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기 (Deuteronomy) : 회고와 당부의 말
신명기 1~3장은 회고이고, 신명기 4~22장은 당부다. 그가 신신당부한 것은 십계명을 비롯한 율법을 지킬 것과 요단강을 건너 가나안을 정복하라는 것, 이 두 가지다.
리더의 저술 : 객관적 기록, 주관적 정치 철학
창세기부터 신명기를 모세 5경이라 하는데, 저자는 모세로 알려져 있다. 물론 시대가 흘러오면서 수정하고, 덧 붙이고, 빼는 편집이 여러 사람 손을 거치면서 이루어졌겠지만..
책을 쓴 정치인이 모세만은 아니다. 카이사르는 갈리아 전기를, 이순신은 난중일기를, 류성룡은 징비록을, 처칠은 2차 대전 회고록을 남겼다. 그 밖에도 예로 들자면, 많겠지만 대충 기억나는 유명인들을 들자면 이 정도다. 하지만 그 누구도 모세하고는 비견이 안 된다. 모세가 가지고 있는 타이틀은 정치가, 군인, 집필가이기만 한 게 아니었다.
모세는 절대 권력자 파라오에 대항한 혁명가다. 그리고 전쟁에서는 뛰어난 전략을 가진 장군이고, 대중을 이끄는 정치가다. 게다가 그는 새로운 공동체 질서의 기틀을 만들어낸 지략가다. 또한, 유대교의 율법 기초를 다진 게 바로 그다. 모세 5경이라는 회고록 겸, 율법서(Book of the Law) 의 저자인 것이다. 한마디로 혼자 유비, 관우, 장비, 제갈공명을 다 한 사람이다.
한 나라를 이끌어가는 리더가 쓰는 책이라면, 후세를 위한 기록과 자신의 가치관을 포함해야 한다. 모세의 철학은 십계명과 가나안 정복이다. 입이 닳도록 강조하고 또 강조하고... 모세 5경에서 손발이 오그라드는 모세의 자기 미화는 없다. 모세는 욱하는 성질에 사람 죽인 내용과 언어장애라는 치부를 자기 입으로 고백한 사람이다. 영웅 스토리라면, 대중들이 존경하고 따르고.. 그런 이야기여야겠지만, 얼토당토 않다. 사람들은 틈만 나면, 모세 욕하고, 돌로 쳐 죽이려 했다.
그런데 우리 주변의 정치인이 펴낸 책 중에 상당수는 자화자찬용이거나,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한 것이다. 대부분이 뻥카섞은 자기 미화 영웅스토리, 남의 나라가 있느니 마느니 하는 식의 막장 드라마 같은 제목을 붙인 책들이다. 이런 건 책이라기 보다, 홍보용 팸플랫이라고 부르는 게 더 타당하겠지만..
그리고 자신의 허물을 고백을 담담히 기록한 사람에게는 그걸 또 트집을 잡는다.
여튼 정치인이 책을 쓸 때는 무엇을 담아야 하는가 생각해 볼 때, 객관적으로는 시대를 기록하고, 주관적으로는 자기고백과 정치철학을 포함하는 것이 맞는 듯 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정치인의 자화자찬 가득한 홍보용 팜플랫은 책으로 못 쳐주겠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