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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성경

사무엘상 9장 : 사울, 당나귀를 잡아라

by R.H. 2011. 4. 3.

The LORD answered, "Listen to them and give them a king." 
주께서 사무엘에게 이르시되, 그들의 말을 들어 왕을 세우라 하시니.. <사무엘상 8장 22절>



사무엘은 왕을 세우겠다고 이스라엘 원로들에게 약속했다. 자, 그렇다면, 어떤 기준에서 왕을 세우려는 걸까?
그들, 즉 백성들의 말을 들어 왕을 세우라고 한다. 신이 '내가 골라 준 사람 왕으로 삼아라." 라고 하지 않았던 것이다. 오늘날처럼 선거를 치르는 것은 아니지만, 생각보다 민주적이다. 사무엘이 독단적으로 왕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여론을 수렴해서 왕을 세우는 것이니 말이다.

이렇게 되면, 전국의 야심가들이 한 번 도전해 볼만 하다. 왕이 되는 기준이 전쟁에서 전과를 올린 사람인 것도 아니고, 지체 높은 집안 출신이라는 제한이 있는 것도 아니고.. 대중들의 호감을 얻고, 사무엘 눈에만 들면 왕이 될 수 있다. 한방에 인생역전이 될 찬스다. 야심가들만이 아니라, 각 지역에서 지역을 대표하는 후보들을 너도나도 들이밀었을 것이다. 사울도 그 중 한 사람이다.

성경에는 사울이 아버지의 명을 받아 집에서 잃어버린 당나귀를 찾으러 전국을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사무엘을 만나 왕으로 지목받는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런데 당나귀 찾아 전국을 돌아다닌다고??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해서 또 심한 상상놀이 들어간다.


그가 에브라임 산지와 살리사 땅으로 두루 다녀 보았으나 찾지 못하고 사알림 땅으로 두루 다녀 보았으나 그 곳에는 없었고 베냐민 사람의 땅으로 두루 다녀 보았으나 찾지 못하니라 <사무엘상 9장 절>

 

당나귀 찾으로 전국을 사방팔방 돌아다닌다. 우리식으로 생각해보면, 강원도 대관령에서 잃어버린 젖소 찾아 서울 대전 대구 부산 찍고.. 이런 식이다. 무슨 당나귀 찾아 삼만리도 아니고.. 너무 현실성 없는 당나귀 찾기 여정이다. 그런데 이를 상징의 언어로 돌려놓고 보면, 아귀가 딱 들어맞는다. 당나귀를 '민심' 이라는 단어로 바꾸면 말이다. 

사울을 표현하는 성경의 첫 말은 그가 벤자민 지파의 사람으로, 키가 훤칠하게 크고 잘 생겼다는 문구다. 예나 지금이나 선거에서 외모는 중요하게 여겨지는 모양이다. 이런 그가 당나귀를 잡으로 전국을 돌아다닌다. 요즘 말로 전국 유세를 다니는 것이다. 즉, 그가 당나귀를 잡으러 다닌다는 말은 민심을 잡으러 다닌 다는 말의 은유다.

이렇게 발품을 팔고 다니던 그가 숩이라는 마을에 사무엘이 머무르고 있다는 소리를 듣는다. 사울은 사무엘을 만나기를 주저한다. 빈손으로 가기 뭣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와 함께 길을 나선 하인이 은전을 가지고 있었다. 아마도 처음부터 준비해놓았던 것 같다. 여튼, 그들은 그 마을에 들어간다. 

거기서 그들은 물 깃는 아가씨들을 만나, 사무엘이 있는 곳을 물어본다. 이에 아가씨들은 매우 매우 친절하게 가르쳐준다. 그런데 성경은 왜 이 별 의미도 없어보이는 우물가의 아가씨들과의 만남을 뭐하러 기록해 놨을까? 이것도 유세현장이다. 그리고 키크고 잘생긴 사울이 동네 여자들의 맘에 들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게다가 이 아가씨들이 잘생긴 사울에 대한 입소문도 내었을 것이다. 

사무엘이 사울을 처음보자마자 꽂혔을 정도인걸 보면, 확실히 사울의 외모가 훤칠했던 모양이다. 성경에는 사울을 처음 보았을 때 사무엘에게 신이 이르렀다고 표현되어 있다. 그만큼 사울의 외모가 인상 깊었다는 말일 것이다. 그런데 이게 웬 떡? 사울의 집안이 그다지 대단한 집안은 아니라는 것이다.


사울이 대답하여 이르되 나는 이스라엘 지파의 가장 작은 지파 베냐민 사람이 아니니이까? 또 나의 가족은 베냐민 지파 모든 가족 중에 가장 미약하니.. <사무엘상 9장 21절>

 

사무엘은 어떤 사람인가. 그는 자기 자식을 사사로 임명한 사람이다. 그 뇌물받고, 부정직한 못난 두 아들을 말이다. 모세 같았으면, 불로 태워죽일 일이지만, 사무엘은 이스라엘 원로들의 항의를 받고도 두 아들에 별 조치를 내린 거 같지도 않다. 그만큼 사무엘은 권력 욕심이 많았던 사람이다. 가능했다면, 사무엘은 자기 아들을 왕으로 삼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저렇게 신임을 잃어버렸으니, 울며 겨자먹기로 다른 집안 애를 왕으로 삼아야 한다.

그런데 사울 집안이 그저 그렇단다. 얼마나 다행인가. 사울을 꼭두각시 임금으로 세워두고, 사무엘이 실권을 장악하고 있을 수 있으니 말이다. 누이좋고, 매부좋고.. 사무엘은 사울을 왕으로 삼는다. 하지만 사울이 왕되는 것을 인정치 않고, 불만을 가진 세력들이 매우 많았다. 이 이야기는 다음 포스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