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작성일 : 2008/09/10 16:31
전래 동화 장화 홍련전에 모티브를 둔 영화. 영화의 내용은 약간 변형 되었지만 기본 느낌은 비슷하다. 무섭지만 알고 보면 슬픈 이야기.
<강력 스포일러 주의. 결말 다 적어놨음.>
인간을 가장 괴롭히는 감정, 후회..
영화의 대부분은 수미 (임수정)의 후회가 만들어낸 상상이다.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수미는 동생 수연(문근영)과 한시도 떨어지지 않는다. 이것은 "그랬어야 했는데..." 에 대한 수미의 소망이다.
새엄마에 의해 수연이 옷장에 갇힌 뒤 뒤늦게 달려온 수미. 그녀는 수연을 끌어 안고 말한다. "미안해 못 들었어. 다시는 이런 일 없을 거야." 하지만 이미 수연은 죽었고, 이 일은 이미 일어난 일이다. 돌이킬 수 없이 일어나 버린 일이다. 수연은 한밤중에 이상한 소리에 무서워 수미의 방으로 간다. 그리고 수미는 또 말하고 있다. "네 옆에 있을게." 그녀는 수연의 옆에 있을 수 없다. 수미의 상상 속에서만 수연은 함께 있는 것이다.
인간을 가장 괴롭히는 감정이 뭘까? 후회 만한 게 있을까? 인간이 끊임없이 시간여행, 타임머신 따위를 이야기하는 건 과거를 후회하기 때문이다. 종종 우리는 공상 속에서 시간 여행을 하곤 한다. 과거의 실수를 고쳐놓고, 현재의 멋진 모습을 상상해 보기도 한다.
수미 역시 후회가 상상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수미는 보통의 우리와 달리 그 상상 속에 갇혀 있다. 심지어는 현실을 자기 마음대로 왜곡해 버리고 있다.
상상 속 행복에 스스로를 가두다. 후회로 가득 찬 현실은 괴롭기에..
"너 지금 이 순간 후회하게 될지도 몰라. 명심해."
새엄마에 대한 미움이 가득한 수미는 현관문을 박차고 나간다. 그리고 집에서 멀어지고 있다. 그런데 뒤통수를 땅기는 이상 야릇한 느낌... 이 순간 수연은 자살한 엄마가 들어있는 옷장 밑에 깔려 마지막으로 수미를 부르고 있다. "도와줘." 그 순간 뒤돌아선 수미는 악의로 가득 찬 눈빛의 새엄마와 눈이 마주치고 다시 발걸음을 돌려 버린다. 지금 이 순간 흐르는 영화의 엔딩 곡은 "돌이킬 수 없는 걸음" 이다.
영화 초반부에 수미와 수연이 손 맞잡고 뛰어간 선착장. 발장구 치고 둘이 사이 좋게 앉아 있다. 이 자매의 해맑은 웃음과 경쾌하고 귀여운 뜀박질... 그리고 이제 영화의 마지막 장면. 다시 선착장.. 그 곳에 수미가 홀로 앉아 있다. 수미는 평생 이 기억을 지울 수 없다. 자신이 만들어낸 상상의 행복에 빠져 그 안에 스스로를 가두어 버릴지도 모른다. 현실은 쓸쓸하고 외로우며 무엇보다도 견딜 수 없이 후회스럽다.
그 밖의 장면들
영화 초반에 수미가 집에 도착한 뒤 자신의 방에서 시계를 12:45 에서 2:35 으로 돌려 놓는 장면이다. 후회라는 감정이 시간을 돌리고 싶다는 소망과 연결되어 있다는 걸 생각해 볼 때, 수미가 시계를 돌리는 장면은 수미의 소망(되돌리고 싶다)을 표현한 듯.
이 장면은 영화의 초반부인데, 수미가 수연의 손금을 보면서 어두운 표정을 짓는다. 이것은 수미가 이미 죽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암시다. 손금이란 인간의 운명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점을 생각해 볼 때, 수연의 명(命)은 이미 끝났다는 것을 표현 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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