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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성경

전도서 8장~11장 : 전도자의 3S 정책

by R.H. 2018. 6. 6.


8장 : 짐이 곧 법이니라..



나는 권한다. 왕의 명령에 복종하여라. 그것은 네가 하나님 앞에서 맹세한 것이기 때문이다. 왕이 싫어하는 일은 고집하지 말고, 왕 앞에서는 물러나거라. 왕은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왕의 말이 곧 최고의 법인데, 누가 감히 그에게 "왜 그렇게 하십니까?" 하고 말할 수 있겠는가? 왕의 명령을 지키는 이는 안전하다. 지혜 있는 사람은 언제 어떻게 그 일을 하여야 하는지를 안다.<새번역 전도서 8장 2절~5절>



'세상 만사 피곤하고 헛수고이고, 다 쓸데없는 짓이니, 세상에서 벌어지는 불공정에 말 보태지 마라. 가난한 사람이 억압당해도 위에서 알아서 할 테니 건방지게 나서지 마라. 더 나은 세상 만들겠다고 깝치지 말고, 혓바닥 함부로 놀리지 마라. 너무 착하게 살지도 말고, 너무 악하게도 살지도 말고, 설렁설렁 어영부영 오늘도 무사히 정신으로, 그냥 네 손에 있는 작은 것들에 만족하면서 먹고 마시고 즐겁게 살라',고 전도서 1장에서 7장까지 말하더니, 8장에 들어와선 급기야 왕의 명령에 복종하고, 왕의 심기도 거스르지 말란다. 왕의 말이 최고의 법이라는 것이다. 이젠 아예 대놓고.. 


 

전도자는 말조심, 혀조심 하라고 자주 경고하는데, 이는 전도서의 기록자가 기본적으로 독재자 적 마인드가 장착된 사람이라는 증거다. 심지어 생각으로라도 왕을 저주하지 말고, 침실에서라도 부자를 저주하지 말라는데...빅브라더보다 더 하네, 더 해.. 유교국 성군들은 어쨌든 민본주의 장착하고, 민심이 천심이라는 말을, 설령 말 뿐일지라도 되뇌었는데, 전도자는 노골적으로 독재 마인드 드러낸다. 전도서 10장은 연산군이 썼다고 해도 믿겠음. 연산군 역시 "입은 화를 불러들이는 문이요. 세 치 혀는 몸을 베는 칼이다" 라면서 입조심 하라고 강조하고 또 강조했으니 말이다. 여튼 유교 DNA가 남아 있는 우리한테는 거부감이 매우 큰 장. 



그리고 전도서 8장 후반부는 이전의 허무주의에서 갑자기 쾌락주의로 넘어갔다가, 우리 인간은 아무것도 알 수 없다는 불가지론으로 마무리.. 이건 전형적인 독재자의 3S 정책이다. 우매한 대중은 스크린, 스포츠, 섹스나 즐기고, 정치에는 관심 두지 말고, 뭘 알려고 들지 말고, 권력자한테는 복종할 것!!

 


9장 : 개똥 밭에 굴러도 이승이 나으니..



모두가 다 같은 운명을 타고 났다는 것, 이것이 바로 세상에서 벌어지는 모든 잘못된 일 가운데 하나다. 더욱이, 사람들은 마음에 사악과 광증을 품고 살다가 결국에는 죽고 만다. 살아 있는 사람에게는, 누구나 희망이 있다. 비록 개라고 하더라도, 살아 있으면 죽은 사자보다 낫다. <새번역 전도서 9장 3절~4절>



전도자는 주장한다. '인간은 신이 하는 일을 알지 못한다. 그런데 악인 이나 선인 이나 모두다 결국에는 죽음에 이르는 같은 운명을 가지고 있다.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마찬가지이니, 사람들이 마음을 곱게 쓸 리 없다. 선하게 살면 뭐하냐. 살아 생전의 세상은 부조리하고, 죽는 것은 매한가지인 것을..' 



지독한 허무주의고, 패배주의다. 이것은 구약이 사후 세계를 이야기하지 않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물론 상벌 개념으로써의 천국과 지옥을 말하는 건 올바르진 않다. 보상을 받기 위해 착하게 산다?? 뭔가 께름찍하다. 하지만 사후 세계를 보장하는 이야기는 적어도 허무주의와 패배주의에 빠지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는 있다. 



