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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성경

전도서 3장~5장 : 가만 있으라

by R.H. 2018. 6. 5.


3장 : 헛수고다. 가만 있으라..



하나님이 모든 것을 지으시되 때를 따라 아름답게 하셨고 또 사람들에게는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을 주셨느니라 그러나 하나님이 하시는 일의 시종(始終)을 사람으로 측량할 수 없게 하셨도다. 사람들이 사는 동안에 기뻐하며 선을 행하는 것보다 더 나은 것이 없는 줄을 내가 알았고, 사람마다 먹고 마시는 것과 수고함으로 낙을 누리는 그것이 하나님의 선물인 줄도 또한 알았도다 <개역개정 전도서 3장 11절~13절>



3장에서 전도자는 다 때가 있다면서, 사람이 애쓴다 해서 뭘 어떻게 할 것인가.. 라고 비관적인 말을 한다. 사람 노력은 다 헛수고라는 것이다. 인간은 이데아를 바라보지만, 이데아의 참을 알 수는 없다는 것, 이것이 바로 비극의 시작이다. 인간은 영원불멸을 소망하지만, 인간은 소멸할 존재라는 것, 이 분절에서 허무가 시작된다. 이것은 신이 인간에게 지우신 짐이고, 괴로움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살 것인가. 전도자는 기쁘게 살고 선한 일을 하면서 사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한다. 먹고 마시고 하는 일에 만족을 누리는 것이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선이니, 인간의 힘으로 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 너무 고민하지 말자는 것이다. 스테디 셀러 에세이에 나올 법한 좋은 말 같긴 한데... 전도자는 다음 절부터 본격적으로 이상한 소리를 하기 시작한다.



나는 세상에서 또 다른 것을 보았다. 재판하는 곳에 악이 있고, 공의가 있어야 할 곳에 악이 있다. 나는 마음 속으로 생각하였다. "의인도 악인도 하나님이 심판하실 것이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고, 모든 행위는 심판받을 때가 있기 때문이다." <새번역 전도서 3장 16절~17절>



전도자는 세상이 불공평한 것을 보았다고 한다. 그렇다. 세상에는 불공정한 재판이 넘쳐 나고, 악인은 번성한다. 우리는 불의를 격파하고 싶다. 악인을 몰아내고 싶다. 지금 당장.. 그런데 전도자는 다 때가 있단다. 결국에는 심판이 때가 있다는 것이다. 좋은 말 같기도 하고, 맞는 말 같기도 한데... 문제는 사람이 이 부조리한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노력도 헛되다고 전도자가 주장한다는 점이다. 



"그러니 사람이 애써 수고하는 일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새번역 전도서 3:9> 



모든 것이 헛되다면서, 세상의 불의, 불공정, 악의 번성에 대해서도 사람이 뭘 해보려고 애쓰는 것도 헛수고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다 때가 있는 법이여..' 라고 짐짓 세상을 통달한 듯이 쿨하게 말한다. 이는 너무 무기력한 말이다. 아니, 해로운 말이다. 인간이 아니라, 때가 되면 신이 심판할 것이라면서.. 불의를 그냥 놔두고, 악인의 번영을 보고만 있으라는 말이다. 이는 불공정한 세상, 부조리한 세상에 저항하는 사람들을 기만하는 말이다. 전도서의 기록자는 저항이 달갑지 않은 기득권자, 권력자, 그것도 왕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4장 : 적당한 선에서 만족하라..



사람이면 누구나 경쟁심이 있어서 남보다 더 얻으려고 기를 쓰는 것을 나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이 또한 바람을 잡듯 헛된 일이다. 그렇다고 팔짱을 끼고 놀다가 말라 죽는 것도 어리석은 일이다. 바람을 잡으려고 두 손을 허우적거리느니 한 움큼으로 만족하는 것이 더 낫다. <공동번역 전도서 4장 4절~6절>



인간을 일으켜 세우는 것, 인간을 달리게 하는 것, 인간을 성공하게 하는 것, 그것은 바로 질투다. 질투는 나의 힘이다. 하지만 전도자는 이 역시 헛되단다. 그렇지만 팔짱만 끼고 아무것도 안 하는 것도 바보짓이란다. 그렇다면, 뭘 어쩌라는 건가. 적게 가지고 마음 편히 사는 게 제일이란다. '작은 것에 만족하라, 사소한 것에 행복을 느껴라' 참 좋은 말이긴 한데.. 이 역시 지배 계급이 바라는 바다. '너무 많이 가지려 하지 마라, 다 뒤집으려 하지 마라, 너무 분노하지 마라, 불공정한 분배에 마음 쓰지 마라. 네 손에 있는 작은 것에 만족하고, 평온하게 살아라'.... 다시 한번 말한다. 전도서의 저자는 기득권자라는 사실을…



5장 : 불의를 봐도 가만있으라...



어느 지방에서든지 가난한 사람을 억압하고, 법과 정의를 짓밟아도, 너는 그것을 보고 놀라지 말아라. 높은 사람 위에 더 높은 이가 있어서, 그 높은 사람을 감독하고, 그들 위에는 더 높은 이들이 있어서, 그들을 감독한다 <새번역 전도서 5장 8절>


그렇다. 우리의 한평생이 짧고 덧없는 것이지만, 하나님이 우리에게 허락하신 것이니, 세상에서 애쓰고 수고하여 얻은 것으로 먹고 마시고 즐거워하는 것이 마땅한 일이요, 좋은 일임을 내가 깨달았다! 이것은 곧 사람이 받은 몫이다. <새번역 전도서 5장 18절>



5장을 요약하자면, 꿈이 많으면 걱정도 많고, 말이 많으면 헛소리만 늘어나니, 돈 긁어모으려는 헛된 욕심 버리고, 미니멀 라이프 실천하면서 살라는 말이다. 딱 지배자가 좋아하는 말이다. '더 나은 세상, 정의가 실현되는 세상, 불의가 멸망하는 세상 따윈 꿈꾸지 말고, 혀를 잘못 놀려서 봉변 당하지 말고, 인권이 유린 되는 걸 봐도, 신경 쓰지 마라. 윗사람들이 어련히 알아서 할 테니, 주제넘게 나서지 말고 가만있으라. 너희 백성들은 노동으로 번 적은 돈에 만족하고 먹고 마시고 즐겁게나 살아라. 이게 너희의 몫이다' 이것이 전도자가 5장에서 하는 말이다. 



참을 수 없는 말이다. 받아들일 수 없는 말이다. 특히 욥기적 문제 제기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말이다. 욥은 악인이 번성하고, 죄 없는 사람들이 고통 받는 부조리한 현실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한 자다. 그리고 신은 최종적으로 욥의 문제 제기가 옳다고 판정승 판결을 내렸다. 그런데 전도자는 욥기에 등장하는 못된 친구 세 명과 유사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 아니 그들보다 훨씬 더 악랄하다. 욥이 전도자와 대면한다면, 욥은 전도자를 저주했을 것이다..