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 주의>
빌리 코스티건(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은 범죄 소굴에서 성장하여 경찰이 된다. 그리고 그의 출신 성향으로 인해 범죄 소굴로 다시 들어가 언더커버 경찰이 된다. 콜린 설리반(맷 데이먼) 역시 하층민 출신의 경찰이다. 그의 아버지는 경비원이었고, 그가 성장한 거리는 범죄자들이 장악한 곳이었다. 그런데 콜린은 빌리와 반대로 범죄 조직의 보스 프랭크(잭 니콜슨)가 심어놓은 첩자다. 영화는 엇갈린 운명을 살아가는 이 두 남자의 이야기다. 전혀 다른 곳에서 다른 방향으로 스파이 노릇을 하는 두 사람이지만, 이 두 남자의 목표는 동일하다. 위로 올라가고 싶은 욕망..
빌리가 경찰이 되고, 언더커버 요원이 된 것은 국가에 대한 충성이나, 사회 정의 실현 따위의 윤리관으로 똘똘 뭉쳐서가 아니다. 그는 단지 밑바닥 인생에서 벗어나는 기회를 잡고 싶었을 뿐이었다. 디그냄 형사가 그의 출신 성분을 문제 삼으며 인격 모독적 욕설들로 몰아 붙일 때, 그가 인용한 호손의 문구에서 그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 Families are always rising or falling in America."
설리반이 경찰이 되고, 첩자 노릇을 하는 이유도 빌리와 같다. 그 역시 밑바닥 인생을 벗어나 위로 올라가고 싶다는 욕망 실현을 위해 경찰이 되었고, 첩자가 되었다. 이것은 다음 장면에서 정확하게 묘사된다.
설리반은 경찰 학교에 다닐 적에 벤치에 앉아 황금지붕으로 만들어진 주의사당을 올려다 보면서 자신의 아버지는 경비원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가 경찰이 되고 나서 처음 한 일은 그 황금지붕의 주의사당이 마주 보이는 아파트에 입주한 것이다. 그는 그 아파트에서 보이는 경치에 매우 감격해 하고 흡족해 한다. 왜냐하면 예전처럼 황금지붕의 주의사당을 올려다보는 것이 아니라, 같은 눈 높이에서 바라보기 때문이다. 그는 황금지붕의 주의사당을 정면으로 바라 보면서 위로 올라가고자 하는 자신의 욕망이 실현되가고 있다고 느꼈을 것이다. 그가 원한 것은 사회정 실현 따위가 아니다. 그런 건 안중에도 없다. 그가 원한 것은 돈(황금)과 권력(주의사당) 이다.
이 두 사람의 최후는 비극이다. 그들의 최후에서 느껴지는 연민은 겨우 5년 뒤의 안락한 삶, 겨우 성공한 경찰이 되고자 그들은 자아와 영혼을 팔아버렸다는 점이다. 대단한 부와 권력도 아닌 겨우 그 정도의 것을 얻기 위해 그들은 윤리도 가치도 포기해버렸다. 윤리와 가치가 빠져버린 이기주의와 욕망의 최후는 이런 것일까? 그들은 황금지붕의 의사당에는 발도 들여보지 못하고, 먼발치에서 바라만 보는 것만으로도 감격해 하는 하류 인생일 뿐이다. 황금지붕의 주의사당 앞에서 알짱거리는 저 쥐새끼마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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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면서 "이거 왜 이렇게 무간도랑 비슷하지?" 라고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무간도를 리메이크 한거라네요. 제가 좀 둔해서... 많은 분들이 무간도에 더 좋은 점수를 주는 것 같던데 개인적으로는 디파티드가 더 좋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동양 느와르가 초점을 둔 조직 폭력배들의 "우정과 의리" 라는 개념에 거부감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디파티드처럼 "범죄 조직 따위에 "loyalty" 는 없는 거다. 그들은 각자 자신만의 욕망을 움켜쥐기 위해 발버둥치는 미천한 쥐새끼들일 뿐이다" 라는 식의 사고가 더 마음에 듭니다. 이건 순전히 개인 취향입니다.
여하튼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표현한 윤리와 가치가 빠진 개인의 부와 권력에의 욕망. 이를 상징하는 황금지붕 주의사당 앞의 알짱거리는 쥐새끼 한 마리. 참 시의 적절하네요. 지금은 2008년 11월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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