그런데 구약에서는 천국과 지옥의 개념이 없으니..."살아 있는 개가 죽은 사자보다 낫다" 고 말하는 것이다. 우리 식으로 말하면, 개똥 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도서의 사고방식은 인간의 본성의 선함을 전혀 믿지 않는 태도다. 현세의 보상은 커녕 죽은 다음의 보상도 전혀 생각치 않는 자의 선한 행동, 선한 의지 같은 것은 존재 하지 않는다는 냉소주의다. 그런 인간이 없다고? 정말? 아니다. 있다. 분명 있다. 그런 의인은 존재한다. 우리 시대에 그런 인간을 보았다...



너는 언제나 옷을 깨끗하게 입고, 머리에는 기름을 발라라. 너의 헛된 모든 날, 하나님이 세상에서 너에게 주신 덧없는 모든 날에 너는 너의 사랑하는 아내와 더불어 즐거움을 누려라. 그것은 네가 사는 동안에, 세상에서 애쓴 수고로 받는 몫이다. 네가 어떤 일을 하든지, 네 힘을 다해서 하여라. 네가 들어갈 무덤 속에는, 일도, 계획도, 지식도, 지혜도 없다.<새번역 전도서 9장 8절~10절>



죽으면 다 소용없는 일이니.. 전도자는 살아 있을 때, 옷 잘 입고, 머리 다듬고, 아내하고 즐겁고 재미지게 살라고 충고한다. 죽어서는 다 끝난다는 것이다. 죽은 다음에는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이다…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의 성경 버젼..



10장 : 놀면서 살아. 근데 왕 욕은 생각으로도 하지 마 !!



잔치는 기뻐하려고 벌이는 것이다. 포도주는 인생을 즐겁게 하고, 돈은 만사를 해결한다. 마음 속으로라도 왕을 욕하지 말며, 잠자리에서라도 존귀한 이를 저주하지 말아라. 하늘을 나는 새가 네 말을 옮기고, 날짐승이 네 소리를 전할 것이다.<새번역 전도서 10장 19절~20절>



쾌락주의에다가, 돈이면 다 된다는 황금만능주의...그러다가 쉿! 임금님 욕은 생각으로도 하지 말고, 부자도 저주하지 말라고.. 그러면서 낮 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다 듣는다고 겁박하면서 10장 마무리.. 이거 뭐죠??



11장 : 근데 분산투자 하세요



돈이 있으면, 무역에 투자하여라. 여러 날 뒤에 너는 이윤을 남길 것이다. 이 세상에서 네가 무슨 재난을 만날지 모르니, 투자할 때에는 일곱이나 여덟로 나누어 하여라.<새번역 전도서 11장 1절~2절>


바람이 그치기를 기다리다가는, 씨를 뿌리지 못한다. 구름이 걷히기를 기다리다가는, 거두어들이지 못한다.<새번역 전도서 11:4>



11장에서는 쌩뚱맞게 분산를 투자 권유한다. 근데 11장 4절의 말은 좀 맘에 든다. 일을 벌이려고 들 때는 너무 재면 안 된다. 생각이 너무 많아도 안 된다. 어느 순간, 딱 감이 오는 순간, 육감적으로 느껴지는 순간에는 덤벼들어야 함. 과감해야 함. 근데 성경에서 해 줄 법한 충고는 아닌 거 같은데..이건 투자자를 위한 심리 도서, 뭐 그런데 나올 법한 내용인데.. 여튼 이것도 좀 쌩뚱맞음.



오래 사는 사람은 그 모든 날을 즐겁게 살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어두운 날들이 많을 것이라는 것도 기억해야 한다. 다가올 모든 것은 다 헛되다. 젊은이여, 젊을 때에, 젊은 날을 즐겨라. 네 마음과 눈이 원하는 길을 따라라. 다만, 네가 하는 이 모든 일에 하나님의 심판이 있다는 것만은 알아라. 네 마음의 걱정과 육체의 고통을 없애라. 혈기왕성한 청춘은 덧없이 지나가기 때문이다.<새번역 전도서 11장 8절~10절>



11장은 젊은 애들더러 분산 투자 하라고 했다가, 젊음을 즐거워하고, 마음 가는 대로 살아보라고 했다가, 그런데 결국엔 신의 심판이 있다는 건 기억하라고 했다가... 즐겁게 살라면서, 그런데 앞으로 닥칠 일은 다 허무하고, 젊은 시절 다 허무하다고... 뭐, 어쩌라는 건지.. 이 소리 했다, 저 소리 했다, 오락가락 일관성이 없다. 마치.술쳐먹고 젊은 애들한테 '좋을 때다, 젊음을 즐겨, 근데 저축 열심히 하고.. 그나저나 나 욕하면 안 된다. 그리고 회장님께 충성충성' 이라며, 술주정하는 꼰대 부장 보는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