에서 구하옵소서.

 

이곳을 나가는 마지막 길에서 마가렛은 수녀원장을 가로 막는다. 이런 그녀를 비웃는 수녀원장. 마가렛은 갑자기 수녀원장 앞에 무릎을 꿇고 주기도문을 외우기 시작한다. 이 순간 이 거룩한 주기도문이 수녀원장을 향한 “저주의 기도” 처럼 들리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P.S. "제2의 삼청교육대 필요하단 사람 많다"-허태열 한나라당 최고위원

죄를 지은 사람은 벌을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그 죄와 벌은 엄정한 “법” 에 의해 규정된 것이어야 한다. 국회의원은 법을 만드는 사람이다. 그것이 국회의원의 직무다. 범죄자를 엄하게 다스려야 한다면, 법을 엄격하게 만들면 되는 것이다. 현재 법으로 범죄를 다스리지 못하는가? 그렇다면, 법을 보안하고 강화하라. 그리고 이것은 입법을 맡은 국회의원 당신 책무다. 삼청 교육대를 운운하는 발언은 자신의 직무가 입법인 국회의원 입에서 나올 소리는 아닌 것이다. 이것은 직무태만이다.

 

1996년에야 보호소가 폐쇄되었다는 영화의 마지막 자막에 경악을 금치 못하였다. 그런데, 막달레나 보호소보다 더 한 것을 한국 땅에 만들자는 야만의 소리를 2009년 이 시점에서 들으니, 충격 그 자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